이상돈
 
 
 
 
 
  리차드 하스, 대외정책은 국내에서 시작한다 (2013년)
2013-09-27 09:25 2,506 이상돈


리차드 하스, 대외정책은 국내에서 시작한다 (2013년, 베이직 북스, 195쪽, 25.99 달러)

Richard N. Haass, Foreign Policy Begins at Home (2013, Basic Books, 195 pages, $25.99)

옥스포드에서 공부한 외교관인 리차드 하스는 조지 H. W. 부시 대통령 시절 백악관 안보보좌관실에서 일했다. 그가 백악관에서 근무하던 중 미국은 걸프 전쟁을 치러야 했다. 그 후에는 연구소와 대학에서 강의와 저술활동을 했고 지금은 외교위원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 대표로 있다. 그가 2009년에 펴낸 ‘필요적 전쟁, 선택적 전쟁’(War of Necessity, War of Choice)은 호평을 얻었다. 그는 1991년 걸프 전쟁은 미국이 꼭 해야 했던 필요적 전쟁인데 비해, 2003년에 시작한 이라크 전쟁은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는 선택적 전쟁이었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서, 이라크 문제는 전쟁이 아닌 다른 수단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오늘날 미국의 안보와 번영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은 외부로부터가 아니라 내부로부터 온다면서, 통제할 수 없는 지출, 인적 및 물적 자원에 대한 투자부족, 피할 수 있었던 금융위기, 불필요하게 지연된 경기회복, 처음부터 잘못된 이라크 전쟁과 잘못 되어간 아프가니스탄 전쟁, 재정적자, 그리고 깊은 정치적 간극으로 인해 미국은 세계를 이끌어갈 수 있는 능력을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미국이 대외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선 국내 기초를 회복해야 하며, 대외정책은 지금이나 앞으로나 항상 국내에서 시작하는 법이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이라크 전쟁과 2009년부터 확대된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필요적 전쟁이 아니며, 정당한 선택적 전쟁도 아니라고 단언한다. 미국은 1990년대에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었음에도 망설이다가 기회를 놓쳤고, 2000년대에는 잘못된 전쟁을 하느냐고 미국과 글로벌 질서를 위협하는 경제적 안보적 위험에 대처하지 못했다. 따라서, 이제라도 미국은 대외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다시 생각해야 하며, 바람직한 것과 중요한 것, 그리고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효과적인 대외정책을 추구하기 위해선 국내문제를 제대로 정리(put its house in order)해야 한다. 국가안보는 결코 싸지 않기 때문에 결국 자원이 핵심이다. 미국은 매년 8,000억 달러를 국방비로 사용하는 데, 이는 전체 연방정부 지출의 20%를 차지하며 연간 GDP의 5%에 해당한다. 미국 정부는 현재 16조 달러에 달하는 부채를 지고 있어서 이를 감당하기 위해서 매일 10억 달러의 자금이 연방정부로 유입되어야 한다.

베를린 장벽이 허물어지자 이제 “역사는 끝났다”는 낙관론이 일었다. 하지만 불과 20년 만에 그런 낙관론은 사라졌다. 냉전이 끝나자 이라크는 쿠웨이트를 침공했고, 소말리아, 옛 유고 연방, 르완다 등지에선 인권보호를 위한 서방국의 군사개입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미국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을 시작했는데, 이로 인해 많은 미국인들은 해외에 대한 군사개입을 부정적으로 보게 됐다. 이 기간 중 미국 경제는 급격히 나빠졌고 연방정부 부채는 냉전이 종식됐을 때 3조 5,000억 달러이던 것이 2012년에는 16조 달러로 급증했다. 미국 정부의 부채는 미국의 연간 GDP에 해당한다.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들어간 비용은 2001년 후 누적되어 온 미국 정부 부채의 15%에 해당한다. 2008년 경제위기 후 미국은 양적 완화(quantitative easing)라는 이름으로 화폐공급을 늘렸는데, 이는 달러를 갖고 있는 외국 정부의 이익을 저해하는 것이다.

냉전이 종식되어 미-소 양극체제는 해소됐지만 이제는 중국이 미국에 대응하는 양극 체제의 당사자로 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중국 정부가 국민들의 민주화 욕구를 얼마나 수용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유럽 국가들에겐 국가 재정과 복지 비용이 가장 큰 쟁점이다. 미국과 유럽이 재정위기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세계를 위협하는 가장 위험한 국가는 북한과 이란이다. 북한은 핵 무기를 갖고 있으며 핵 폭탄을 장착하기 위한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 핵 무기를 개발하고 있는 이란은 북한 보다 더 위험하다.

저자는 미국의 대외정책 독트린을 설명하고 있다. 첫째는 민주주의이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추구하라고 압박하기는 쉽지만 민주주의를 실현하기는 어렵다. 중동 지역에 있어서 민주주의는 미국이 추구할 하나의 가치이지 결코 유일한 가치는 아니다. 중동에서 미국은 대량살상무기 확산을 막고, 이스라엘과 주변 국가간에 평화를 증진하고 산유국들이 석유와 천연가스를 수출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등 여러 가지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 둘째, 인권보호다. 클린턴 행정부는 인권보호를 내걸고 소말리아, 보스니아, 코소보 등에 군사개입을 했다. 인권보호는 고상하게 들리지만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선 그 나라의 국내기반이 민주적으로 바뀌어야 하는데 그것을 미국이 지원하기는 어렵다. 근래의 리비아 벵가지 사건과 시리아 내란은 인권이란 기준을 적용하기가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셋째는 테러방지다. 테러가 발생하는 근본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이 시도하고 있는 것은 그런 근본원인을 제거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이런 일을 한다는 것은 일종의 사치다. 테러는 전술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테러를 100% 방지하기는 불가능하더라고 무인 비행기와 특수부대를 이용한 작전은 테러 위험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넷째는 통합(integration)이다. 통합은 냉전 시대에 추구했던 봉쇄(containment)와 달리 가능한 한 많은 나라를 설득하는 전략이다. 오바마 정부는 이런 정책을 쓰고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통합 전략만으로 세계 질서를 이끌어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외정책에 있어서도 회복(restoration)은 중요하다. 미국은 대외정책을 적극적으로 추구해야 하지만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에서와 같이 한 나라의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대규모 군사모험을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보다 중요한 일은 미국 자체를 복구하는 것이다. 재정적자와 정부부채, 에너지 자급, 교육, 사회 인프라, 이민 규제, 경제성장, 그리고 정치에 이르는 많은 국내문제를 정상으로 회복해야 한다. 미국은 외국 문제에 지나치게 개입해서는 안되며, 무엇을 성취할 수 있고, 또 성취해야만 하는가에 대한 한계를 수용해야 한다. 말하자면 대외정책에 있어서도 우선순위를 정하고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 c ) 이상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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