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캐런 하우스, 사우디 아라비아 (2012년)
2013-12-16 16:04 2,445 이상돈


캐런 하우스, 사우디 아라비아 (2012년, 알프레드 노프, 308쪽, 28.95 달러)

Karen Elliott House, On Saudi Arabia (2012, Alfred A. Knopf, 308 pages, $28.95)

월 스트리트 저널 특파원과 편집인으로서 지난 30년 동안 사우디 아라비아를 취재하고 관찰해 온 캐런 하우스가 낸 책이다. 저자는 종교가 거대한 제약으로 작용하는 사회에 살고 있는 사우디 사람들의 생각과 삶에서 시작해서 한계에 이른 사우디 왕정 체제와 사우디와 미국과의 운명적 관계에 이르는 많은 문제를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다. 오늘날 많은 사우디 국민들은 인터넷 등으로 외부 소식을 접하고 있으며, 자기 나라를 방탕한 왕자들과 근본주의 종교인들의 ‘불신성한 연합’(unholy alliance)으로 보고 있으며, 나이 많은 왕자들이 통치하는 사우디는 늙은 정치국원들이 나라를 운영했던 1980년대 소련과 닮았다고 지적한다.

사우디 왕국을 창건한 압둘 아지즈는 영국의 힘을 빌려서 다른 부족을 장악해서 알 사우드 가문이 통치하는 나라를 세웠다. 압둘 아지즈 국왕과 그 후계자들은 왕국 내의 많은 세력을 분리해서 통치하고, 돈으로 충성을 사고, 종교를 통해 국민을 억압하는 방식으로 사우디를 지배해 왔다. 사우디 왕가는 국민에 대해 복종해서 살든가 참혹한 보복을 당하든지 선택하도록 강요했다. 사우디는 막대한 석유수입을 기반으로 거대한 복지국가를 건설했다. 국민들은 세금을 내지 않으며 무상으로 의료 교육 등 많은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다. 하지만 국가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부실한데, 특히 교육 서비스가 그러하다. 또한 이슬람 교리로 인해 여성은 교육을 받아도 할 일이 없다.

2009년과 2011년에 제다 지역을 강타한 홍수로 인해 하천과 도시 하수가 범람해서 큰 피해가 나자 사우디 정부의 무능과 부패가 알려졌다. 1979년에 메카의 그랜드 모스크에서 일어난 무력 점거 사건도 사우디 경찰이 진압하지 못하고 프랑스 특공대를 불러들여 진압했다. 사담 후세인이 쿠웨이트를 점거하자 불안한 사우디 정부는 미군을 영토 내에 주둔시켜야만  했다. 사우디 정부는 소련 치하에서 싸우던 아프간 민병대에게 많은 지원을 해서 과격 이슬람 세력을 키웠는데, 이제는 이런 세력이 사우디 왕가를 위협하고 있다.

사우디 국민들에게 파고 들어가 있는 이슬람의 힘은 외부인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코란에 쓰여 있는 이슬람 교리와 실제로 사우디 왕국에서 행해지는 이슬람 관행 사에는 큰 괴리가 있으며, 이로 인해 사우디 이슬람 체제의 신뢰성이 도전 받고 있다. 사우디 왕가는 개혁을 희구하는 세력은 물론이고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으로부터도 도전을 받고 있다. 사우디는 전체 인구의 38%에 해당하는 980만 명이 인터넷을 이용하며, 25%에 해당하는 510만 명이 페이스 북에 연결되어 있다. 젊은 남성이 주된 사용자인 사우디의 페이스 북은 사적인 토론이 많지만 두 차례 홍수 피해 때처럼 어떤 사건이 발생하는 정치적 사회적 이슈로 불이 붙을 수 있다.

사우디 아라비아는 서로 의심하고 서로 두려워하는 여러 부족, 여러 지역 그리고 여러 이슬람 분파의 연합체이다. 근본주의적인 와하비 이슬람이 사우디의 주축이지만 석유가 많이 나는 동부의 시아파, 제다 지역의 수피파, 그리고 빈곤한 남부의 이스말리파는 순니파 와하비의 패권을 싫어 하고 있다.  2006년 주식시장 폭락 후 몰락한 사우디 중산층은 빈곤층과 부유층 사이에서 현실에 대한 불만과 공포를 갖고 있다. 여성 문제는 개화파와 수구파 사이의 갈등을 가장 잘 보여준다. 1970년대부터 사우디 여성들은 고등학교와 대학을 다니게 됐고, 오늘날 사우디 대학 졸업생의 60%는 여성이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한 사우디 여성 대부분은 집안에 머무는 것이 현실이다. 사우디는 여성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여성은 운전을 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1990년 말, 일단의 여성들이 차를 몰고 다닌 사건은 파문을 일으켰지만 이슬람 교단은 “여성이 운전을 하면 사회가 파괴된다”는 종전 입장을 재확인했다.

인터넷으로 외부 세계를 알고 있는 사우디 젊은이들은 희망이 없고 영화도 음악도 없는 지루한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 젊은이들이 차를 과속으로 모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는데, 이로 인해 교통사고가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한다. 그러나 미국 석유회사들이 운영하는 아람코(ARAMCO) 단지는 마치 캘리포니아와 같다. 높은 펜스가 처 있는 이 별천지엔 극장, 수영장, 골프장이 있으며 여성도 운전을 할 수 있다. 이처럼 사우디 사회는 부족, 연령, 성(性), 아람코 단지 내외 등으로 심하게 분열되어 있다.

사우디 왕국을 건립한 압둘 아지즈는 아들 44명과 셀 수도 없이 많은 딸을 낳았다, 그의 왕자들도 그 못지 않게 많은 아들과 딸을 낳았고, 이로 인해 오늘날 사우디에는 압둘 압지즈의 아들, 손자, 증손자 등 수천 명에 달하는 왕자(prince)가 있다. 압둘 아지즈의 형제의 후손까지 합치면 그 숫자는 수 만 명에 이른다. 지구상에 이런 규모의 왕족을 거느린 나라는 없는데, 대규모 왕족은 국가에 부담을 주는 특권층이 돼 버렸다. 왕자가 너무 많다 보니 정부나 정부기업에서 일자리를 갖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3세대 왕자는 매월 19,000 달러를 생활비로 받고 있다. 수많은 왕자들 중 메카 지역의 지사인 칼리드 왕자, 사우디 정보부장을 오래 지낸 투르키 왕자 등 몇 명만 잘 알려져 있다.

사우디는 1960년대에 들어서 공교육을 시작했다. 하지만 사우디의 교육은 종교의 비중이 크고 암기 위주로 이루어 진다. 사우디 학생들은 학교에서 와하비 근본주의 세뇌를 받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80년대 초에 사우디는 많은 학생들은 미국 대학에 보냈지만 이슬람 교단의 항의를 받고 그 규모를 축소했다. 석유 자원 이후의 국가 생존을 걱정한 압둘라 국왕은 2011년에 학생 10만 명을 미국 유럽 아시아 등지로 유학을 보냈다. 그는 또한 압둘라과학기술대학(KAUST)를 설립하고 초대 총장에 싱가포르 국적의 학자를 초빙했다.

사우디에 살고 있는 세 사람 중 한 명은 외국인이며, 직업을 갖고 있는 세 사람 중 두 명은 외국인이다. 특히 사우디의 민간 부분에서 열명 근로자 중 아홉 명이 외국인이다. 사우디 가정에는 일하지 않고 또한 일에 관심이 없는 성인 남성이 많다. 사우디 국민들은 호텔에 투숙한 손님과 같다. 사우디 국적을 갖고 태어나는 순간 호텔에 투숙해서 방에 처박혀 있고,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서비스를 요구할 뿐이다.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가 없이는 사회가 돌아가지 않을 정도다. 사우디 국내총생산의 60%는 아람코 등 국영기업으로부터 나온다. 사우디에서 경쟁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사우디 사람들은 시장경제를 알지 못한다. 사우디 국민 중에도 빈민이 많으며 그 숫자는 늘어가고 있다. 사우디 전체 가정의 40%가 월 850달러 미만으로 살아가고 있다. 국가가 교육 의료를 책임지고 휘발유 가격이 물값 보다 싸더라도 월 850 달러로 생활하기는 어렵다. 남편이 없는 여성이 가장 빈곤한 층에 속한다. 

9-11 테러범 중에 사우디 국적이 많아서 미국은 물론이고 사우디 정부에 충격을 주었다. 알 카에다를 지원하는 사우디 젊은이들은 종교적 이유 못지 않게 너무나 지루한 생활을 탈출하기 위해 그러는 경우가 많다. 사우디 정부는 관타나모 수용소에 잡혀 있다가 석방되어 본국으로 돌아 온 이들을 교화시키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오늘날 사우디에서 큰 문제는 왕위 계승이다. 압둘라 아지즈 국왕의 아들들이 순차적으로 왕위를 이어왔는데, 현 압둘라 국왕은 나이가 89세이다. 압둘라 아지즈의 후임으로 왕위에 오른 사우드 국왕은 광적인 낭비로 사우디 왕국을 파산으로 몰고 갔다. 이를 보다 못한 왕자들이 현명한 파이잘 왕자를 새 국왕으로 옹립했다. 파이잘 국왕은 1973년에 석유 수출금지 조치를 취해서 유명해 졌는데, 1975년에 조카에게 암살당했다.
 
2011년 ‘아랍의 봄’으로 이집트의 무바라크 정권이 붕괴하자 사우디 왕가는 충격에 빠졌다. 시아파인 이란이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등지에서 영향력을 증가시키고 있으며, 이란의 지원을 받는 하마스와 헤즈볼라가 세력을 커 진 것도 사우디에겐 불안할 뿐이다. 사우디의 유전은 동쪽에 있어서 이란과 가깝다. 이란은 마음만 먹으면 48시간 내에 사우디의 유전 지대를 장악할 수 있다. 사우디의 석유 생산은 아마도 이미 감소 추세에 들어갔을 것이며, 저장량도 한계가 있다고 평가된다. 사우디가 국내에서 소비하는 석유량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서 사우디는 경제를 다변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석유를 수입해야 하는 미국은 사우디가 현상유지를 해 주기를 기대하지만, 사우디에서 급격한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에 현상유지에 매달리는 것도 위험하다. 여러가지 심각한 문제에 시달리고 있는 사우디가 추락을 면할 지는 알 수 없다.

( C ) 이상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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