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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차드 포스너, 자본주의의 한 실패 (2009년)
작성일 : 2009-06-28 13:08조회 : 1,823



리차드 포스너, 자본주의의 한 실패 (2009년, 하버드 대학 출판부, 346쪽)

Richard A. Posner, A Failure of Capitalism
(2009, Harvard Univ. Press, 346 pgs, $23.95)

현재 미국 제7 항소법원 판사로 재직하고 있는 리차드 포스너는 탁월한 법률가로서 명성이 높다. 1939년 생으로 예일대학을 나오고 하버드 로스쿨을 수석으로 졸업한 포스너는 1969년에 시카고 대학 로스쿨 교수가 되어 독점금지법 등 여러 분야에서 탁월한 저술을 발표했다. 그가 시카고 대학을 택한 것은 시카고 대학의 자유주의 경제학 풍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73년에 펴낸 ‘법에 대한 경제적 분석’(‘Economic Analysis of Law’)는 법경제학의 고전이다.

포스너는 1981년에 레이건 대통령에 의해 제7 항소법원 판사로 임명되어 오늘날에 이르고 있고, 1993-2000년에는 제7 항소법원장을 지냈다. 연방판사로 있으면서도 왕성한 저술활동을 계속해서 오늘날까지 책 40권을 펴냈다. 법관 신분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클린턴 탄핵, 이라크 전쟁 등 뜨거운 현안에 대해서도 칼럼등을 통해 자신의 솔직한 의견을 발표했다. 그는 낙태 자유를 지지하지만, 한편으로는 테러를 막기 위해서는 고문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의 성향은 대체로 ‘실용적 보수’(‘pragmatic conservative’)라고 할 수 있다.

2009년 봄에 나온 이 책 ‘자본주의의 한 실패’는 ‘2008년의 위기와 공황으로의 추락’(‘The Crisis of ’08 and the Descent into Depression’)이란 부제(副題)를 달고 있다. 제목이 자본주의의 ‘몰락’(‘Collapse’)도 아니고 ‘실패’(‘Failure’)도 아니고 ‘한 실패’(‘A Failure’)라는 데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자본주의는 결코 원천적으로 잘못되거나 실패한 것이 아니라, 근래에 미국에서 실패했을 뿐이며, 이에 대해 제대로 처방을 하지 못해서 공황을 향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보수주의자들은 정부의 현명치 못한 정책 때문에 공황이 발생한다고 주장하는데 비해 포스너는 공황은 ‘시장의 실패’(‘market failure’)에서 유래한다고 본다. 금융기관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없이는 경제는 공황에 빠질 우려가 크며, 따라서 경제가 탈선하지 않도록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그리고 현명하게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그는 주장한다. 포스너는 자유방임주의의 도래를 과신한 나머지 금융산업에 대한 규제를 지나치게 완화해서 작금(昨今)의 경제위기를 초래했다고 지적한다.

2000년대 들어와서 미국은 외국에서 꾸어온 돈에 의존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미국에선 돈을 꾸어오고 빌려주는 기관이 호황을 누렸다. 더구나 자금을 중개하는 메릴 린치나 리먼 브러더스 같은 회사는 은행처럼 규제를 받지 않았다. 2003년부터 몇몇 학자들과 이코노미스트지(誌)가 주택 버블을 경고했지만 그런 경고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금융호황으로 경험이 부족한 젊은이들이 금융계에 대거 진출했고, 대표적인 금융기업인 시티 그룹의 최고경영진은 이익을 극대화하라고 직원들을 몰아 부쳤으니 금융계의 부실은 정해진 이치였다. 하지만 2005년 가을만해도 연방준비제도위원회의 벤 버냉키 의장은 주택가격 상승이 버블이 아니라고 했다. 주택 버블은 돈을 너무 쉽게 빌려주는 데서 출발했기 때문에,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집을 소유하는 데 주어지는 세법(稅法)상의 우대를 없앴다면 주택 버블은 초기에 잡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포스너는 말한다.

2008년 가을에 닥쳐 온 경제위기를 예견하지 못한 것은 불확실한 위험에 대해 대비책을 강구하기가 어렵고, 위험에 대해 대비하기 보다는 위험 그 자체를 부인하려고 하는 심리 때문이며, 클린턴 행정부가 자유방임주의 경제정책을 지속했기 때문에 공화당이 전적으로 경제위기를 초래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포스너는 주장한다. 불황 극복의 대책으로서, 파산 제도를 원칙대로 운영하고 금융기관 부실은 배드 뱅크(bad bank) 방식으로 풀 것을 제안한다.

포스너는 공공지출을 늘이는 것이 공황에 대처하는 효과적인 대책이라면서, 정치적 고려를 배제하고 경제적으로 진정한 가치가 있는 분야에 지출을 하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교통 인프라 확충, 생물다양성 보호, 기후변화 대응, 교육과 보건 증진, 교정시설 확충, 전쟁으로 소모된 군비 확충에 정부지출을 늘릴 것을 권장한다. 포스너는 오바마 정부가 군비에 대한 지출을 불과 50억 달러만 배정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그는 일본이 1990년대에 공공지출을 늘렸음에도 경기를 회복시키지 못한 것은, 당시 일본의 은행에 돈이 없어서 민간투자를 활성화시킬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포스너는 미국의 보수가 1950년대 이전의 사회적 가치에 너무 집착하고, 규제되지 않은 시장의 힘을 너무 과신해서 실패했다고 말한다. 포스너는 미국의 진보는 평등이란 팬타지에 빠져있고, 미국의 보수는 경제적 자유주의 도그마에 빠져 있다고 지적한다. 포스너는 경제적 자유주의자들이 금융시장의 규제완화가 가져 올 수 있는 위험을 간과했고, 금융위기의 위험도를 과소평가했다고 평가한다. 포스너는 현재 미국은 공황에 처해 있으며, 미국 정부가 퍼붓는 엄청난 돈과 금융기관 구조조정이 경기를 회복시킬 수 있는지는 알 수 없으며, 미국 정부의 조치가 치명적인 병(病)을 고친다고 해도 환자는 불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비관적으로 예측한다.
© 이상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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