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토머스 프랑크, 캔저스가 웬 일이지 ? (2004, 2005)
2009-09-03 08:14 1,411 이상돈



토머스 프랑크, 캔저스가 웬 일이지 ? (2004, 2005 헨리 홀트, 322쪽, 16달러)

Thomas Frank, What’s the Matter with Kansas ?
(2004, 2005 Paperback, Henry Holt, 322pages, $16)

2004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낸 이 책은 베스트셀러가 됐고, 저자인 토머스 프랑크는 단숨에 스타급 진보 논객으로 부각되었다. 토머스 프랑크는 1965년에 미주리주(州) 캔저스 시티에서 태어나서, 캔저스 주 캔저스 시티의 부유한 교외인 미션 힐에서 자랐다. (* 미주리 주 캔저스 시티와 캔저스 주 캔저스 시티는 주 경계를 마주보고 있으며 실질적으로 하나의 도시권이다.) 캔저스 대학을 졸업한 프랑크는 시카고 대학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는데, 이 책으로 전국적 명성을 얻었다. 책의 부제는 “보수는 어떻게 해서 미국 중심부를 자기 편으로 만들었나”(How Conservatives Won the Heart of America)인데, 여기서 ‘중심부(the Heart)’는 ‘심장’ 즉 ‘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즉, “도무지 보수파들이 어떻게 했길래, 미국의 중심부에 위치한 캔저스가 공화당으로 넘어갔는가”를 분석한 것이다.

오늘날 미국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은 애팔라치아 산맥 지역도 아니고 최남무(Deep South)도 아닌 대평원(大平原 : Great Plains) 지역이다. 2000년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의 조지 W. 부시는 이 지역에서 80%나 되는 득표율을 올렸다. 미국의 중심부에 위치한 대평원 지역인 캔저스 출신인 저자는 피폐한 농장과 버려진 시골 마을이 즐비한 이런 지역이 어떻게 해서 자신들의 이해와는 관련이 없는 공화당을 지지하게 됐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 책 ‘캔저스가 웬 일이지?’는 이러한 의문을 풀어가는 저자의 과정이다.

저자는 한때는 진보 정치의 고향이었던 대평원 지역이 공화당의 아성(牙城)이 되고 만 것은 보수진영의 ‘반작용’(反作用 : backlash) 때문이라고 본다. 실제로 캔저스는 19세기에서 20세기 초에 진보적 정치운동이 성행했던 곳인데, 20세기 말에 뉴욕시의 대척점에 서는 보수 정치 지역이 된 것이다. 재정 건전성 같은 원론적 주장을 강조했던 보수 진영이 낙태, 동성애, 종교 같은 사회적 이슈를 들고 나와서 사람들로 하여금 민주당과 진보파를 의심의 눈초리로 보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런 결과로 근로계층을 옹호하는 정당은 분명히 민주당인데도 공화당의 선전에 넘어간 근로계층은 민주당원들을 ‘뉴욕타임스 보면서 라떼 마시고 유럽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인간들’로 보게 되었다. 하원의장을 지낸 공화당 정치인 뉴트 킹리치가 ‘민주당원은 보통 미국인의 적(敵)’이라고 몰아 붙인 것이 효과를 발휘한 셈이다. 

2000년 대선에서 가축 도살장과 육가공 업체가 많은 가든 시티와 항공기 조립공장이 있는 위치타 시티의 근로자들은 모두 압도적으로 조지 W. 부시를 찍었다. “근로계층이 민주당을 찍는 것은 닭이 KFC(켄터키 치킨) 창업자 샌더스 대령을 찍는 것과 같다”는 스티커가 성행한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보수 바람이 거세게 불다 보니 캔저스의 보수주의자들은 온건한 공화당원을 진보파라고 부를 정도였다. 저자는 이런 이해할 수 없는 사태는 앤 코울터, 빌 오라일리, 러시 림보, 숀 해니티 등 보수논객들 때문에 초래된 면이 많다면서 이들을 비판한다. 저자는 특히 앤 코울터가 “진보파는 거짓말하는 사기꾼이며, 진보파는 미국인을 세뇌하고 있다”는 식(式)으로 보통 사람들을 세뇌했다고 비판한다. 저자는 또한 보수성향의 폭스 뉴스가 “온 세상이 타락했다”는 조(調)로 시청자를 고문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보수 논객들과 보수 미디어의 끝없는 왜곡, 그리고 보통 사람들의 삶이 진보파로 인해 무너지고 있다는 피해망상을 심어준 ‘문화전쟁’(‘culture war’) 때문에 캔저스의 평범한 유권자들이 공화당을 찍었던 것이다. 보수진영은 진보파를 ‘음모적 집단’으로 몰아 붙였고, 그것이 성공했다고 평가한다. 저자는 이런 결과에 대해 진보진영도 책임이 있다고 본다. 지난 40년 동안 진보파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캔저스 같은 전통적 지역을 돌보지 않았고, 그런 결과로 민주당이 집권하면 가정과 교회 같은 전통적 가치가 무너질 것이라는 공화당의 선전(宣傳)이 먹혀 들어갔던 것이다.

2004년 대통령 선거가 끝난 후에 나온 페이퍼 백에서 저자는 후기 형식을 빌어서 공화당의 승리로 끝난 2004년 대선에 대해 나름대로의 평가를 내렸다. 저자는 2004년 미국 대선이 반작용(backlash)을 성공적인 선거전략으로 이용한 경우로, 정치학적 분석의 대상으로서도 의미가 깊다고 말한다. 공화당의 선거전략가 칼 로브가 공화당의 지지세력에 이러한 전략을 쓴 것이 성공했다는 것이다. 민주당 후보 존 케리 상원의원이 요트 등 고급취향이 있다고 빗대고, 심지어 “케리는 프랑스 사람처럼 보인다”는 식으로 몰고 가서 공화당이 승리했다는 것이다.
(c) 이상돈

* 책 표지는 첨부를 클릭하면 볼 수 있습니다. 저자의 사진은 갤러리의 자료 사진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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