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토머스 프랑크. 파괴 집단 (2008년)
2009-09-28 09:29 1,338 이상돈


토머스 프랑크, 파괴 집단 (2008년, 메트로폴리탄 북스, 369쪽, 25달러)

Thomas Frank, The Wrecking Crew (2008, Metropolitan Books, $25)

사고나 고장으로 서있는 자동차를 끌어가는 구난차(救難車)를 ‘레커’(‘wrecker’)라고 부른다. 그런가 하면 폐차해서 버리는 것도 ‘렉’(‘wreck’)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레킹 크루’(‘wrecking crew’)는 ‘구난대(救難隊)’를 의미하기도 하고, 무셔 버리는 ‘파괴 집단’을 의미하기도 한다. 2004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캔저스가 웬일이지’를 펴낸 토머스 프랑크는 2008년 대선을 앞두고 낸 이 책 ‘레킹 크루’에서 미국 공화당과 보수파가 나라를 구한다고 나서더니 결국은 나라를 파괴하고 말았다고 주장한다. 구난대를 자처한 집단이 사실은 파괴자였다는 말이다.

저자는 보수성향의 사람들도 개인적으로는 좋을 수 있지만 보수주의라는 철학을 가진 사람들이 집단을 이루어서 정부를 운영한 결과 오늘날 미국은 거의 파괴되고 말았다면서, “보수주의가 미국을 망쳤다”고 화두(話頭)를 연다. 그는 오늘날 워싱턴 근교는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동네가 되었는데, 이는 연방정부에 로비를 통해  아웃소싱(outsourcing)으로 정부 사업을 따내는 사람들이 워싱턴 부근에 모여 살고, 또 정부 지출에 의존하는 기업들이 이전해 와서 자리잡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런 결과로 미국의 재정은 최악의 상태에 있지만 로비 집단과 정부 돈을 받아 정부 기능을 대신하는 기업들은 막대한 돈을 벌었다는 주장이다. 공화당 정권이 들어서자 로비 회사들은 제철을 만난 듯이 번창했고, 그런 탓에 오늘날 성장률이 가장 높은 사업은 다름아닌 로비라고 저자는 말한다.

보수주의자들의 정부기능에 대한 냉소주의가 많은 부작용을 초래했다고 보는 저자는 “비즈니스에 대한 정부 간여는 줄이고 정부는 많은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는 공화당의 철학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미국의 보수주의는 정부를 ‘시장에 불필요하게 개입하는 존재’로 인식하기 때문에 보수 정권이 들어서자 정부의 규제가 필요없다는 사람들이 정부 고위직에 대거 임명됐고,  그 결과로 해당분야에서 공직 경험이 없는 사적 연고로 맺어진 무능한 집단이 정부기관을 장악했다고 지적한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연방비상관리청(FEMA)이 대표적인 경우인데, 그로 인한 문제점은 2005년에 허리케인 캐트리나가 뉴올린스를 덮쳤을 때 잘 나타났다는 것이다. 정치적 연고로 임명된 경험없는 청장 때문에 FEMA 전체의 사기가 떨어져 있었고, 결국 비상사태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1981년에 워싱턴에서 열린 전국 공화당 대학생 위원회 의장을 맡은 일을 계기로 부시 행정부 시절에 잘 나가던 로비스트로 행세하다가 불법로비로 구속된 잭 아브라모프의 경우를 들어 보수의 부패상을 상기시킨다. 그는 또한 잭 아브라모프가 세운 국제자유기금(IFF)은 남아공화국의 백인정권으로부터 돈을 받아 보수주의 경제철학을 전파하는 단체를 지원했다면서, 보수 싱크탱크의 논리가 냄새 나는 돈줄과 연관이 있음을 지적한다. 

레이건 행정부 8년 동안 재정적자와 국가부채가 엄청나게 증가했으며, 클린턴 행정부는 간신히 균형예산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지만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자 또다시 적자로 돌아섰음을 지적하면서, 저자는 공화당이 나라를 망치는 정당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한다. 저자에 의하면, 진보주의는 좌파적 사회주의 운동과 기업의 이익이 타협하는 데서 발생했으나, 보수주의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아예 배척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점에서 보수주의자들은 전통을 지키기는커녕 오히려 전통을 파괴하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공화당 8년 통치 끝에 미국은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기둥이 산산조각이 났다고 면서, 돈과 공공선(公共善) 중에서 항상 돈을 선택했던 보수주의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말로 책의 끝을 맺는다. 기로에 서있는 보수주의를 되돌아 보게 하는 책이다.
© 이상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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