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삼풍 백화점, 삼풍 아파트

작성일 : 2020-10-22 08:41조회 : 2,561

삼풍 백화점, 삼풍 아파트

어느 신문 사내 칼럼이 유은혜 교육부총리를 '윤은혜', '윤 장관'으로 지칭했다. 워낙 현 정부 부총리나 장관이 존재가 없어서 성이 헷갈리는지는 알 수 없지만, 요즘 신문사의 데스킹과 교열이 내가 알았던 시절의 신문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통상적으로 사설은 어느 위원이 쓰면 논설주간이나 주필이 데스킹을 본다. 그리고 교열에서 맞춤법 등을 챙겨본다. 사설은 회사의 의견이기 때문에 최종 출고되기 전에 편집인과 편집국장, 그리고 사장도 읽어 본다. 사내 기명칼럼도 회사의 편집방향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데스킹은 하지 않더라도 출고 전에 사내에서 읽어 보는 게 원칙이다. 외부 칼럼은 필자의 의견이니까 사실에 대한 오류가 있는 경우에야 데스킹 담당자가 필자에게 출고전에 연락을 하곤 한다.

내가 신문사 사정을 아는 것는, 1995년 가을부터 2003년말까지 조선일보 비상임논설위원을 지냈기 때문이다. 기간 중 사설과 <만물상> 칼럼을 450편 썼는데, 물론 무기명으로 쓴 것이고 회사의 편집방향을 반영한 것이다. 환경 물관리 에너지 해양, 그리고 사법제도와 정부개혁 등에 관한 사설을 많이 썼다.

그 때 배운 교훈은, 데스킹 볼 일이 적고, 교열부가 고칠 일이 없는 글을 써야 제대로 된 논설위원이라는 것이다. 정부나 정치인을 비판하더라도 그 토대가 되는 사실은 몇번씩 확인해야 함은 기본이었다.

데스킹을 보고 교열부가 보고 또 편집인이 보더라도 어처구니 없는 실수가 나올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그래서 윤전기가 돌아가기 전에 마지막 한번 더 보아야 하는 것이다.

1995년 여름에 삼풍 백화점이 붕괴했는데, 96년 초에 피해 배상을 돕기위해 재해관련법 시행령을 고쳐서 국고로 지원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이것은 손해배상 책임의 원칙에 어긋나고 더구나 시행령 개정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사설로 비판하기로 했고, 법률 문제이니까 내가 쓰는 게 좋겠다고 해서 내가 쓰게 됐다.

그런데 사설 처음에, 삼풍 백화점이라고 쓸 것을 '삼풍 아파트'로 쓴 것이다. 이게 데스킹, 교열 거쳐서 가판 인쇄를 시작하기 직전에 내가 찾아내서 급히 연락해서 마지막 순간에 '삼풍 백화점'으로 고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니까 온몸이 식은 땀으로 젖고 말았다.

지금도 그 때 그 사설이 삼풍 아파트로 그대로 나갔더라면 삼풍 아파트 주민들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하고 생각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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