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레몬 같은 개혁안

작성일 : 2020-10-31 10:33조회 : 2,565

10월 22일

레몬 같은 개혁안

나는 설익은 개혁안을 종종 레몬에 비유한다. 그럴싸하게 들리지만 실제로 응용하면 부작용이 더 많은, 유토피아를 그리는 책상머리들이 내어 놓는 개혁 아이디어를 그렇게 비유하곤 한다.

원래 '레몬'이란 표현은 번쩍번쩍하게 딱아서 전시장에 내어 놓은 중고차를 샀더니 문제 투성이라서 새 차 보다 돈이 더 들어가는 것을 표현하는 단어다. " I picked a big lemon.".. 영업사원의 말 만 듣고 큰 장비를 샀더니 유지비만 들어가는 경우에도 그런 표현을 쓴다.

2000년에 맨해튼 연구소 연구위원이고 <시티 저널>의 에디터인 헤더 맥도날드 Heather MacDonald 가 펴낸 <잘못된 아이디어가 미친 부담>The Burden of Bad Ideas란 책을 재미있게 읽었는데, 책 표지에 큼직한 레몬이 있다. 그럴싸하게 보이지만 사실은 잘못된 아이디어로 밝혀져서 엄청난 부작용과 사회적 비용을 치룬 사례를 다루면서 그런 아이디어를 레몬에 비유한 것이다. 내가 보기엔 정당명부제, 집단소송, 징벌적 배상제 등 이른바 개혁안이라는게 모두 보기만 좋은 레몬이다.

국가정책은 소꼽장난이 아니다. 설익은 아이디어를 제멋대로 도입하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대체로 이런 아이디어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평화롭게 잘 사는 유토피아를 꿈꾸는 사람들이 내세운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그게 그렇게 쉬우면 우리는 이미 유토피아에 살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국가정책은 축적된 경험에 의해 뒷받침 되어야 하고 그 정책이 가져올 수 있는 부작용, 오남용 될 수 있는 가능성 등을 고려해야만 하는 법이다.

헤더 맥도날드는 1954년 생으로 예일대를 나오고 켐브릿지에서 석사를 했으며 스탠포드 로스쿨을 졸업했다. 뉴욕에 살면서 칼럼리스트와 저술가로 활동하고 있다. 공부를 제대로 해야 이런 책도 내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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