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제2공화국 참의원 대선거구

작성일 : 2023-01-13 16:41조회 : 1,387

제2공화국 참의원 대선거구

한 선거구에서 국회의원을 2명씩 선출했던 중선거구제는 유신 정권과 5공 정권의 산물이기 때문에 설마하니 지금 그런 선거구제를 도입하자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한 선거구에서 당선자를 여러 명 내는 대선거구제도 우리가 잠시 해본 적이 있다. 4.19 후 2공화국에서 참의원을 대선거구제로 구성했던 것이다.

이승만 대통령은 1952년에 직선제 개헌을 밀어 붙이면서 끼워 팔기로 양원제를 도입했다. 그러면서 참의원은 참의원을 구성한 때부터 기능을 한다는 조항을 두었는데 이승만 대통령은 참의원 선거를 시행하지 않은 채 1960년 4.19로 물러나게 된다. 헌법에 규정된 참의원을 대통령이 제멋대로 구성하지 않았지만 그 같은 헌법 위반 사태를 다툴 수가 없었다.

자유당 시절에 민주당은 의원내각제와 양원제가 가장 중요한 정강정책이었고, 4.19 후 이루어진 개헌으로 의원내각제와 양원제를 시행하게 됐다. 그 때 참의원 선거구는 특별시와 도(道)로 하고, 참의원 정수는 민의원 정수의 1/4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했다.(헌법 제32조 4항) 민의원 임기는 4년이되 민의원이 해산되면 의원 임기도 같이 끝난다. 참의원 임기는 6년이며 3년마다 1/2을 선출한다. 참의원은 해산되지 않기 때문에 참의원 의원 임기는 보장된다.

이렇게 해서 1960년 7월 29일 총선에서 민의원 233명과 참의원 58명이 선출됐다. 민의원에서 민주당은 175석, 자유당이 2석, 무소속이 46석을 차지했다. 참의원에선 민주당이 31석, 자유당이 4석, 무소속이 20석을 차지했고 사회대중당, 한국사회당, 그리고 민족진보연맹이 각 1석을 차지했다. 참의원 58명 중 무소속 당선자가 많고 혁신계열 정당이 3명의 당선자를 냈다.

서울시와 각 도별 대선거구에서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 유권자는 2표를 행사했다(제주는 1표). 참의원 숫자는 서울 6명, 경기도 6명, 강원도 4명, 제주도 2명 등으로 각기 달랐지만 모두 짝수였다. 3년 후에 1/2을 개선(改選)해야 하기 때문에 홀수로 정할 수 없었다. 서울을 예로 들면 6명 당선자 중 득표 순서대로 1위에서 3위는 임기가 6년이고 4위에서 6위는 임기가 3년으로 정해졌다. 따라서 3년 후에 서울에선 임기 6년의 참의원 3명이 선출할 예정이었으나 5.16으로 참의원은 없어져 버렸다.

민의원은 정당 공천제가 있어서 한 지역구에 한 정당은 한 후보만 공천을 했다. 당시 민주당 공천은 당선이나 마찬가지여서 공천을 둘러싸고 신파와 구파가 치열하게 다투었다. 반면에 참의원은 정당이 공천하는 숫자에 제한이 없었다. 따라서 2명을 뽑는 제주에선 민주당 후보가 3명이나 출마를 했다. 따라서 정당 표기는 그 후보가 그 정당원임을 나타내는데 불과했다. 6명 당선자를 선출하는 서울에선 후보자 28명이 출마했는데, 그 중 6명이 민주당이었고 그중 4명이 당선됐다(한통숙, 김동명, 고희동, 전용순). 나머지 당선자 두 명은 무소속이었다(백낙준, 이인).

서울에서 1위 당선자는 연세대 총장을 지낸 무소속 후보 백낙준 박사였다. 유권자가 2표씩 행사한 투표에서 서울 당선자 득표율은 1등을 한 백낙준이 39.4%였고 2위부터 6위까지는 21.9%~17.5%였다. 교육 수준이 높은 서울 사람들이 인물 위주로 투표를 해서 서울에서 당선된 6명은 경력도 있고 지명도가 있는 사람들이었다. 서울 외 지역에서 당선된 참의원으로는 장면 총리의 최측근으로 2공화국에서 무임소 장관을 지내게 되는 오위영(1902~1978)이 경상남도에서, 자유당 시절에 야당 의원을 지낸 소선규(1903~1968)가 전라북도에서 당선돼서 정치적으로 역할을 했고, 그 외에도 지명도가 있는 당선자가 꽤 있었다. 양원제에선 민의원이 권한이 많고 당시는 민주당 공천이면 거의 당선이 되는 분위기라서 민주당 인사들은 민의원을 선호했다.

백낙준 박사는 무소속 구락부와 민주당 구파(윤보선 대통령을 지지하는 계파)의 지지를 얻어서 참의원 의장이 됐다. 민주당 구파인 소선규 의원은 구파와 무소속의 지지를 얻어 참의원 부의장이 됐다. 하지만 민의원에선 민주당 신파(장면 총리를 지지하는 계파)가 숫자가 많아서 장면 박사가 총리로 선출됐다.

5.16으로 허무하게 막을 내린 2공화국이지만 2공화국에서 시도했던 양원제와 참의원 대선거구제는 선거구제 논의를 할 때 참고할 점이 많다고 본다. 양원제는 헌법 개정 사항이라서 선거법 개정으로 도입할 수는 없다. 양원제를 도입하고 상원 선거구를 광역자치단체 단위로 하는 경우는 인구평등원칙에 위반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헌법에 규정을 두어야 할 것이다. 4.19 후 의원내각제 개헌을 할 때 참의원은 서울시와 각 도를 선거구로 한다고 헌법에 규정했기 때문에 선거구 획정을 두고 논란이 생기지는 않았다. 그런 헌법 규정이 없이 대선거구제 선거구를 획정하려면 이해관계가 엇갈려서 합의를 이루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다.

우리 현행 헌법은 소선구제를 하라고 규정하지는 않고 선거구와 비례대표제를 법률에 의해 정하라고 위임하고 있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는 선거구 인구 편차에 기준을 두었고 비례대표 선거는 정당을 상대로 한 투표로 결정하도록 했다. 따라서 개헌이 없이 비례대표제를 없앨 수는 없다.

선거법 개정을 통해 대선거구제를 도입해서 정당 지지도가 의석에 반영되도록 한다면 구태여 비례대표제를 두어야 할 논리가 있는지 의문이다. 그러니까 현행 헌법이 비례대표제를 두고 헌법재판소가 비례대표 선거는 정당 투표에 의하도록 한 것은 소선거구제를 전제로 했다고 보아야 하지 않나 한다. 2인 선거구와 4인 선거구를 섞어서 만드는 선거법은 선거권 평등 위반으로 위헌 시비가 일 가능성도 있다. 선거구제를 개편하자고 떠들기 전에 이런저런 모든 점을 살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진 : 제2공화국 시절. 앞쪽 왼쪽부터 장면 총리 부부, 윤보선 대통령 부부, 백낙준 참의원 의장, 곽상훈 민의원 의장. 서 있는 방문자들은 참의원 의원들로 보인다. 뒷줄 왼쪽에서 두 번째 콧수염을 기르고 안경 쓰신 분이 나의 외조부인 고희동(1886~1965). 7.29 총선에서 서울에서 당선된 참의원이셨다. (출처 : 민주당사 전시회)
뒷줄 왼쪽 끝은 오위영(1902~1978)으로 보인다. 오위영은 1959년 미스 코리아 오현주(1940~2010년)의 아버지이며, 천주교 제주 교구장 강우일 주교의 외조부이기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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