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학을 떠나고 10년

작성일 : 2023-02-19 11:31조회 : 1,205

대학을 떠나고 10년

2013년 2월 18일, 그러니까 바로 10년 전 오늘, 조선일보가 나에 관한 짤막한 기사를 냈다. (아래 참조). 2012년 대선이 끝나고 총장을 만나서 더 이상 강의를 못하겠다고 했더니 무슨 그런 말을 하느냐고 만류했다. 내가 굽히지 않자 해가 바뀌어서 명예퇴직 방식으로 처리해주기로 했다. 그리고 한 달 동안 연구실에 있는 책자와 자료를 정리하느냐 고생을 했다.

이런 사정을 알고 지내던 몇몇 기자와 방송 진행자한테 알렸더니 내가 박근혜 정부에서 한 자리를 할 예정이라서 그러는 줄로 알았다. 그러던 중 조선일보 기자가 전화를 걸어서 사실을 확인해 주었더니, 아래 기사가 나온 것이다. 기사의 마지막을 보면 “야당 성향 교수 - -”하는 부분이 나온다. 이런 논리로 기사를 만드는 것도 조선일보의 특기다.

정년을 4년 앞당겨서 대학을 나오게 된 동기는 다른 것이 아니다. 도저히 강의를 못하겠고 학술논문을 쓰는 일도 더 이상 못하겠기 때문이다. 2012년 한 해 동안 뉴스에 하도 많이 나와서 강의실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거북했다. 연금이 나오니까 대학을 나온다고 해서 수입이 끊기는 것도 아니고 할 일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니까 연구실이 없어지는 것 외에는 아쉬울 것도 없었다. 그 후 2년 동안 나는 칼럼 집필과 방송 출연으로 나름 바쁘게 지냈고 <공부하는 보수>라는 묵직한 책도 낼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대학 교수 정년이 65세인데, 급여체계가 연공제(年功制)를 기초로 하기 때문에 60세 넘은 정교수가 은퇴하면 의욕이 넘치는 젊은 조교수 2명을 채용할 수 있다. 하지만 미리 은퇴하는 교수는 거의 없다. 왜냐하면 50대 중반부터는 가르치던 과목을 대충 가르치고 이미 썼던 논문과 비슷한 논문을 내는 식으로 정년까지 버티기 때문이다. 내 생각으론, 교수 봉급체계는 58~60세에 정점(頂点)을 이루게 하는 방식이 좋지 않는가 한다.

대부분 나라에 교수는 정년이 있지만 미국 교수는 정년이 없다. 정년은 고용을 강제로 끝내는 것이라서 나이에 의한 차별이라는 주장이 있었고 이에 따라 의회는 강제 은퇴(Mandatory Retirement)를 금지했는데 그러면서 대학 교수는 테뉴어 제도가 있으니까 예외적으로 70세에 은퇴하도록 했다. 미국은 고용주가 경영상 이유로 해고하는 것이 자유롭기 때문에 대부분 근로자의 경우 이 조항은 큰 의미가 없다. 그러던 중 교수만 정년을 규정한 조항이 연령에 근거한 차별로 위헌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실제로 그런 판결이 나왔다. 그런 상황에서 70세 정년을 없애도 대부분의 교수는 70세에 은퇴할 것이라는 미국 학술원 보고서가 나오자 의회는 교수 정년 70세 조항을 없애버렸다. 이렇게 해서 미국에선 1994년부터 교수 정년이 없어져 버렸다.

하지만 학술원 예측은 보기 좋게 틀리고 말았다. 교수들은 70세가 넘어도 은퇴를 하지 않았고 대학은 막대한 재정 부담을 지게 됐다. 다른 직업과 달리 교수는 테뉴어가 있기 때문에 교수는 사람을 죽이지 않는 한 해고 할 수가 없다. 학생이 많은 학부를 가르치는 교수들은 강의와 채점이 지겨워서 70세에 그만 두지만 연구 중심의 명문대학일수록 80세가 넘도록 대학에서 버티는 경우가 많아졌다. 대학은 연봉 협상 때 강의 평가와 연구 업적이 나쁘다는 등 여러 이유를 들어 연봉을 삭감해서 은퇴를 유도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2차 대전 후 태어난 베이비 붐 세대는 모두 은퇴했는데, 유독 대학에서만 버티고 있다. 한 때 대학은 조기 은퇴 수당을 주어서 퇴직을 유도하기도 했지만 그런 방식은 더 이상 쓰지 않는다. 정작 나가야 할 무능한 교수들은 버티고 있고 유능한 교수들이 조기은퇴 수당을 받고 다른 대학으로 이직을 하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대학이 안고 있는 큰 문제 중의 하나는 노쇠해가는 교수 집단이다. 백발 교수들이 의욕적으로 학교에 나오고 있는데, 과연 이들이 변화하는 세상에 부응하는 연구와 교육을 하는지는 의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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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013년 2월 18일

"교수가 정치 참여" 시비 일자… 정년 4년 남기고 스스로 물러난 교수
중앙대 이상돈 교수

양승식 기자 입력 2013.02.18 03:04

지난해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회 위원을 지냈던 이상돈(62·사진) 중앙대 법대 교수가 정년을 4년 앞두고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이 교수는 정치권에 본격적으로 관여하면서 대표적 '폴리페서' 중 한 사람으로 거론됐었다. 중앙대는 "이 교수의 사퇴 의사를 받아들여 절차대로 처리할 예정"이라며 "명예퇴직 형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역사·정치 책을 쓰려 한다"면서 사직 이유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다만 이 교수는 "지난 1년 동안 교수로 그렇게 (정치 참여) 하고 나서 대학에서 가르친다는 건 그런 (좋지 않은) 면도 있다"면서 "그런 (폴리페서) 시비가 걸리면 학교를 접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특별한 계획은 없다"면서 "학생들에게 소홀한 건 아니었지만, 지난 1년 동안 정상적인 교수 생활을 하지 못했고, 끝났으니 감사하다"고 했다.

지난해 대통령 후보 캠프엔 상당수 교수가 몰려들었다. 이 교수는 당시 박효종 서울대 윤리교육과 교수와 더불어 여당 성향의 대표적 폴리페서로 거론됐다. 야당 성향 폴리페서로는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등이 꼽혔다. 학교에 적(籍)을 걸어두고 정치 활동을 병행하는 다른 교수들과 달리, 사표를 던진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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