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엔테베 작전

작성일 : 2023-03-04 10:23조회 : 1,619

엔테베 작전

넷플릭스에서 2018년에 제작된 <엔테베 작전>(7 Days in Entebbe)을 보았다. 감회가 깊은 이유는, 이스라엘이 이 작전을 소재로 만든 영화 <Operation Thunderbolt>를 군 복무 중에 보았기 때문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이 영화를 보고 감동을 받아서 우리 군도 보면 좋겠다고 해서 상급부대 중심으로 영화를 본 것으로 기억된다. 1976년 여름에 북한군의 판문점 도끼 만행으로 전쟁이 일어날 뻔 했고 카터라는 사람이 미국 대통령이 돼서 주한 미군을 철수한다고 떠들 시절이니까 박 대통령은 이 영화를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꼈을 것이다. 유튜브에는 1977년 이스라엘 영화가 그대로 올려 있어서 45년 만에 다시 보았다. 엔테베 작전을 다룬 영화는 1977~78년에 미국에서도 만들어졌는데 별로이고 이스라엘에서 만든 이 영화가 사실에 기초해서 잘 만들어 졌다고 평가된다.

1976년 6월 25일 텔아비브를 출발해서 아테네를 거쳐 파리로 향하던 에어프랑스 항공기가 아테네 공항에서 탑승한 4인조 테러범(서독인 2명과 아랍인 2명)에 의해 납치돼서 리비아 벵가지 공항을 거쳐 우간다 엔테베 공항에 도착했다. 테러범들은 이스라엘에 잡혀 있는 팔레스타인 테러범 52명의 석방을 요구했다. 이들은 유럽인 승객은 석방하고 이스라엘 국민과 승무원 등 106명을 인질로 잡아 공항 건물에 붙잡아 두었다.

이스라엘 국방부는 대담한 인질 구출 작전을 구상해서 그 시행을 정예 특수부대에 맡겼다. 인질 상황이 벌어진 후 7일 째 되는 날 이스라엘 특공대는 C-130 허큘리스 수송기 4대에 나누어 타고 심야에 엔테베 공항에 착륙해서 인질범 4명을 사살하고 인질 102명을 무사히 구출했다. 부대를 이끈 요나단 네타냐후(Yonatan Netanyahu 1946~1976. 7. 4) 중령이 우간다 경비병과 교전 중에 총상을 입고 사망했으며 대원 4명이 부상을 입었다. 승객 인질 3명은 교전 중 사망했다. 홍해(Red Sea)를 저공비행하는 허큘리스 수송기 4대의 모습이 장관(壯觀)인데, 2018년 영화는 그래픽 디자인이고 이스라엘 영화는 실제로 이스라엘 수송기가 비행하는 모습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현 이스라엘 총리는 요나단 네타냐후의 동생이다. 이들 형제의 부친은 코넬대 교수를 지낸 저명한 역사학자이다. 형제는 모두 이스라엘 특수부대에서 복무했고 1967년 전쟁과 1973년 전쟁에 참전했다. 요나단 네타냐후는 1973년 욤 키푸르 전쟁에서 골란 고원으로 쳐들어온 시리아 공수부대를 섬멸하는 등 혁혁한 전공(戰功)을 세워서 널리 알려졌다.

2018년 영화에는 이 작전을 두고 당시 라빈 총리와 시몬 페레스 국방장관이 의견 대립을 빚는 장면이 나온다. 이스라엘 영화에 그런 장면은 없다. 당시 라빈 총리는 아프리카 남쪽까지 특공대가 간다는 데 대해 회의적이었고 거의 자포자기했지만 페레스 국방장관은 군 지휘부를 설득해서 작전을 독려한다. 2018년 영화에는 독일인 남녀 인질범이 고뇌하고 뒤늦게 후회하는 장면이 나온다. 1970년대 서독에선 적군파(Red Army)니 바더-마인호프니 하는 극좌파 테러단체가 날뛰었는데, 에어프랑스 항공기를 납치한 서독 남자는 좌파 이념 서적을 내는 출판사 주인이고 서독 여자는 페미니즘 운동가이다. 팔레스타인 출신 테러범은 이 두 사람에게 "너희 독일 사람들이 유대인을 박해해서 이스라엘이 이제 우리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박해한다"고 말하자 두 사람은 아무 말도 못한다. 영화에 나온 대화이지만 흥미있는 포인트이다.

서독 여자는 이스라엘이 자기들 요구대로 아랍 포로들을 풀어준다고 해도 자기는 돌아갈 곳이 없음을 뒤늦게 깨닫는다. 인질 테러범들은 모두 사살됐기 때문에 실제로 이런 대화가 있었는지는 물론 알 수 없다. 그 날 밤 심야에 이스라엘 특공대가 쳐들어 왔을 때 서독인 두 사람이 총을 들고 경계를 섰는데, 독일 남자는 이스라엘 승객들에게 엎드리라고 소리치고 머뭇거리다가 들이닥친 이스라엘 특공대에 의해 사살된다. 덕분에 대부분 인질들은 다치지 않았다. 이스라엘 영화에 그런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이스라엘 영화에는 네타냐후 중령이 수송기 속에서 군의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눈을 감는 장면이 나온다. 네타냐후가 숨을 거두자 숙연해 하는 특공대원들의 모습을 보고 감동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스라엘 영화에는 특공대원들이 공항에 있는 우간다 공군 미그기를 모두 파괴하는 장면도 나온다. 우간다 공군기가 추격할 가능성을 없애버린 것인데, 그날 우간다 공군의 모든 전투기가 파괴된 셈이다. 영화에는 나오지 않지만, 이스라엘 수송기는 케냐에 착륙해서 급유를 하고 텔아비브로 향한다. 이에 화가 난 우간다의 미친 독재자 이디 아민은 우간다에 사는 케냐 사람들을 모두 죽이라고 명령해서 대학살이 발생했다.

온 국민이 애도하는 가운데 치러진 요나단 네타냐후의 장례식은 국장(國葬)이나 마찬가지였다. 미국에서 공부를 마친 베냐민 네타냐후는 이스라엘로 돌아와서 형의 이름을 딴 연구소를 세웠다. 베냐민 네타냐후는 1984~88년간 유엔 주재 대사를 지냈고, 리쿠드 당에 입당해서 정계에 진출했다. 1992년 총선에서 리쿠드 당이 패배하자 리쿠드 당 대표로 야당을 이끌었고, 이자크 라빈 총리가 암살된 후 치러진 1996년 총선에서 노동당 후보 시몬 페레스를 꺾고 총리에 당선됐다. (총리를 직선으로 선출했던 첫 번째 선거였다.) 베냐민 네타냐후는 20년 전에 국방장관으로 자기 형을 가장 아꼈던 시몬 페레스를 상대로 선거에서 승리했으니 역시 정치라는 것은 앞날을 알 수가 없다.

1960년대 말에서 1970년대 전반기까지 미국과 유럽, 그리고 일본에선 급진 좌파 지하단체가 자생적으로 생겨나서 온갖 폭력사태를 만들어 냈다. 에어프랑스 항공기를 납치했던 서독의 두 젊은이가 꿈꾸었던 세상은 도무지 어떤 세상인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1967년 3차 중동전쟁(6일 전쟁)에 참전하고 전역한 요나단 네타냐후는 하버드에 입학해서 공부를 했다. 그러나 그는 보스턴 유학생활은 자기가 감당하기 어려운 사치라고 생각하고 학업을 포기한 후 이스라엘로 돌아와서 특수부대에 현역으로 다시 입대했다. 그 부대의 지휘관이 된 네타냐후는 1973년 10월 욤 키푸르 전쟁에서 크게 활약했다. 그리고 30세 나이에 그는 우간다에서 산화(散華)해서 전설(legend)이 됐다. 그리고 이에 힘입어 그의 동생 베냐민 네타냐후는 이스라엘 총리를 여러 번째 하고 있다. “격동의 1970년대는 지금도 살아서 숨을 쉬고 있다.”

사진 (1) 요나단 네타냐후 (1946~1976)와 그의 장례식
사진 (2) 2018년 영화 포스터
사진 (3) 1977년 이스라엘 영화 포스터
아래를 클릭하면 짤막한 광고가 나온 후 1977년 이스라엘 영화가 나옵니다. 영어 자막이 있습니다. 비록 옛날 영화이지만 볼 만 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D_GQdH1V7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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