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주디스 캠벨 (5)

작성일 : 2023-11-11 10:33조회 : 1,411

주디스 캠벨 (5)

케네디는 대통령에 당선된 후에도 주디스 캠벨과 더욱 가까이 지냈다. 대통령에 취임하기 전에 케네디는 샘 지앙카나에게 보낼 정보가 있다면서 주디스에게 문서를 전해 줄 것을 부탁했다. 그러면서 케네디는 그 문서가 카스트로를 제거(elimination)하기 위함이라면서 CIA가 지앙카나와 존 로셀리에게 이를 청부(hire)했다고 주디스에게 이야기했다. 주디스는 제거한다는 것이 암살을 의미하는 것까지는 당시에는 몰랐다고 시무어 허시 기자에게 설명했다.

피그스 만 침공 사건으로 체면을 구긴 케네디 형제는 카스트로를 암살하라고 CIA에 지시해서 CIA가 ‘몽구스 작전’을 펼쳤음은 1967년에 칼럼니스트 드루 피어슨에 의해 처음 알려졌다. 하지만 주디스 캠벨에 의하면, 대통령에 취임하기도 전에 케네디는 CIA가 카스트로를 암살하기 위해 샘 지앙카나와 존 로셀리에게 위탁했음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CIA는 대통령 당선자에게 안보 브리핑을 하지만 카스트로를 암살하는 비밀계획을, 그것도 마피아와 함께 카스트로를 암살하려고 함을 브리핑했다는 이야기기 된다. 그렇지 않다면 케네디는 샘 지앙카나로부터 CIA의 카스트로 암살 계획을 들어서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여하튼, 이런 민감한 사안을 자기와 정(情)을 통하는 젊은 여성한테 이야기를 하는 케네디는 매우 가볍고 경솔한 사람임이 분명하니, 대중이 알고 있는 케네디는 완전한 허상인 셈이다.

아이젠하워 행정부 말년인 1960년에 CIA는 쿠바 침공에 앞서서 카스트로를 제거하려고 했고, 이를 위해 마피아와 협력했음은 워터게이트 사건 후 상원 처치위원회 조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하지만 아이젠하워 대통령과 닉슨 부통령이 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었는가는 아직도 밝혀진 바가 없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CIA 국장 앨런 덜레스는 민주당 후보 케네디에게 안보 브리핑을 했다. 야당 후보에게 CIA가 이런 브리핑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공화당 후보인 닉슨 부통령은 매우 불쾌하게 생각했다. 닉슨은 CIA가 케네디에 줄을 선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닉슨은 CIA는 동부 엘리트 그룹이라고 생각해서 좋지 않은 선입견을 갖고 있었다.

아마도 앨런 덜레스는 케네디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을 수도 있다. 대통령이 된 케네디는 덜레스를 경질하지 않고 유임시켰다. 주디스 캠벨의 이러한 증언에 미루어 보면 덜레스 국장은 쿠바에 대한 상세한 브리핑을 했음을 알 수 있다.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케네디는 아이젠하워 행정부가 쿠바에 대해 너무 미온적으로 대해 왔다고 비판하고 자기는 쿠바의 공산체제를 무너뜨려서 해방시키겠다고 공약했다. 반면에 닉슨은 쿠바에 대한 군사적 조치는 국제법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해서 보수층의 비웃음을 샀다.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닉슨은 쿠바 문제에 대해서 가장 큰 실점(失點)을 기록했고 그 발언은 대선 패배의 한 원인을 제공했다. 그 후 쿠바는 닉슨에게 아주 아픈 기억으로 오랫동안 남아 있게 된다.

주디스 캠벨이 전하는 바는, 케네디는 CIA가 마피아와 함께 카스트로를 암살하는 계획을 아주 가볍게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사실 피그스 만 침공에서 베트남 파병에 이르는, 케네디 시절의 중요한 외교 정책은 이처럼 가볍게 결정됐다. 케네디는 아이젠하워 정부 말부터 시도해 온 카스트로 암살이 성공하지 못했음에도 피그스 만 침공을 결정해서 재앙을 초래했다. 그 후에도 케네디는 쿠바 체제 전복을 CIA에 지시해서 카스트로는 소련에 부탁해서 미사일을 쿠바로 들여오게 된다. 쿠바 미사일 위기는 케네디가 자초한 것이었다.

케네디의 대통령 임기 첫해인 1961년에만 주디스는 케네디의 부탁으로 케네디의 서신을 열 번 이상 샘 지앙카나와 존 로셀리에게 전달했다. 주디스는 자기는 사랑하는 케네디를 위해서 그런 일을 기꺼이 했다고 밝혔다. 백악관 침실에서 케네디와 섹스를 하고 나면 2층 식당에서 둘이서 저녁 식사를 했는데, 이따금 로버트 케네디가 들어와서 주디스에게 친근하게 말을 걸었다고 주디스는 증언했다. 주디스는 케네디가 전달하라는 서신을 갖고 시카고에 가서 지앙카나를 만나고 라스베이거스에 가서 존 로셀리를 만났으며, 어떤 때는 케네디의 서류를 이들이 받기도 했고 어떤 때는 서류를 읽고 주디스에게 다시 케네디에 전하라고 하기도 했다. 주디스는 이렇게 다닌 비행기 표를 보관해 왔다.

주디스는 또한 케네디와 지앙카나의 만남을 그해에 최소 두 차례 주선했다고 증언했다. 피그스 만 침공 사건이 있고 두 주일 후인 4월 28일 시카고에서 열린 정치 만찬 모임에 참석차 온 케네디는 주디스가 묵고 있는 앰바사더 호텔 방에서 지앙카나를 만나서 둘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생생하게 기억했다. 주디스는 그해 8월 8일 오후에 워싱턴에서 케네디가 지앙카나를 만났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 시간에 백악관의 대통령 일정은 공백이었고, 그 날 지앙카나가 워싱턴 DC에서 여권을 신청했음이 1990년대 초에 확인됐기 때문에 주디스의 진술은 정확한 것으로 보인다고 시무어 허시 기자는 평했다.

1960년 11월부터 FBI,는 주디스를 감시하기 시작했다. 대선을 며칠 앞두고 FBI 요원 두 사람이 주디스를 집으로 찾아와서 지앙카나와 로셀리와의 관계를 물어서 주디스는 불쾌하게 생각했다. 주디스는 이 일을 케네디에 이야기 했더니 케네디는 걱정 말라고 했다. 나중에 정보공개법에 의해 공개된 FBI 기록은 FBI는 주디스를 돈 받고 마피아와 즐기는 매춘여성(whore)으로 보았음이 드러났다.

1962년 2월 27일, 에드가 후버 FBI 국장은 로버트 케네디 법무장관에게 샘 지앙카나 및 존 로셀리와 가까운 주디스 캠벨이라는 여성이 케네디 대통령과 자주 통화를 한다면서 그 전 주일에도 통화를 두 차례 했다는 내용의 메모랜덤을 보냈다. 후버의 메모랜덤은 카첸바흐 법무차관과 케네스 오도넬 백악관 비서실장에게도 전달돼서 케네디에 보고가 됐다. 에드가 후버가 이런 메모랜덤을 보낸 이유는 자신이 이런 사실을 알고 있다고 케네디 형제에 대해 과시 또는 위협한 것이었다.

3월 22일, 후버는 백악관을 방문해서 케네디 대통령과 단 둘이서 오찬을 했다. 이는 처치위원회의 기록에 의해 확인돼나 두 사람의 대화내용은 알려지지 않았고 기념사진도 남아 있지 않다. 처치위원회는 두 사람 간의 점심이 끝난 후 두 시간 후 케네디는 주디스와 통화를 했으며 그것이 두 사람 간의 마지막 통화라고 결론내렸다. 하지만 주디스는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1996년 허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주디스에 의하면 케네디는 주디스에게 어머니 집으로 가서 전화를 하라고 했고, 그렇게 통화를 했다는 것이다. 주디스는 그 후에도 케네디와 연락을 했고, 케네디가 보낸 검은 자동차로 백악관을 들어가서 케네디와 섹스를 했다고 말했다. 또한 주디스는 후버 국장이 자기가 카스트로 암살 문제로 지앙카나와 로셀리를 만나며, 이들이 CIA와 함께 일한다는 사실도 알았을 것이라고 허시 기자에게 말했다. 1962년 들어서 주디스를 중심으로 케네디 형제, 지앙카나와 로셀리, 그리고 CIA와 FBI가 이처럼 매우 ‘위험한 관계’를 구성하고 있었다.

사진 (1) : 케네디 대통령과 앨런 덜레스 CIA 국장. 케네디는 피그스 만 침공 실패 책임을 물어서 덜레스를 해임했다.
사진 (2) : 1961년 2월 23일 백악관에서 케네디 형제를 만난 에드가 후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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