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마릴린 먼로, 그 후

작성일 : 2024-03-13 18:15조회 : 1,204

마릴린 먼로, 그 후

먼로의 죽음에 있어서 결정적인 시간은 8월 4일 밤 9시 30분부터 11시까지로, 그 시간에는 외부 목격자가 전혀 없다. 먼로의 집을 도청한 프레드 오타시는 4일 하루 종일 먼로의 집에서 일어난 일을 녹음한 테이프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그는 공개할 수 없었고, 무엇보다 그 자신이 피터 로포드를 도와서 은폐하는데 가담했다. <The Murder of Marilyn Monroe>(2014)를 펴낸 제이 마골리스는 오타시의 테이프를 들었다는 사람의 진술에 의거해서 문제의 한 시간 30분을 재구성했다. 직접 들은 것이 아닌 전문(傳聞)이기 때문에 전후 상황과 더불어서 재구성한데 불과하다. 오타시가 사망한 후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몰려와서 많은 것을 가져갔다는 이야기도 있고 그의 딸이 테이프를 보관했다고도 한다.

FBI, CIA, 그리고 마피아도 케네디 형제가 먼로와 섹스를 하는 녹음 테이프와 먼로가 사망하는 과정이 녹음된 테이프를 갖고 있었을 것으로 본다. 이처럼 마릴린 먼로는 케네디 형제에게 매우 취약한 아켈레스 건(腱)이었다. 먼로는 죽어서 사라졌으나 그 테이프는 악몽처럼 케네디 형제를 괴롭혔을 것이다. 1963년 11월 22일, 댈러스에서 케네디 대통령은 총에 맞아 사망했다. 로버트 케네디는 그 소식을 듣고 “그들이 내 형을 죽였다”(“They killed my brother")고 말했다. 1964년 11월 상원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로버트는 흑인 빈민가를 방문하고 농촌의 이주 노동자들을 만나는 등 차별받는 계층을 옹호했다.

1968년 초 유진 매카시 상원의원이 대선출마 선언을 해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음에도 로버트 케네디는 대선 출마를 주저했다. 그것은 먼로의 죽음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그는 자신에게 또 다른 케네디 대통령을 원치 않는 적(敵)이 많음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결국 대선 출마를 결단했고 캘리포니아 프라이머리에서 승리한 6월 4일 자정에서 5일로 넘어가던 밤 12시 2분 LA의 앰배사더 호텔에서 총에 맞았고 25시간 후 사망했다.

로버트 케네디가 자기의 친구라고 책 서문에서 썼던 제임스 해밀튼 경감(Capt. James Hamilton)은 LAPD의 정보국장으로 사실상 LAPD의 2인자였으나 1963년 LAPD를 떠나서 미식축구 리그의 보안책임자로 자리를 옮겼다. 그가 봉급이 많은 민간 직장으로 옮긴 데는 로버트 케네디의 영향력이 있었다고 한다. 그는 이듬해인 1964년에 뇌종양으로 사망했고, 그 후 그에 대한 기록은 찾아볼 수가 없다.

윌리엄 파커(Willaim Parker 1905~1966) LAPD 국장은 자기의 보좌관이던 대릴 게이츠(Daryl Gates 1926~2010)를 해밀튼의 후임으로 정보국장에 임명했다. LAPD를 막강한 경찰로 확립시킨 윌리엄 파커 국장은 1966년 7월 16일 심장마비로 갑자기 사망했다. 파커가 LAPD 국장이 될 때 그와 경합했던 태드 브라운(Thad Brown 1902~1970)은 자기의 라이벌이던 읠리엄 파커 국장 아래서 잘 견디어 내고 파커의 후임으로 국장이 됐으나 6개월 만에 은퇴했다. 먼로가 죽었을 때 태드 브라운은 형사국장이었다. 그가 죽은 후 그의 유품을 물려받은 딸은 먼로의 죽음에 관한 많은 비밀문서를 발견했다. 태드 브라운은 먼로의 죽음을 파커 국장과 해밀튼 경감이 은폐했음을 알고 있어서 자리를 오래 지킬 수 있었다.

윌리엄 파커가 후계자로 생각했던 대릴 게이츠는 1978년에 LAPD 국장이 돼서 1992년 LA 폭동 여파로 물러날 때까지 14년 동안 국장을 지냈다. 1992년 초, 게이츠는 현직 국장임에도 회고록 < Chief>를 펴냈다. 책에서 게이츠는 먼로가 죽던 날 로버트 케네디가 LA에 와 있었으며 LAPD는 그것을 알았다고 인정했다. 게이츠는 더 이상 그 사실을 숨길 수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최소한 자기는 그 음모에 가담하지 않았음을 기록에 남기고자 했을 것이다.

제임스 해밀튼의 직계 부하로 먼로의 죽음을 은폐하는데 역할을 한 마빈 이아논(Marvin Iannone 1933~?)은 1963년 매우 젊은 나이에 경위로 진급했고 대릴 게이츠 국장 아래어서 부국장을 지냈다. 그는 먼로의 죽음에 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고 인터뷰도 거부했다. 1985년에 그는 베벌리 힐스 경찰국장으로 임명돼서 2003년까지 근무했다. [베벌리 힐스는 별개의 시(City)로 별도 경찰국이 있다.]

8월 5일 새벽에 먼로의 집에 처음 도착한 잭 클레몬스(Jack Clemmons 1924~1998)는 1998년 4월에 사망했다. 당시 LA 서부 경찰청 소속으로 야간당직이던 클레몬스 경사는 진급을 하지 못하고 은퇴했다. 그 후 그는 로버트 슬레처와 함께 먼로의 죽음이 살인임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로 인해 고초를 겪었다. 클레몬스는 먼로가 죽어 있는데 가정부인 유니스 머레이가 밤중에 세탁기를 돌려서 빨래를 하고 있어서 이상하게 느꼈다고 이야기해서 보도가 됐다. 그러자 먼로는 그 집에 이사 온 후에 세탁기를 구입한 적이 없기 때문에 클레몬스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비난이 일었다. 먼로가 죽은 후에 그 집을 사서 10년 동안 살았던 누네즈 부부(Mr. and Mrs. Nunez)의 딸 린다 누네즈(Lynda Nunez)가 그 집에 이사 왔을 때 차고(garage)에 세탁기와 건조기가 있었다고 1980년대 들어서 증언함으로써 클레몬스를 비난했던 사람들은 할 말을 잃었다.

8월 5일 자정이 넘어서 피터 로포드와 로버트 케네디가 탄 자동차를 단속한 베벌리 힐스 경찰국 형사 린 프랭클린(W. Lynn Franklin 1922~2005)은 그 후 베벌리 힐스에서 일어난 중요한 사건들을 해결해서 훈장을 여럿 받고 은퇴했다. 1990년대 들어서 그는 그 밤에 있었던 일을 공개했고, 은퇴 후 작가로 변신해서 <Beverly Hills Cop Story>(1986), <The Beverly Hills Murder File>(1999) 등을 펴냈다.

먼로와는 철없던 젊은 시절에 애인이었으나 먼로가 유명해진 후에는 먼로와 친구로 지낸 로버트 슬레처(Robert Slatzer 1927~2005)는 2005년 4월에 사망했다. 할리우드 기사를 쓰던 기자로 출발해서 극본을 썼던 그는 먼로가 살해당했다고 주장하는 책 <The Life and Curious Death of Marilyn Monroe>을 1975년에 펴내서 먼로의 죽음에 관한 논란을 촉발시켰다. 그는 이 책을 준비하는 동안 협박 전화에 시달리는 등 위험을 경험했다. 그는 1994년에 <The Marilyn Files>이란 책을 펴냈고, 죽은 후에는 먼로가 안치된 웨스트우드 메모리얼 파크에 안치됐다.

8월 5일 아침에 먼로의 집에 일찍 도착한 뉴욕헤랄드 트리뷴의 조 히암스(Joe Hyams 1923~2008) 기자는 로버트 케네디가 한밤중에 헬기를 타고 피터 로포드의 집에서 LA 공항으로 갔음을 밝혀내는 특종을 했으나 기사로 나가지는 못했다. 1966년 뉴욕헤랄드 트리뷴이 폐간하자 그는 여러 잡지에 할리우드 관련 기사와 칼럼을 썼고 책을 여러 권 펴냈다.

먼로의 죽음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정신과 의사 랠프 그린슨(1911~1979)은 먼로가 죽은 후 진료를 포기하고 강의와 집필을 했으나 침울한 삶을 살다가 1979년에 68세로 사망했다. 피터 로포드(1923~1984)는 케네디 대통령이 살아 있을 때까지는 케네디 가족과 어울렸으나 케네디가 암살된 후에는 멀어져갔고 부인 패트리셔와 1966년에 이혼한 후에는 케네디가와는 완전히 멀어졌다. 그는 술로 세월을 보냈고 여러 가지 질병에 시달리다가 1984년 12월 61세로 사망했다. 패트 뉴컴(1930~)은 케네디가(家)의 도움으로 미국 공보처에서 직장을 얻어 일하다가 로버트 케네디 선거운동을 했고 그 후에도 영화업계에서 일했다. 뉴컴은 일체 인터뷰를 거부했고 아직 생존해 있다.

먼로의 삶과 죽음을 파헤친 <Goddess>(1985)를 펴낸 아일랜드 출신 영국 기자 앤소니 서머스(Anthony Summers 1942~)는 베스트셀러 저자로서 유명해 졌다. 먼로에 대해서 그다지 아는 것이 없었던 그는 3년 동안 먼로와 관계되는 사람 650여 명을 만나서 인터뷰를 해서 녹음 테이프에 담았다. 인터넷도 없고 휴대전화도 없었던 시절에 그런 작업이 얼마나 어려웠을지는 충분히 상상이 갈 것이다. 그가 인터뷰를 진행함에 따라 20년 동안 침묵했던 사람들이 공개적으로 먼로의 죽음에 대해 아는 바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서머스에 힘입어서 먼로의 죽음에 대한 진실이 윤곽을 드러냈으니 탐사 작가/기자(investigative writer/journalist)의 힘이란 대단한 것이다. 서머스는 그 후 에드가 후버, 프랭크 시나트라, 리차드 닉슨에 관한 책을 펴냈고 진주만 사건과 9.11 테러에 관한 책도 펴냈다. 아일랜드 바닷가 한적한 전원주택에서 역시 작가인 부인과 함께 살고 있는 그는 넷플릭스에 올라있는 <The Mystery of Marilyn Monroe: The Unheard Tapes>(2022)에 내레이터로 나온다. (* 마릴린 먼로 스토리를 끝맺습니다.)

- 사진 (1) : 먼로와 케네디 형제.
- 사진 (2) : 근래에 찍은 먼로 집. 기본 골격은 그대로 남아 있고 오른쪽 끝에 있는 침실에서 먼로가 시신으로 ‘발견’됐다.
- 사진 (3) : 근래에 찍은 먼로의 집 앞 골목. 8월 4일 밤, 여기에 경찰차와 앰뷸런스가 주차돼 있었고, 오른쪽 이웃집 주민이 2층에서 골목에서 일어난 일을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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