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동네 병원 v. 공공의료원

작성일 : 2024-07-14 23:00조회 : 292

동네 병원 v. 공공의료원

일반 대중에게 개방된 공원을 public park라고 부르고, 아무나 수영을 할 수 있는 개방된 비치는 public beach라고 한다. 하지만 public이 앞에 붙은 기관은 정부가 소유하고 운영하는 것이다. 공기업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정부기업(government enterprise)이고, 공립학교(public school)나 공립병원(public hospital)은 국가나 지자체가 소유하고 운영하는 학교이고 병원이다, 서울대 병원과 전국의 유수한 국립대 병원은 public hospital이지만 운영을 대학이 운영한다는 측면에서 대학병원으로 부를 뿐이다.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의료원은 public hospital이지만 그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재명 대표가 성남 시장을 지낼 때 문을 연 성남의료원은 코로나 때는 유용한 역할을 했으나 지금은 원장과 부원장이 모두 공석이고 의사도 정원의 절반 밖에 없다고 한다. 성남의료원이 이렇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성남시에는 크고 작은 병원이 넘쳐나게 많기 때문이다.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전국민이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기 때문에 일반병원이 사라져 가는 인구 감소지역 또는 흔히 말하는 의료취약지역이 아니라면 시립병원이나 도립병원이 과연 필요한지도 의문이다.

미국은 전국민 의료보험이 없기 때문에 뉴욕 시카고 등 큰 도시는 민간보험이 없거나 보험 커버리지가 부족한 사람들을 위해서 시립병원을 운영한다. 대학병원 등 큰 민간병원이 없는 지역에는 카운티가 운영하는 County Hospital이 있기도 하다. 2차 대전 전에는 미국도 시골 마을에선 개업의가 모든 진료를 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그런 시절은 오래전에 사라졌다. 오늘날은 지역마다 일정한 규모가 되는 병원이 역할을 하며 오지(奧地)에 사는 사람이 사고를 당하는 등 응급상황이 생기면 신속하게 그런 병원으로 이송을 하고 있다. 오지마다 응급환자를 받을 규모의 병원을 세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개업의가 운영하는 의원을 동네병원이라고 부르면서 폄하하는 경향이 있는데, 대단히 잘못된 인식이다. 지하철역에 광고가 많은 이른바 비필수적 의료를 백안시하는 경향이 있으나 건강보험이 커버하지 않는 비보험 의료 분야에서도 의사들은 치열하게 경쟁을 한다. 잠재적 환자들은 의사들에 대한 평판을 판단해서 병원을 선택하기 마련이다. 보험급여 진료를 주로 하는 동네 의원들도 그들대로 경쟁을 해서 좋은 평판을 유지하고자 한다. 이런 병원에 가면 의사가 어느 의대를 나왔고 어느 병원에서 전공의를 했으며 어디서 해외연수를 했는가를 소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 경제가 비약적으로 성장한 지난 20년 동안 진료 수가를 제대로 정상화하지 못해서 의사들이 비급여 과목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런 것을 바로 잡아야 의사들의 비급여 선호 성향이 갈아 앉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의료개혁이 필요하다면서 공공의료원을 많이 세워서 동네병원을 문 닫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황당한 헛소리다. 공공의대를 세우자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국립대 의대는 사적 의대라는 말인지, 도무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 사진 (1) : 버스를 타고 지하철역을 지나면서 병원/의원이 많은 빌딩을 찍어 보았다. 이 빌딩에 있는 어느 병원은 그 분야에서 대단히 유명한 병원으로 의료진과 시설이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한 건물에만 이렇게 병원/의원이 많더라고 응급상황이나 암 뇌졸중 심장마비 등은 대학병원 등 큰 병원을 가는 수밖에 없다. 연구 교육 진료를 함께 해야 하는 대학병원의 정교수는 2억 원 남짓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연봉이 1억 원을 넘으면 소득세 세율이 급격하게 높아지고 덩달아서 건강보험료도 급격하게 올라간다. 2억 원 연봉을 받는 사람은 1억 원 연봉을 받는 사람의 두 배를 버는 것이 아니라 1.5배 정도 버는 것이다.

- 사진 (2) : 건물만 덩그러니 휑한 성남의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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