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박근혜 틴핵 회고

작성일 : 2024-10-01 06:59조회 : 140

박근혜 틴핵 회고

한 민주당 의원이 국회 내에서 대통령 탄핵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어서 논란이 된 모양이다. 아무리 윤석열이 미워도 야당이 이렇게 경솔하게 처신을 하면 탄핵이 앞 당겨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민의힘과 여권 지지층을 결속시키게 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대통령 탄핵, 또는 대통령 사임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그것은 여권의 상당한 부분이 동조하지 않으면 이루어 질 수가 없다. 1974년 8월 리차드 닉슨 대통령이 사임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공화당의 지도부조차 닉슨이 사임하는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화당의 최고 원로는 배리 골드워터 상원의원이었다. 골드워터와 상하원 공화당 원내대표가 백악관을 방문해서 닉슨에게 공화당과 미국을 위해서 사임할 것을 권고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그런 리더십이 있었기에 공화당은 다시 일어나서 1981년부터 12년 동안 집권해서 세상을 바꿀 수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게 된 계기는 JTBC 보도와 이로 촉발된 광장 시위였다. 대통령을 탄핵하기 위해선 의석 2/3가 찬성해야 하기 때문에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들의 동조가 반드시 필요했다. 당시 민주당의 원내 지도부나 문재인 전 의원은 탄핵을 성급하게 언급하지 않았다. 탄핵을 제일 먼저 공개적으로 주장한 사람은 국민의당 소속으로 다음 대통령이 자기라고 생각한 안철수 의원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하기 위해선 새누리당 의원 50명 정도가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비주류 의원들을 움직일 수 있는 김무성 유승민 의원의 동의가 필요했다. 또한 법사위원장이던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의 동조가 필요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지도부가 어차피 박근혜는 실패한 대통령이라서 교체가 불가피하다고 설득할 수 있어서 박근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이다. 당시 국회가 탄핵안을 부결시켰다면 어떤 불상사가 일어날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은 험악했다. 그래서 당시 국회의 리더였던 정세균 의장과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원내대표는 박근혜는 어차피 ‘실패한 대통령’이며 탄핵이란 헌법 절차를 통해 교체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당시 국회는 성숙한 리더십에 따라 움직였기 때문에 탄핵이란 헌법 절차가 가능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 때에 비한다면 지금 국회는 ‘어린이들 장난’하는 형상이다. 지금 민주당이 하는 모습은 국민의힘과 그 지지층이 오히려 견고하게 뭉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윤석열이 의대 증원이란 자살폭탄을 던지는 바람에 스스로가 위태해진 것인데, 민주당이 탄핵 토론회나 하고 또 거부권 행사가 뻔한 법률안이나 계속 만들어내고 있으면 ‘실패한 대통령’의 수명을 연장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2016년 연말 탄핵 정국에서 나는 국회가 탄핵안을 통과시키면 박근혜는 사임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고, 그런 뜻을 방송 인터뷰에서 밝힌 바도 있다. 닉슨은 하원 법사위원회가 탄핵안을 통과시키자 하원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사임했다. 그리고 대통령이 된 제랄드 포드 는 닉슨에 대한 일체의 형사기소를 사면했다. 닉슨은 형사 소추에서 벗어나고 연금을 지킬 수 있었다. 나는 대통령으로서 박근혜는 이미 실패했기 때문에 문제된 재단은 헌납하고 사임한 후에 삼성동 집을 지키고 연금으로 생활하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박근혜 주변의 어떤 작자가 헌법재판소에 가면 탄핵이 기각될 것이라고 속삭였던지 헌재에 가서 박근혜는 파면되고 말았다. 헌재 탄핵 재판에서 박근혜 측 변론은 너무 부실했고 그 결과는 우리가 모두 아는 바이다. 박근혜는 긴 세월을 감옥에서 보냈고 이재용 회장마저 덩달아서 감옥살이를 했다. 그런 박근혜가 자신을 기소한 윤석열과 악수를 하고 웃는 모습, 그리고 그런 윤석열도 박근혜와 비슷한 신세가 되어 가고 있음을 보고 있자니 허무하고 씁쓸하기가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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