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초라한 대학총장들

작성일 : 2024-10-07 08:04조회 : 76

초라한 대학총장들

서울대 의대가 학장 책임 하에 의대생들이 낸 1학기 휴학계를 수리하자 이에 놀란 교육부가 거의 발광(發狂)을 하고 있다. 지난 4일 교육부가 의대가 있는 대학 총장들을 소집해 온라인 회의를 열었다고 한다. 오석찬 교육부 차관 주재로 온라인 회의를 열었다는데, 이 자리에서 “추가로 동맹휴학을 승인하는 대학이 나와선 안 된다. 학사관리를 철저히 해 달라”는 취지의 당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우리나라 대학 총장이란 사람들이 너무 한심하다. 아무리 온라인 회의라고 해도 장관도 아니고 차관이 주재하는 회의에 어떻게 대학총장 40명이 참석한다는 말인지, 기가 막힌다. 총장 40명이면 대통령이 공손하게 예의를 갖추어 초청을 해도 그 성격상 가야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숙고하고 참석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법이다. 무엇보다 총장 40명을 소집하는 발상 자체가 오만불손하고 불경하기 이를 데 없다. 그런데 장관도 아닌 차관이 소집한 회의에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면서 총장 40명이 훈시(訓示)를 들은 모양이니 어처구니가 없다,

하기야 이번 의대 증원이야말로 우리가 흔히 아카데미즘이라고 부르는 대학의 권위와 학문의 자유, 그리고 대학의 자율과 자치를 심각하게 훼손한 조치임에도 전현직 대학총장 중 단 한 사람도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그러니까 대학총장이 우습게 보이는 것이고, 그래서 교육부가 차관을 앞세워서 총장들을 마치 부하 다루듯이 한 것이다. 권위는 스스로 세우지 않으면 안 되는 것임을 잘 보여주었다.

교육부는 의대생이 휴학한 것을 ‘동맹휴학’을 했다면서 그것이 불법이라고 하니 지나가는 뭐가 웃겠다. 우리 근대사에 ’동맹휴학‘이 빈번히 있었던 시기는 일제 강점기 1920년대에서 1930년대 초까지다. 지금의 중고등학교에 해당하는 사립학교에서 학생들이 학교 교과목이나 일본인 교사 문제를 들어서 동맹휴학 투쟁을 자주 했다. 지금의 숙명여고와 평양의 숭의여고 학생들이 일으켰던 동맹휴학이 유명하며 지금의 경기고인 관립 제1고보도 동맹휴학을 일으킨 적이 있다. 동맹휴학에 대해 일본 식민당국은 강력하게 대응했으나 들어 줄 만한 것은 들어주는 식으로 해소되곤 했다. 일제 하의 학생들의 동맹휴학 투쟁 전통은 4.19 민주혁명으로 이어 내려 왔다.

이번 의대생들의 휴학은 의대생들이 투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내려 놓는 방식으로 의사표시를 했다는 점에서 전에 없었던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교육부는 의대생들이 ‘동맹휴학’을 했다고 규정함으로써 자신들을 동맹휴학이 많았던 일제 강점기의 일본 식민당국과 동격(同格)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러나 일본 식민당국도 의대를 망가뜨리지는 않았다. 경성제국대학 의학부와 경성의전은 일본 식민당국이 만들어 놓은 현대적 의과대학이었다. 참으로 눈 뜨고 보기 어려운 일이 매일매일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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