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베트남 참전 미군 군의관

작성일 : 2024-10-11 15:28조회 : 48

베트남 참전 미군 군의관

5년제 의대는 지나간 해프닝이지만 교육부 고위관료가 황당한 이야기를 해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심민철 교육부 인재정책기획관은 7일 세종 정부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일부 대학 측에서 미국의 경우 비상상황시 졸업학점을 충분히 이수한다면 압축적으로 교육과정을 시행해 조기졸업할 수 있다는 의견을 줘서 논의해볼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은 파병이 있는 경우 군의관을 조속히 배출해야 하기 때문에 압축적으로 커리큘럼을 운영한다고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 "의대 교육 기간 단축, 미국에서 군의관 파병시 시행" (머니투데이 10월 7일자 기사)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4100711381857089

그가 말한 ‘일부 대학’이 어느 대학인지 궁금하다. 또한 "미국은 파병이 있는 경우 군의관을 조속히 배출해야 하기 때문에 압축적으로 커리큘럼을 운영한다고 한다"고 한 부분은 황당한 이야기다. 남북전쟁 시절에 그런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20세기에선 금시초문이다.

베트남 전쟁이 최고 수위에 달했을 때 미군 지상군 50만 명이 남베트남에 있었다. 우리가 영화에서 익숙하게 보아온 제1기병사단(The 1st Cavalry Division), 제101공수사단(The 101 Airborne Division), 제1해병사단(The 1st Marine Division)이 모두 베트남에서 오랫동안 싸웠다. 태국 기지에선 공군 전투비행단이, 그리고 남지나해에선 해군 7함대가 참전했다. 미군은 대규모 병원군단(Hospital Corps)을 구성해서 파견했다. 미군 병원군단의 핵심은 외과 전문의들이었다. 메디칼 스쿨을 마치고 인턴과 외과 레지던트를 끝내고 입대해서 소령이 된 이들은 30세를 넘긴 외과 전문의들이었다.

이들 'Army Surgeon'은 야전병원(Evacuation Hospital)에서 헬기로 긴급하게 후송되어 온 부상 장병들을 살려냈다. 통계의 의하면, 부상 후 1시간 내에 야전병원에 도착한 장병의 98%가 생존했다. 이는 외과전문의와 이들을 도운 간호장교(Army Nurse), 그리고 위험한 운행을 마다하지 않은 환자이송용 헬기(Dustoff) 대원과 의무병 덕분이었다. 외과 군의관들은 대규모 전투가 있던 시기에는 24시간을 자지 않고 계속 수술을 했다.

인턴과 레지던트 1년을 마친 대위 군의관도 베트남에서 근무했으나 이들은 중상자를 살리는 역할은 하지 못했다. 박격포 포탄과 부비트랩 등으로 사지(四肢)가 찢겨 나가고 복부(腹部)가 터진 중상자들을 살려낸 군의관은 외과 전문의인 소령 군의관들이었다. 이들은 베트남에서 통상적으로 1년~1년 반 근무하고 본국으로 돌아왔으나 2년 근무를 자원한 경우도 있었다. 전역 후 이들 대부분은 외과의사로 성공적인 삶을 살았다. 야전병원에서 생명을 구한 중상자가 오랜 세월이 지나서 휠체어를 타고 자신을 살려낸 노년(老年)의 군의관을 만나는 감동적인 경우도 있었다.

이들의 생애에서 베트남은 잊혀 지지 않은 강력한 경험이었으나 전쟁을 겪은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전쟁에서 있었던 일을 남에게 말하지는 않았다. 전쟁 경험은 자신이 기억하기에도 너무나 힘들기 때문이다. 아래 책(‘The Backside of The Firefight')은 베트남에 참전한 외과전문의 앨런 데이비스(Allen Davies, 1935~)가 2024년에 펴낸 회고록으로, 매우 감동적이다.

앨런 데이비스는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Penn State)을 졸업하고 필라델피아에 있는 제퍼슨 의대(Jefferson Medical School, JMS)를 졸업했다. (JMS는 1824년에 세워진 오래된 의대로, 지금은 Thomas Jefferson University 의대.) 휴스턴에 있는 베일러 의대 병원에서 인턴을 하고 필라델피아에 있는 저명한 제퍼슨 병원(Jefferson Hospital)에서 흉부외과 레지던트, 매사추세츠 병원에서 펠로우를 마친 후 1967년에 육군 군의관 소령으로 입대했다. 1967년 12월~1968년 12월은 육군 소속으로 베트남의 출라이 이송병원에서 근무했다. 기간 중 북베트남군의 구정 대공세(Tet Offensive)가 있어서 많은 부상병을 감당해야만 했다. 본국에 잠시 돌아 온 후 1969년 4월~8월간 해병대 소속으로 다시 출라이 이송병원에서 근무하고 1969년 12월에 중령으로 전역했다. 전역 후에 여러 병원이 그를 스카웃하려 했고 결국 델라웨어에 있는 큰 병원에서 흉부외과의로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갔다.

그는 베트남에서 공산군은 의도적으로 환자이송용 헬기와 야전병원을 공격했고 군의관과 간호장교도 안전하지 만은 않았다고 회고했다. 출라이 이송병원에서 함께 일했던 내과의 군의관 리차드 드류 대위는 항공기 추락으로 사망했고, 간호장교 새런 레인(Sharon Lane 1943~1969. 6. 8.) 중위는 베트콩의 로켓포 공격으로 사망했다. 레인 중위는 베트남에서 돌아오지 못한 여성 간호장교 8명 중 적군의 공격으로 사망한 유일한 전사자(KIA)이다. 또한 같이 일했던 한 외과 군의관은 전쟁의 스트레스를 이기기 위해 술을 마시더니 귀국 후에 알콜 중독과 PTSD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망했다는 슬픈 이야기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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