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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탄핵 남용은 87년 개헌 실책
작성일 : 2024-11-30 10:03조회 : 121
탄핵 남용은 87년 개헌 실책
우리나라 헌법에 합리적으로 해석이 되지 않는 조항이 여럿 있는데, 탄핵도 그 중의 하나이다. 대통령 탄핵은 국회의원 재적 2/3 찬성으로 헌법재판관 2/3 찬성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요건이 엄격하다. 반면 다른 공직자에 대한 탄핵은 국회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헌법재판소에 회부하도록 되어 있다. 국회가 탄핵안을 가결하면 업무가 정지되는 것은 대통령이나 장관 등 고위공직자나 똑 같다. 탄핵의 대상이 되는 공직자는 헌법이 규정하는 국무위원급인 장관 등 위원장, 헌재 재판관과 법관, 감사위원이며, 검찰청법에 의해 검사가 탄핵 대상이 된다. 문제는 국무위원 등에 대한 탄핵 정족수가 국무위원 해임건의 정족수와 같다는데 있다.
현행 헌법(1987년 헌법)은 국회는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을 재적 과반수로 통과시킬 수 있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이런 국회의 뜻을 따라서 국무위원 본인이 사임을 할 수도 있고 대통령이 그 장관을 해임할 수도 있다. 3공화국 헌법은 이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대통령은 해임을 해야 한다고 규정했고 이에 따라 장관이 사임한 경우가 있었다. 유신헌법과 5공 헌법은 국회가 해임건의를 하면 해임을 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4공과 5공에서 국회가 이런 결의를 할 가능성은 제로였기 때문에 그 조항은 무의미했다.
1987년 개헌 때 바로 이 조항을 단순한 해임건의로 수정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말하자면, 민주적 헌법인 87년 헌법 하에서 국회의 권한이 축소된 것이다. 하지만, 이는 대통령제 정부의 본질에 충실하게 개정한 것이었다. ‘견제와 균형’을 근본으로 한 대통령제에서 국회가 총리와 장관을 해임한다는 것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국회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통과시킨 국무위원 해임건의가 단순히 건의에 그친다면 국무위원 등에 대한 탄핵 조항은 정족수를 엄격히 하도록 손을 보았어야 만 했지만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따라서, 국회 재석 과반수 찬성으로 국무위원 해임건의를 할 수도 있으며 국무위원을 탄핵할 수도 있게 됐다. 물론 탄핵은 법률위반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정책실패 등을 이유로 할 수 있는 해임건의와는 요건이 다르다. 하지만 해임건의 정족수와 탄핵안 가결 정족수를 똑같이 둔 것은 1987년 개헌당시의 중대한 실책이었다.
돌이켜보면, 87년 개헌 당시 미국처럼 탄핵은 대통령이든 판사이든 간에 그 정족수를 엄격하게 규정했어야 했다고 생각된다. 그러면 87년 개헌 당시 탄핵 정족수 조항을 그대로 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분명했다. 대통령이든 장관이든 탄핵을 하는 경우가 설마 발생하겠냐고 생각했던 것이다. 탄핵 조항은 어차피 헌법에 있는 ‘장식물’에 불과해서 실제로 발동될 경우가 없을 것으로 보았기 때문에 그대로 두었던 것이다. 즉, 오늘날처럼 탄핵절차가 남용될 줄은 87년 개헌 당시 어느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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