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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교수들이 의대 증원을 찬성 ?

작성일 : 2024-12-01 22:26조회 : 119

경제학 교수들이 의대 증원을 찬성 ?

무슨 일만 생기면 여론조사인지 뭔지를 해서 들이대는 습성이 만연하더니 드디어 서울시장, 국민의힘 당 대표, 그리고 더 나아가 대통령 후보까지 여론조사 조작이 개입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윤석열이 의대 증원을 호기 있게 밀고 나가기 시작할 때에도 의대 증원을 압도적으로 찬성한다는 여론조사를 내밀었고 이를 근거로 대한민국 신문의 논설위원들이 이에 찬성하는 사설과 칼럼을 써 댔다. 그 결과 우리나라 의료는 앞날이 안 보이는 상황이고 가뜩이나 취약한 윤석열 정권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지경에 처했다. ‘싸구려 여론조사’에 의존해온 우리나라 정치와 정책이 대붕괴하는 모습이 우리 눈앞에 전개되고 있다.

사정이 이러한데, 한국경제학회가 참으로 괴이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경제학회는 국내 경제학자 94명을 대상으로 '의료개혁'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19일 그 결과를 발표했는데, 경제학자 대다수가 의료개혁을 위한 의대 증원에 찬성한다고 응답했다는 것이다.
- ‘경제학자 대다수 "의대 증원 필요"…단계적 증원 찬성 '74%' (연합뉴스, 송고시간2024-11-19 20:11)
https://www.yna.co.kr/view/AKR20241119153600002?input=1195m

“경제학자 94명 중 설문에 응답한 38명 중 37명(97%)이 의대 증원에 동의했으며, 응답자 중 28명(74%)은 의대 증원의 필요성에 동의하지만, 교육 현장의 상황을 고려해 일단 2천명 미만을 증원하고 단계적으로 정원을 늘리자는 의견을 냈다. 9명(24%)는 의대 입학부터 의사 배출까지 6∼10년이 소요되므로 정부가 추진하는 2천명 수준의 증원이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겨우 38명이 응답한 것을 토대로 이런 결과를 발표했으니 웃지 않을 수 없다. 이른바 전문가 집단이라는 경제학자 94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율이 50% 미만이면 폐기해 버리는 것이 상식이다. 명색이 경제학자라면 대학교수가 대부분일터인데 그렇다면 의대 증원이나 의료 대란에 대해 자기 의견을 신문 지면이나 SNS를 통해 당당하게 밝히면 된다.

설문조사에 자기 의견을 피력할 수 있었던 모양인데, 서강대 조장옥 명예교수는 "한 마디로 의사들의 지대추구"라며 "대한민국 지식인의 자화상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는 것이다. 의사들을 ‘지식인’이라고 언급한 데 대해 의사들은 어떤 생각을 할지 모르겠다. 의사와 변호사는 ‘profession'이지 ’intellectual'이 아니다. 너무나 상식적인 이야기이다. 대학교수, 특히 정년이 보장된 대학교수는 일단 ‘intellectual'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즘 대학교수는 그 민낯이 천하에 폭로되어서 더 이상 ‘intellectual'로 보지도 않는다. 교수도 하나의 ’직업(job)‘으로 떨어져 버린 것이 요즘 세상 아닌가 ?

조장옥 교수는 의사들이 ‘지대추구’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지대추구(地代追求, rent-seeking)’는 “기존의 부(富)에서 자신의 몫을 늘리는 방법을 찾으면서도 새로운 부를 창출하지는 않는 활동”을 말한다. 변호사와 의사는 라이선스가 없는 사람은 할 수가 없으니까 의사와 변호사는 한가하게 지대나 추구하는 집단으로 보는 모양인데, 이런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쳤다는 사실을 믿을 수 있는가 ?

우리는 대형 로펌 변호사들이 급여를 많이 받는다고 말하지만 정작 그들이 일하는 시간과 업무량을 알고 난 후에도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심장혈관외과나 뇌신경외과 의사들이 긴급한 상황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안다면 이들이 ‘지대’를 착취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 로펌 변호사는 그래도 시장의 법칙에 따라 상응한 보수를 받는다. 하지만 죽음의 문턱에 가있던 환자를 살려낸 외과의사들은 정부가 정해 놓은 알량한 보수만 받을 뿐이다.

내가 보기에 우리나라 직업 중에서 ‘지대 추구’가 가장 심한 집단이 정년보장 교수들이다. 이들은 연구도 하지 않고 제대로 가르치지 않아도 정년까지 신분이 보장된다. 그러면서 이들은 연구비가 나오는 곳은 귀신같이 알아서 챙기지 않는가. (나 역시 정년보장 교수를 지냈지만, 그래도 나는 내가 대학에서 더 이상 역할이 없다고 생각해서 정년 4년 전에 명예퇴직을 했다.)

경제학회가 이런 엉터리 설문조사를 해서 발표한데는 어떤 계기가 있는지도 알 수 없다. 이주호 교육부장관과 조규홍 복지부장관은 모두 경제학 박사이기 때문에 혹시나 해서 이런 상상을 해 보는 것이다. 정부가 국가 경제를 이끌던 개발연대에 경제학은 ‘사회과학의 꽃’이었고 문과 학생 중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경제학과를 들어갔다. 하지만 이제 똑똑한 학생들이 경영학을 선호한지는 이미 오래됐다. 경제학을 전공한 저명한 사람 여럿이 김영삼 청와대에서 경제수석을 했으나 경제위기에 속수무책였음을 우리는 잊지 않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경제학 박사들이 의료 대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런 허접한 설문조사를 하는 학회나 그런 걸 기사화하는 신문이나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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