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1964년 계엄령

작성일 : 2024-12-14 10:27조회 : 106

1964년 계엄령

윤상현 의원이 국회에서 법무장관을 상대로 질의하면서 1997년 대법원 판례는 비상계엄 선포가 고도의 정치행위라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고 질의한 대해 Jtbc가 팩트체크로 비판했다. 1997년 대법원은 그렇게 판결하지 않았기 때문에 윤 의원 발언은 잘못된 것이다. 하지만 비상계엄 선포가 합당한지에 대해선 사법부가 판단할 수 없다고 한 판결이 있기는 하다. 즉, 윤 의원은 혼동을 한 것이다. 비상계엄은 5.16, 10월 유신, 10.26처럼 주로 정치적 변혁기에 선포됐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바로 1964년 6.3 계엄이다.

1964년에 나는 경기중학교 1학년이어서 그 때를 잘 기억한다. 한일협정 추진에 대해 윤보선 전 대통령이 이끄는 야당이 제2의 한일합병이라고 비난하고 반대했고 서울대 고대 등 서울의 주요대학과 지방의 국립대에서 반대시위를 거세게 했다. 경기고등학교 학생들도 시위에 나서서 세종로 거리를 완전히 메웠다. (당시 고등학교 형님들은 중학생들은 집으로 가라고 했고 자기들은 거리로 나섰다. 경기고 시위 주동자가 당시 고3이던 손학규 선배였음은 당시에는 몰랐다.) 서울대 문리대가 시위의 중심이었는데, 김중태, 현승일 이름이 그 때 신문에 나왔다. (현승일은 나중에 국민대총장이 되는 그 현승일이다.)

결국 박정희 대통령은 6월 3일 계엄령을 선포해서 군을 서울시내로 불러들였고 대학을 폐쇄하고 시위를 원천봉쇄했다. 관혼상제(冠婚喪祭)를 제외한 일체의 집회와 시위를 금지하는 것이 포고령의 주요 내용이었다. 군 병력이 들어오자 시위는 중단됐으나 이듬해 1965년 3월에도 한일협정과 베트남 파병에 반대하는 시위가 있었고 국회가 한일협정 비준과 베트남 파병동의를 처리하자 64~65년 정치위기는 갈아 앉았다. 박정희 대통령으로선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극복한 셈이다.

집회를 금지한 계엄포고령을 위반한 사람들이 재판에 회부됐는데, 변호사들은 ‘적의 포위 공격 등 그에 준하는 상황’이 아니었다는 이유를 들어서 계엄선포가 위헌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적의 포위 공격에 준하는 비상상황이라고 판단한 대통령의 결정을 사법부가 심리할 수는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여기서 대법원이 원용한 법리가 사법자제론(司法自制論)과 통치행위론(統治行爲論)이었다. 그러니까 윤상현 의원은 1997년 판결이 아니라 6.3 계엄령 판결을 들어서 질의를 했어야 했다.

6.3 계엄은 군 병력을 동원해서 시위를 진압해서 치안을 회복하기 위함이었지 국회를 장악하거나 국회의원을 체포하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반면에 ‘윤석열 계엄’은 헌법기관을 장악하려했다는 점에서 헌법과 법률이 의미하는 계엄이 아니기 때문에 6.3 계엄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고 하겠다.

- 1964년 경기고 한일협정 반대 시위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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