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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전문대학원 의학전문대학원

작성일 : 2024-09-08 09:02조회 : 93

법학전문대학원 의학전문대학원

의대 증원 문제가 대학병원 등 상급종합병원의 위기로 발전했고 이 상태를 수습하지 못하면 의료 자체가 붕괴할 수도 있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우리나라 의대 교육은 몇 번의 큰 변화가 있었다. 1970년 전후로 경희, 한양, 중앙대에 의대가 설립된 것이 첫 번째 변화였고, 김영삼 정부 시절에 40~50명 정원의 소규모 의대가 전국 각지에 설립된 것이 두 번째 변화였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 의학전문대학원 체제가 도입된 것이 세 번째 변화였다.

노무현 정권은 기존의 법과대학과 의과대학 교육이 문제가 많다면서 미국식 전문대학원을 추진해서 성사시켰다. 변호사와 의사 숫자가 적은 탓에 이들이 배타적인 특권 그룹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식 전문대학원을 도입해서 그 문호를 개방하고 국민들이 법률서비스와 의료서비스를 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였다. 이룰 주장한 집단은 진보성향의 시민단체와 교수였다. 의사들과 변호사들은 대체로 이에 반대했으나 당시 분위기에선 반대 목소리를 크게 내기 어려웠다.

의대교수들이 전문대학원에 반대해서 의학전문대학원은 전면 도입이 아니고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하고 기존 체제와 병행할 수 있도록 했다. 결국에는 한 개 대학을 제외하고 모두가 기존 체제로 복구했기 때문에 의학전문대학원은 완전한 실패로 끝났다.

이에 비해 법대가 있는 대학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되기 위해 전력투구했다. 개교 이후 사시 합격자를 거의 배출하지 못한 대학까지 로스쿨이 되기 위해 무리를 했다. 반면에 대한변협은 로스쿨 도입에 반대했다. 당시는 대선을 앞둔 2007년 가을이었고, 국회에선 박근혜 전 대표의 관심사항이었던 사학법 재개정과 맞물려서 한나라당도 찬성으로 돌아서서 로스쿨 법은 통과되고 말았다. 이렇게 해서 총 정원 2000명 로스쿨 체제가 탄생했고 서울의 주요 대학과 전통적인 지방국립대학 외에도 40~50명 규모의 미니 로스쿨이 몇몇 지방대학에 설치됐다.

오늘날 로스쿨 체제가 성공했다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학 학부에선 로스쿨에 들어가기 위한 시험 준비에, 로스쿨에선 변호사 시험 공부에 몰두하고 있다. 로스쿨을 도입할 때 국제법, 지적재산권, 환경법 같은 다양한 분야의 법학을 발전시키겠다고 해서 각 대학은 이런 분야 교수를 대거 채용했으나 이런 과목을 수강하는 학생은 거의 없다. (법학교수회장인 서울대 조홍식 교수가 학생 두 명을 두고 강의한다는 과목이 이런 분야다.) 반면에 민법과 소송법 교수들은 변호사 시험에 대비한 강의를 하느냐고 죽을 맛이다.
- 중앙일보 9월 3일자 조홍식 교수 대담 "이게 학교냐, 로스쿨 달랑 2명과 수업" 법학교수회장의 탄식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75077

로스쿨을 도입한 명분 중 하나는 지방균형발전이다. 오늘날 지방에 있는 로스쿨에서도 변호사 시험 합격자들이 많이 나오지만 합격자들의 대부분은 SKY 등 서울 상위권 대학을 나와서 잠시 ‘유학’을 한 경우다. 사법시험도 시험이라서 어느 정도 운(運)이 좌우하기도 하지만 시험 자체는 공정하고 공평했다, 하지만 로스쿨은 전형이라는 것이 있어서 대학측에 상당한 재량이 있고 따라서 연고와 부탁이 작용할 여지가 있을 수 있다. 의학전문대학원도 그런 측면이 있었던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성적 외에도 여러 가지 요소를 감안하게 되면 입시를 관장하는 사람들의 재량을 인정하기 않을 수 없고 우리나라 풍토에선 그것이 정실(情實)에 의해 죄우될 가능성이 높다.

사법시험이 있을 때에는 사시 합격 후 사법연수원에서 강도 높은 교육과 훈련을 받았는데, 그런 연수원을 없애버렸다. 연수원은 교육수준도 높았을 뿐더러 실력주의(merit system)라서 성적이 절대적이었다. 반면에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 시험을 합격한 변호사는 평가할 기준이 없어서 결국은 학부를 어디를 나왔고 로스쿨을 어디를 나왔느냐 하는 연고주의와 학벌주의가 지배할 수밖에 없다. 연수원 성적이라는 객관적 지표가 없으니까, 예를 들면 검사 임용이 공정하다는 보장도 없다, 균형과 평등을 강조하더니 현실에서의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난 것이다.

로스쿨을 도입할 때 변호사 경력이 풍부한 법조인을 판사로 임용한다는 법조일원주의를 내세웠으나 이것도 실패로 드러났다. 능력이 있다고 평가받는 변호사는 판사 되기를 기피하기 때문이다. 변호사가 늘어나니까 ‘황혼 이혼 전문’ ‘유류분 소송 전문’ 같은 광고가 지하철역에 붙고 툭하면 소송을 제기하는 풍조가 팽배해졌다. 로스쿨 졸업한 후에 변호사 시험을 다섯 번 떨어지면 더 이상 시험을 볼 수가 없게 되어 있다. 사시 낭인(浪人)을 없애기 위해 로스쿨을 도입했더니 이제는 변시 5회 낙방 폐인(廢人)을 제도적으로 양산하고 있다. 변시 폐인들은 사시 9수(修)를 한 윤석열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할 지, 생각해 볼 일이다.

결국 노무현 정부에서 이루어낸 진보 개혁인 로스쿨과 메디컬 스쿨은 모두 실패한 것이다. 레몬은 보기에는 좋지만 먹어 보면 시다는 말이 있듯이, 그럴싸해 보이는 개혁을 정작 시행하면 실패하기 쉽다. 교육 제도를 건드리는 개혁은 돌이킬 수 없는 경우가 많아서 특히 문제다. 하지만 로스쿨에 대해선 당시에 법대 교수들이 찬성했기 때문에 법학교수들은 할 말이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2007년에 로스쿨 도입 논의가 있을 때 이른바 진보성향의 법학교수들이 신문에 로스쿨 도입을 주장하는 칼럼을 많이 썼다. 조선 동아 중앙, 그리고 경제신문도 사설로 로스쿨 도입을 지지했다. 나는 그 때 그런 사설을 쓴 논설위원들이 미국 로스쿨을 구경이라도 해 보았을까 하고 생각했다. 말하자면, 모르니까 용감한 것이다. 그 즈음 나는 동아일보 고정 필자였는데, 로스쿨에 대해 두 차례 기고를 했다.

처음은 국회에서 다루기 직전에, 그리고 두 번째는 국회에서 통과한 후였다. 처음 칼럼의 제목은 ‘로스쿨, 하려면 제대로 하라’(6월 7일자)인데, 내가 붙인 원래 제목은 ‘로스쿨 도입 신중해야’였다. 동아일보도 로스쿨에 찬성했기 때문에 내가 붙인 제목이 불편해서 편집자가 제목을 바꾼 것이다. 하지만 본문은 내가 원래대로 쓴 그대로다. 나는 이 이 두 편의 칼럼이 썩 잘 쓴 것이며, 로스쿨 도입을 다룰 때 나온 사설 칼럼 중 이 보다 더 잘 쓴 글은 없었다고 자부한다.
- 동아일보 2007년 6월 15일자 [동아광장/이상돈] ‘로스쿨, 하려면 제대로 하라’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070615/8454474/1
- 동아일보 2007년 9월 14일자 [동아광장/이상돈] ‘씁쓸한 ‘로스쿨 大亂’‘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070914/8489946/1

노무현 정부가 법학전문대학원과 의학전문대학원을 도입할 때나 이번에 윤석열이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릴 때나 그 모습은 똑 같다. 뜬구름 같은 개혁이 필요하다고 한쪽에서 바람을 잡고, 그러면 현업을 해 보지도 않은 사이비 전문가들이 정부연구비 받아서 어설픈 개혁을 해야 한다는 엉터리 보고서를 내고, 멍청한 집권세력은 그걸 개혁이라고 내세우며, 무지(無知)한 언론이 그걸 기사와 사설로 쓰고... 그래서 이 모양이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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