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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동아일보 자유언론 실천선언 50주년
작성일 : 2024-09-15 20:45조회 : 62
동아일보 자유언론 실천선언 50주년
지난 10일 밤, MBC는 <암흑 속의 횃불>이란 제목으로 1974년 가을에서 1975년 봄에 이르는 동아일보 사태를 다루었다. 74년 10월, 동아 기자들이 자유언론실천선언을 하자 박정희 정부는 광고주에 압력을 가해서 동아일보의 광고란이 백지로 나오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러자 뜻있는 시민들의 격려 광고가 지면을 채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75년 3월, 기자들이 대량으로 해고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발생한 50주년을 기념해서 MBC는 특집 다큐를 만들어 내보낸 것이다. 이부영, 정연주 등 당시 동아일보 기자들이 회고하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이 프로에 엉뚱하게 내가 잠시 나온다. 다큐를 만든 박정남 독립PD가 나에게 전화를 걸어서 당시 시대상에 대해 간단한 인터뷰를 따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내가 “백지광고 사태 때 나도 광고를 냈다”고 했더니 깜짝 놀랐다. 당시 신문지면을 갖고 있냐고 내가 물었더니 pdf 파일로 갖고 있다고 했다. 거기서 비교적 초기에 ‘서울대 대학원생’ 명의로 ‘정권은 무상하되 자유언론은 영원하다’라는 엄지 손가락만한 광고가 있을 텐데, 그게 내가 낸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그 광고를 찾았다면서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었다. 그렇게 해서 나는 그 광고문을 50년 만에 다시 볼 수 있었다.
다큐를 보니까 손석춘 교수와 정준희 교수가 이 사태에 대해 잠시 논평을 했다. 손 교수는 1960년생이고 정 교수는 1971년생이기 때문에 당시 상황을 직접 보지는 못했다. 나는 당시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나중에 석사학위 논문이 된 미국 대법원 역사와 중요한 판결을 열심히 공부하고 있을 때였다. 따라서 나는 당시 상황을 직접 기억하는 마지막 세대인 셈이다.
당시 사정에 대해 설명을 하고자 한다. 내가 대학 3학년 때인 1972년 10월에 ‘10월 유신’ 사태가 발생했다. 별안간 군 병력이 대학으로 들어오고 우리는 책과 소지품을 챙겨서 집으로 가야만 했다. 그 후 계엄령 하에서 개헌이 이루어졌고 하나마나 한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다. 대학 4학년이던 1973년 1학기는 비교적 조용하게 지나갔다. 그 해 가을 동숭동 캠퍼스에서 소규모 시위가 발생하자 다시 휴교령이 내려졌고 우리는 리포트를 써내고 이듬해 졸업을 했다. 그 때 민법을 담당하시던 최종길 교수님이 정보부에서 수사를 받던 중 “간첩임을 자백하고 창문으로 투신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73년 가을에 4차 중동전쟁이 일어났고 그 여파로 사우디가 석유수출을 중단했다. 원유 가격이 하루아침에 열 배가 되는 바람에 우리 경제도 석유류 품귀와 고유가로 직격탄을 맞았다.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정말 우울한 시절이었다. 해가 바뀌어서 1974년이 됐다. 연초에 긴급조치가 발동됐고 동숭동 대학가에는 누구누구가 잡혀갔다는 등 흉흉한 소문이 돌았다. 74년은 서울대가 동숭동 대학가에 있던 마지막 해였다. 2월 26일 서울대 졸업식에 박 대통령이 참석했으나 졸업생 참석이 매우 저조했고 학생들이 소란을 떨어서 박 대통령은 기분이 나빠서 자리를 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후 박 대통령은 서울대 졸업식을 참석하지 않았고 3군 사관학교 졸업식만 참석했다. 어차피 대학원으로 진학하는 나는 졸업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리고 민청학련 사건이 터졌다. 오늘날 우리가 잘 아는 손학규, 김근태, 이철, 유인태 등 나중에 ‘정치 거물’이 되는 젊은이들이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서 큰 고생을 했다. 그리고 조용하게 인혁당 관계자 재판이 진행됐음은 나중에 알게 됐다.
대학원은 수업도 격주로 하는 등 마는 등 했다. 나는 미국 헌법과 사법제도에 관한 미국 논문과 책을 혼자서 독파(讀破)했다. 학부에서 부동산 물권법, 어음수표법, 소송법 등을 억지로 공부하느냐고 지겨웠으나 미국 헌법 지식은 스펀지가 물을 빨아드리듯이 나의 머리 속으로 들어갔다. 1974년 8월에는 닉슨 대통령이 사임했다. 베트남 전쟁 종식 과정과 워터게이트는 나에게는 살아있는 현대사의 현장이고 공부 대상이었다. 우리나라 헌법이니 뭐니 하는 것은 공부하는 자체가 무의미했다. 사법시험에 생각이 없는 나는 그런 허접한 것을 들여다 볼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그 해 가을 동아일보 기자들이 자유언론실천선언을 했다. 나는 당시 참여한 기자들 이름은 잘 몰랐고, 다만 서울법대 선배이기도 한 송건호 편집국장을 존경했다. 그리고 연말에 광고란이 백지로 나가는 광고 탄압 사태가 발생했다. 해가 바뀌어서 1975년이 되자 시민들이 자기 돈을 내서 격려 광고를 내기 시작했다. 그 때 나도 광화문 사옥을 찾아가서 ‘서울대 대학원생’ 명의로 ‘政權은 無常하되 自由言論은 永遠하다’라는 엄지만한 광고를 냈다. 광고료로 3000원인지 4000원인지를 낸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는 다방 커피가 100원을 하지 않을 때였다.
시민들의 성원에도 불구하고 한계를 느낀 동아일보 사측은 기자들을 해고했고 송건호 편집국장은 사표를 냈다. 그리고 얼마 후 인혁당 피고인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왔고, 이들은 그 다음날 형장(刑場)의 이슬로 스러졌다. 대부분 서울대 출신인 민청학련 피고인이나 동아일보 기자들과 달리 이들은 평범한 서민계층이었다.
그리고 사이공이 공산군에 의해 함락됐다. 베트남이 적화(赤化)된 것이다. 사이공 함락으로 안보위기가 높아지자 유신 반대 운동은 사라져 버린 것 같았다. 이에 앞서 서울대는 관악캠퍼스로 이사를 갔다. 대학원 2학년 한 해를 머나먼 신림동으로 다니기가 무척 힘들었다. 석사를 마친 나는 입대해서 3년 간 복무했다. 그 시기에 중동 건설 붐이 일어서 우리 경제는 호황을 구가했다. 아파트 분양은 무조건 완판(完販)이었고, 여의도에선 아파트 투기 붐이 일었다. 호황은 1979년 가을 10.26 사태와 2차 석유파동까지 지속됐다. 나는 79년 7월에 제대하고 곧장 유학 길에 올랐다.
돌이켜 보면, 1973년 가을~1975년 봄 기간 중 최종길 교수 의문사, 개헌청원 운동과 긴급조치, 민청학련 사건, 동아일보 사태, 그리고 인혁당 피고인 사형 집행 등 실로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 당시 박정희 정권은 심각한 위협을 느꼈고, 그래서 지독하게 대응 했을 것이다. 1970년대 들어 미국이 이민 문호를 열자 가족 초청으로 미국을 향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전문직으론 많은 의사들이 미국으로 건너가서 레지던시를 하고 정착했다. 나는 사이공 함락과 중동 건설 붐 덕분에 박정희 정권이 위기를 넘겼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경기침체가 찾아오자 박 정권은 다시 흔들렸고 권부의 내부 갈등으로 10.26과 12.12가 발생했다고 본다. 박정남 PD가 나한테 전화를 한 덕분에 타임머신을 타고 50년 전을 기억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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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 저널> 2024년 9월 12일자 기사
“동아 해직언론인 41명 세상 떠나...마지막 기록 여기며 다큐 촬영"
[인터뷰] MBC 자유언론실천선언 50주년 다큐 '암흑 속의 횃불' 연출한 박정남 PD
[PD저널 =박수선 기자] 지난 10일 MBC가 방송의날 특집으로 내보낸 <암흑 속의 횃불>은 자유언론실천선언 50주년을 돌아본 다큐멘터리다. 오는 10월 24일이면 1974년 <동아일보> 기자들이 박정희 유신정권에 맞서 발표한 자유언론실천선언’ 50돌을 맞는다.
자유언론실천선언일보다 한 달가량 앞서 MBC를 통해 전파를 탄 <암흑 속의 횃불>은 여러모로 의미심장하다.
프로그램을 연출한 박정남 독립PD는 지난 11일 전화 인터뷰에서 “올봄 즈음 MBC 쪽에서 동아투위(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프로그램을 맡아줄 수 있는지 요청해왔다”며 “원래는 10월 24일 즈음에 방송하는 것을 목표로 촬영하고 있었는데,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취임하고 나서 MBC에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촬영을 서둘렀고, MBC 쪽에서도 9월에 편성이 될 수도 있다는 언질이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7월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내정된 이후 MBC 내부는 크게 술렁였다. MBC 장악 미션을 받았다는 의심을 받은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취임 당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임명을 강행했다. 여권 우위로 짜인 방문진 새 이사진이 곧장 MBC 사장 교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파다했다. 지난 8월 26일 법원이 방문진 현 이사들이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제동이 걸린 상태지만, 당시엔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팽배했다.
박정남 PD는 “방송이 예정대로 나갈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안형준 사장을 포함해 MBC 관계자들에게 고맙다”고 했다. 방송을 장담할 수 없었던 <암흑 속의 횃불>에는 1974년부터 ‘언론자유’를 외쳐온 <동아일보> 해직언론인들의 50년 기록이 담겼다.
지난 2014년 뉴스타파를 통해 공개된 자유언론실천선언 40주년 다큐멘터리 <40년>에 이어 <암흑 속의 횃불>을 연출한 박 PD는 “1974년 자유언론을 위해 싸우다 <동아일보>에서 해직당한 동아투위 위원 중에 41명이 세상을 떠났다”이라며 "40주년 다큐멘터리와 달리 이번 50주년 다큐는 마지막 기록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촬영했다”고 말했다.
성유보 전 동아투위 위원장은 <40년> 공개 2주 전에 눈을 감았고, "방송을 다시 하고 싶다"던 윤활식 동아방송 해직 PD는 2021년 유명을 달리했다. “2014년 성유보 위원장님이 돌아가시기 전날에 병원을 찾아갔는데, 인터뷰를 못하고 돌아왔어요. 환자복을 입고 인터뷰하는 건 싫다고 하셔서 미룬 건데, 너무 후회가 됐습니다. 많은 분들이 세상을 떠나고, 인터뷰가 가능한 분들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암흑 속의 횃불>은 1974년 유신독재 정권의 광고 탄압으로 <동아일보>가 백지광고를 냈던 상황과 자발적으로 광고란을 채운 국민광고주들의 이야기를 비중 있게 실었다. 다큐의 제목도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동아일보>에 실은 전면광고 제목에서 따왔다.
“당시 대학가에선 격려광고가 유행처럼 번졌다고 해요. 시민들이 <동아일보>를 지켜준 것이죠. 국민광고주 인터뷰를 중점적으로 하고 싶어 적극적으로 수소문을 했는데, 운도 좋았어요. (대표적인 보수논객인) 이상돈 중앙대 교수에게 70년대 분위기를 듣고 싶어서 인터뷰 요청했는데, 자신도 격려광고를 냈다고 해서 깜짝 놀랐어요.”
다큐멘터리는 동아투위 위원들이 지난 8월 21일 MBC 앞에서 열린 ‘힘내라 공영방송! 지키자 MBC' 시민문화제에 발걸음하는 장면에서 막을 내린다. 박 PD는 “동아투위 위원들이 1970년대보다 현재의 언론 환경이 더 나빠졌다는 말을 많이 했다“며 ”이부영 동아투위 위원장은 방송이 나간 뒤 통화에서 공영방송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 고민이 많다며 MBC, KBS 구성원들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지 같이 생각해보자고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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