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린든 존슨, 1963년 11월 22일

작성일 : 2023-10-11 20:59조회 : 1,146

린든 존슨, 1963년 11월 22일

케네디의 댈러스 방문을 맞아 구름같이 모여든 군중은 오직 케네디와 재키를 보고 환호했고 사진 기자들도 두 사람을 열심히 찍었다. 11월 22일 11시 38분, 케네디 부부를 태운 공군 1호기가 댈러스 러브필드 공항에 도착했다. 조금 먼저 존슨 부통령 부부를 태운 공군 2호기가 도착해 있었다. 트랩을 내려 온 케네디와 재키는 공항에 나온 사람들 앞으로 걸어가서 악수를 하고 미소로 답례했다. 존슨 부통령 부부는 그 뒤를 따라 갔으나 아무도 아는 척을 하지 않아서 기분만 상했다. 존슨 부부는 텍사스 주 정부가 마련한 회색 오픈카에 먼저 탔다. 존슨은 오른쪽에 탔고 그 옆에는 버드 여사가 탔으며 운전석 뒷좌석에는 랠프 야보로 상원의원이 탔다. 존슨 앞에는 루퍼스 영블러드 경호원이 탔다. 도심까지 가는 중 존슨과 야보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눈을 마주치지도 않았다.

모터케이드가 복잡한 메인가(街)를 지나서 휴스턴가를 거쳐 120도 좌회전해서 엘름가로 접어 든 후 폭죽 소리가 났다. 케네디와 함께 리무진을 타고 가던 존 코넬리 텍사스 주지사는 평소에 사냥을 즐겼기 때문에 그 소리가 총소리임을 알았다. 존슨의 차를 타고 가던 루퍼스 영블러드 경호원은 비정상 상황임을 직감하고 뒤 좌석을 보고 "자세를 낮추라". (“Get down! Get down!)고 외치면서 존슨의 어깨를 잡아서 아래로 눌렀다. 그리고 뒷좌석으로 넘어가서 존슨의 위로 엎어졌다. 케네디가 머리에 치명상을 입자 재클린은 리무진 트렁크 위로 기어 나왔다. 그 순간 클린트 힐 경호원이 차에 올라타서 재클린을 좌석으로 밀어 넣고 자신의 몸으로 재클린과 케네디를 덮었다. 클린트 힐은 케네디의 오른쪽 뒤 두개골이 부서져서 없어졌고 차 속은 온통 피와 뇌수였으며 바닥에는 머리카락이 달린 두개골 조각이 있었다고 나중에 진술했다.

케네디가 탄 리무진과 경호차, 그리고 존슨의 차는 속력을 내서 파클랜드 병원 응급실 앞에 도착했다. 케네디와 존 코넬리는 들것에 실려서 응급처치실로 옮겨졌다. 영블러드 경호원은 다른 경호원을 불러서 존슨 부부를 둘러싸고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비어있는 방을 찾아서 존슨을 데리고 들어갔고 커튼을 쳤다. 그는 케네디를 저격한 범인들이 존슨도 저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존슨은 다른 차에 탔을 하원의원을 찾아 달라고 했고, 다른 경호원이 호머 손베리 의원과 잭 브룩 의원을 존슨에게 데리고 왔다. 존슨의 보좌관인 클리프 카터도 존슨이 있는 방으로 왔다.

경호단장인 로이 켈러맨이 와서 코넬리는 수술실로 들어갔고 케네디의 상황은 모른다고 존슨에 알려주었다. 케네디의 총상을 직접 본 다른 경호원은 케네디가 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호원들은 존슨에게 빨리 댈러스를 떠나야 하며 우선 공군 1호기를 타야만 안전하다고 권했다. 잠시 후 케네디의 비서실장인 케네스 오도넬이 존슨이 있는 방으로 와서 “그가 갔다”("He's gone.‘)고 말했다. 그러자 존슨은 한참 동안 말이 없이 무엇인가 결심을 하는 표정을 지었다.

케네스 오도넬과 경호단장은 존슨에게 빨리 댈러스를 떠나서 워싱턴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당시는 딘 러스크 국무장관과 더글라스 딜론 재무장관이 일본을 방문 중이어서 워싱턴은 공백상태였다. 오도넬과 경호원들은 미국 정부를 전복하려는 큰 음모가 진행 중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존슨은 재클린을 두고 먼저 떠날 수는 없다고 했다. 오도넬은 재클린은 케네디의 시신과 함께 나중에 출발할 것이니 먼저 떠나라고 했다. 존슨이 모두 함께 떠나겠다고 고집을 피자 오도넬은 존슨에게 일단 공항으로 가서 전용기에 탑승하라고 했다. 이 때 맬콤 킬더프 공보관이 존슨을 찾아 와서 케네디 사망을 공식적으로 발표하겠다고 존슨의 승낙을 요청했다. 존슨을 그러라고 했다. 킬더프는 존슨을 ‘대통령님“('Mr. President')이라고 지칭했다.

댈러스 경찰도 믿을 수가 없었던 경호원들은 표시되지 않은 경찰차 두 대를 구해 와서 존슨과 버드 여사를 각각 태웠다. 영블러드 경호원은 앞 좌석에 타고 호머 손베리 의원을 그 뒤에, 그리고 존슨은 운전을 하는 텍사스 경찰관 뒤에 태웠다. 차가 출발할 때 존슨은 앨버트 토머스 하원의원을 보고 차를 세워서 태웠다. 존슨은 뒷좌석 가운데에 두 하원의원 사이에 자세를 낮추어서 앉았다. 혹시 모를 저격에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버드 여사가 탄 다른 차에는 잭 브룩 의원과 경호원이 탑승했다. 존슨 부부와 일행이 공항에 도착해서 공군 1호기 탑승한 시각은 오후 1시 30분으로 케네디가 저격된 후 1시간이 지나서였다.

영블러드 경호원은 기내에서 모든 창문 커튼을 내리도록 했고 경호원들은 혹시 모를 공격에 대비해서 무기를 준비한 상태였다. 그 때 댈러스 경찰차 한 대가 급하게 공군 1호기 앞에서 정지했다. 경호원들은 자신들을 죽이러 온 줄 알고 권총을 꺼내 들었다. 하지만 경찰차에선 존슨의 참모인 잭 발랜티와 클리프 카터, 그리고 백악관 사진사가 경호원과 함께 내렸다. 잠시 후에는 존슨의 여비서 2명과 케네디의 여비서 세 명이 다른 차로 공군 1호기 앞에서 내렸다. 공군 1호기에는 존슨의 참모와 케네디의 참모, 그리고 경호원들로 북적거리게 됐다.

공군 1호기 기장 짐 스윈들 대령은 출발 준비를 위해 외부 에어컨을 차단하고 엔진을 하나만 가동해서 비행기 내부는 어둡고 더웠다. 이런 상황에서 존슨은 대통령 취임 선서를 어디서 할지 생각 중이었다. 하원의원 3명은 이를 두고 의견이 갈렸으나 존슨은 출발하기 전에 해야 한다고 마음을 정했다. 기내 후방 한쪽 좌석을 제거해서 케네디의 관(棺)을 실을 준비를 했다. 한편, 파클랜드 병원에선 텍사스 주법에 따라 케네디의 시신을 부검하지 않으면 시신을 반출할 수 없다는 댈러스 검시관과 경찰, 그리고 시신을 워싱턴으로 가져가려는 오도넬 비서실장과 경호원들 사이에 충돌이 발생했다.

케네디 시신을 방금 도착한 구리 관(棺)에 넣은 경호원들이 권총을 꺼내들고 댈러스 검시관과 경찰을 밀어냈다. 케네디 시신을 실은 운구차와 일행이 탄 차가 공항에 도착한 시각은 2시 14분이었다. 케네디 시신을 담은 구리 관은 무척 무거워서 케네스 오도넬, 래리 오브라이언, 데이브 파워스, 그리고 군사보좌관인 갓프레이 맥휴 장군과 테드 클리프턴 장군, 주치의인 조지 버클리 해군소장이 힘들게 들고 트랩을 올랐다. 비행기의 좁은 문을 지나가는 중에 관의 손잡이 부분이 부서져서 무겁고 비싼 구리 관(Copper Coffin)은 손상되고 말았다.

- 사진 (1) : 댈러스 러브필드 공항에 도착한 케네디 부부. 뒤에 존슨 부부가 보인다.
- 사진 (2) : 파클랜드 병원을 황급히 떠나는 존슨. 왼쪽은 루퍼스 영블러드 경호원, 오른쪽은 호머 손베리 하원의원.
- 사진 (3) : 케네디 시신을 실은 운구차가 파클랜드 병원을 출발하는 모습.

이전글존슨 취임 선서

다음글케네디, 존슨, 야보로

리스트로

이상돈닷컴

이상돈

LEESANGDON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