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먼로의 수면제

작성일 : 2024-02-14 19:53조회 : 1,112

먼로의 수면제

2차 대전 후 합성화학의 발전은 진정제, 각성제 그리고 수면제를 만들어 냈다. 할리우드에선 의사 처방으로 이런 약물을 복용하는 배우나 스태프가 많았다. 1950년대에는 세코날(Seconal)과 넴뷰탈(Nembutal)이 수면제로 널리 쓰였다. 의사들은 적정 투여량을 지켜서 처방했지만 여러 군데 병원을 다니면서 약을 많이 처방 받는 경우가 흔했다.

1950년대 초에 스타가 된 마릴린 먼로는 불면증에 시달렸다. 먼로는 수면제를 먹고 밤늦게 간신히 잠들고 아침에 일어나서 각성제를 먹고 일정을 시작하곤 했다. 불면증이 심해져서 먼로는 수면제 복용을 점차 늘려갔다. 먼로를 가까이 본 사람들은 먼로의 그런 상황을 위험하고 불안하게 생각했다. 먼로가 주로 의존한 수면제는 넴뷰탈이었다.

먼로가 숨진 침대 옆의 탁자 위에는 넴뷰탈 25정이 들어 있던 약병이 빈 채로 놓여 있었다. 이 약은 바로 전날인 금요일에 처방해서 약국에서 구입한 것이었다. 또한 7월 31일에 처방 된 클로랄 하이드레이트(chloral hydrate) 50정 약병이 빈 채로 같이 놓여 있었다. 클로랄 하이드레이트는 넴뷰탈 보다는 약한 효과가 있는 수면제였다. 먼로의 내과의사인 하이먼 엔젤버그는 먼로가 죽기 하루 전날인 8월 3일에 먼로의 집으로 와서 넴뷰탈 50정을 리필하도록 처방을 내린 것으로 밝혀졌다. 처방이 내려진 그날 산 빈센트 약국은 넴뷰탈 50정을 리필해 주었음도 확인됐다.

먼로는 7월 31일에 클로랄 하이드레이트 50정, 8월 3일에 넴뷰탈 50정을 처방해서 갖고 있었던 것이 되는데, 빈병만 남아 있는 것이다. 따라서 먼로는 50정에서 70정에 이르는 넴부탈과 클로랄 하이드레이트를 단숨에 삼키고 숨졌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는 사람을 죽게 하는 치사량을 훨씬 넘는 양이기 때문에 죽음은 이상할 것이 없다.

그러나 이런 의문이 남는다. 도대체 50~70정을 삼키는 것이 가능한가 하는 것이다. 불면증이 심한 먼로는 수면제를 보통 사람 보다 3~4배 정도 먹고 잠들었다고 하더라고 그것은 10~15정 수준이다. 수면제 50정을 삼키기 전에 사람은 구토를 하거나 정신을 잃기 때문에 그런 분량의 수면제를 삼킨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탁자 위에는 물 컵이 놓여있지 않았다. 잭 클레몬스 경사가 물 컵을 찾아보라고 그린슨과 엔젤버그에게 이야기 했으나 두 의사는 물 컵을 찾아 내지 못했다. 그렇다면 먼로는 부엌에 가서 수도꼭지에 입을 대고 물을 마시면서 수면제 50여 알을 삼키고 문을 네 개 통과해서 침실로 와서 쓰러져 죽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클레몬스 경사가 먼로의 집을 떠난 후 찍은 사진에는 침대 옆 바닥에 진한 푸른 색 물 컵이 놓여 있는데, 클레몬스 경사는 나중에 가져다 놓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먼로의 정신과 의사인 랠프 그린슨은 먼로가 한 손에 전화 수화기를 잡고 죽어 있어서 자기가 수화기를 손에서 떼어 냈다고 이야기했다. 그린슨은 정신분석을 전공한 정신과 의사이기 때문에 의과대학을 다닐 적에 배운 기초지식을 잃어버린 듯했다. 사람이 잠 들 때는 손에 기운이 빠져서 잡고 있던 전화 수화기도 놓치게 된다. 더구나 다량의 수면제를 먹으면 괴로워서 구토를 하고 경련을 일으키곤 하는데, 평화롭게 전화기를 잡은 상태로 죽는다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

먼로는 사망하고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에 발견됐기 때문에 시신 경직(硬直) 현상이 진행돼 있었다. 경직 상태가 시작되는 상태에서 손에 전화 수화기를 쥐어주면 손이 경직돼서 수화기를 꼭 붙잡게 된다. 따라서 먼로가 전화기를 붙잡고 죽었다는 그린슨의 이야기는 먼로가 죽은 후 시간이 지나서 경직 현상이 시작될 때 전화기를 다른 사람이 쥐어 주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따라서 그린슨의 이런 이야기는 먼로가 전화로 도움을 청하려다가 죽었다고 꾸며 내기 위해 지어낸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이처럼 먼로가 죽은 현장은 의혹 투성이였다.

- 사진 (1) : 먼로의 베드룸 문 밖에 경찰관과 유니스 머레이가 서 있다.
- 사진 (2) : 먼로의 베드룸을 찍은 사진. 벽에 무엇인가 더렵혀진 흔적이 있다. 먼로의 시신을 베드룸으로 옮기는 과정에 벽에 무엇이 묻었고, 이를 나중에 닦아내서 사진 (1)처럼 벽이 깨끗해 진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 사진 (3) : 탁자 위에 빈 약병이 있고, 침대 아래에 진한 푸른색 물컵이 있다. 물컵의 위치는 부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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