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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연치 않은 먼로 부검 결과

작성일 : 2024-02-20 07:01조회 : 1,110

석연치 않은 먼로 부검 결과

먼로 시신에 대한 부검은 8월 5일 저녁 늦게 끝났다. 추후 검사를 위해서 간, 신장, 위, 그리고 장 조직을 샘플로 추출하고 개복(開腹)한 곳을 다시 봉합한 먼로의 시신은 33호 냉동고로 다시 들어갔다. 자정 가까운 시간에 타임/라이프의 리 위너(Leigh Wiener 1929~1993) 기자가 야간에 지키는 경비원에게 위스키 한 병을 주고 몰래 들어가서 찍은 사진이 현재 남아 있는 유명한 먼로의 시신 얼굴 사진이다.

8월 6일 월요일, 시어도어 커피(Theodore Curphey 1897~1986) 검시관은 먼러의 사인규명은 검시관실 뿐만 아니라 LA 자살예방센터의 팀에 의해서도 이루어 질 것이라고 기자들에게 이야기했다. 이렇게 해서 UCLA 부속기관인 LA 자살예방센터 소속이며 UCLA 의대 교수이며 정신과 의사인 로버트 리트먼(Robert Litman 1922~2010), 노먼 파베로우 (Norman Farberow 1918~2015) 등 3명의 의학자가 먼로의 최종 검시결과를 함께 판단하게 됐다. 리트먼 등은 모두 정신분석학을 전공한 학자로 UCLA 임상교수이기도 한 랠프 그린슨의 동료이기도 했다. 부검에 정신분석학자가 참여하는 일은 전에 없었으나 부검을 담당한 토머스 노구치는 신참 부검의라서 검시관의 이러한 조치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 UCLA 의대는 사건 연루자인 그린슨이 속해 있는 기관이기 때문에 이 역시 은폐 작업이 아니냐는 논란을 야기했다.

노먼 파베로우 등 3명의 정신의학자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들이 먼로의 정신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관계자들은 인터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이 과연 누구를 인터뷰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피터 로포드, 유니스 머레이, 패트 뉴컴 등 어느 누구도 이들과 인터뷰를 한 적이 없으며 단지 그들의 동료이며 먼로의 정신과 의사였던 랠프 그린슨과 인터뷰를 했다. 8월 14일, 이들은 먼로가 내면적으로 갈등이 심해서 정서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태에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기자회견을 했다. 하지만 이들의 활동 내역은 공개되지 않았고 심지어 활동 기록이 있는지도 의심스러웠다. 8월 21일, 시어도어 커피 검시관과 두 정신의학자는 기자회견을 열고 먼로의 사망원인은 ‘probable suicide'라고 결론을 내렸다.

먼로의 사망원인으로 지금까지 남아 있는 유일한 자료는 먼로의 간(肝)에서 13 밀리그램 퍼센트의 펜토바비탈이 검출됐으며, 혈액에선 8 밀리그램 퍼센트의 클로랄 하이드레이트가 검출됐다는 검사결과 뿐이다. 추후 검사를 위해 적출한 먼로의 위, 간, 신장, 및 장 조직 샘플은 UCLA 의대 실험실에서 보관 중 없어져 버렸다. 먼로의 부검을 입회한 LA 검찰청의 부(副)검사장 존 마이너(John Miner 1918~2011)는 1970년에 은퇴하고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먼로의 죽음은 자살이나 사고가 아니라고 주장해서 주목을 끌었다. 마이너는 LA 검시관 역사상 인체 샘플이 사라진 적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통상적으로 다량의 수면제를 삼키게 되면 구토를 하고 경련을 일으키지만 서서히 수면제를 다량으로 섭취하거나 수면제에 대한 내성(耐性)이 생긴 경우에는 구토를 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먼로가 구토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수면제 복용 자체를 의심할 수는 없다. 하지만 먼로는 과거에도 수면제 과용으로 구토를 했던 경우가 있었기 때문에 이점도 의문으로 남는다. 과연 먼로가 수면제를 몇 알이나 먹었는지는 당시로서는 추측할 수밖에 없었다. 먼로의 내과의사 엔젤버그는 먼로가 죽기 하루 이틀 전에 수면제 2종을 각각 50정씩 처방해 주었으나 모두 빈병으로 발견됐다. 부검을 한 노구치는 먼로가 30~40개를 먹었을 것으로 추정했고, 다른 부검의들은 15~40개 정도로 추정했다.

1990년대 들어서 이제는 혈액에서 추출한 화학 성분으로 그 사람이 삼킨 수면제 등 약물의 분량을 보다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됐다. 그 같은 현대의학의 분석방법을 먼로에게 적용하면 이런 결과가 나온다는 연구가 있었다. 먼로의 혈액에서는 펜토바비탈이 4.5 밀리그램 퍼센트, 클로랄 하이드레이트가 8.0 밀리그램 퍼센트가 나왔는데, 이는 넴뷰탈 27~42개와 클로랄 하이드레이트 14~23개에 해당한다. 먼로의 간(肝)에서는 13.0 밀리그램 퍼센트의 펜토바비탈이 나왔는데, 이는 11~24개의 넴뷰탈에 해당한다. 따라서 먼로는 수면제 52~89개를 삼켰어야 이 같은 농도가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과연 사람이 수면제 약 70개를 의도적이든 과실로든 삼킬 수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또한 이 많은 수면제를 구토도 없이 삼키고 더구나 위(胃)와 소장(小腸)에 수면제 잔존물이 전혀 남지 않을 수 있냐는 의문이 나오는 것이다. 따라서 항문으로 관장(灌腸)을 해서, 또는 주사를 통해 약물이 투입됐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노구치는 먼로의 시신에서 주사 흔적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그렇다면 관장을 통해서 넴뷰탈과 클로랄 하이드레이트 성분을 투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여배우들은 체중을 관리하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고 먼로 역시 그로 인한 변비로 고생을 해서 관장을 자주했다. LA 검찰청에서 수많은 시신 부검을 입회하고 먼로의 부검을 입회한 존 마이너 검사가 검찰청에서 은퇴한 후에 이런 가설을 제기해서 주목을 받았다.

8월 5일 새벽에 먼로가 죽었다는 신고를 받고 먼로의 집에 처음 도착한 잭 클레먼스 경사는 그런 상황에서 유니스 머레이가 세탁기를 돌리고 있어서 이상하다고 느꼈음을 앞서 설명한 바 있다. 주인이 죽었는데 하인이 빨래를 해야 했으니, 이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따라서 의식을 잃은 먼로를 완전히 죽이기 위해 강제로 관장을 하는 과정에서 나온 분비물이 침대 시트와 먼로의 옷에 묻어서 그것을 세탁기에 넣고 돌리고 있었는데, 예상보다 일찍 클레몬스 경사가 도착한 것이 아니냐는 가설이 제기됐다. 유니스 머레이는 간호사 자격을 갖고 있었으며 먼로에게 관장을 수시로 해 주었음은 확인이 된 바 있다. 그리고, 1990년대 들어서 새로운 증언이 나옴에 따라 먼로의 죽음은 계획된 살인이 명백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게 된다.

- 사진 (1) : 먼로의 사망원인을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시어도어 커피 검시관(가운데)과 노먼 파베로우(왼쪽) 및 로버트 리트먼(오른쪽). 1962년 8월 21일.
- 사진 (2) : 노년의 존 마이너. LA 검찰청에서 은퇴한 그는 일찍부터 먼로가 살해됐다면서 재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사진 (3) : 1974년 로버트 케네디 암살을 재조사하던 LA 위원회에서 로버트의 부검 결과를 브리핑하는 토머스 노구치 검시관. 그는 유명인사 부검을 즐겼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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