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1962년 8월 3일

작성일 : 2024-03-08 10:12조회 : 975

1962년 8월 3일

마릴린 먼로가 죽던 날 먼로의 집에는 여러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그 날 밤 먼로의 집안으로 들어갔던 외부인은 앰뷸런스를 몰고 온 두 사람 뿐이었다. 그리고 앞서 설명한 대로 그 중 한 사람인 제임스 홀(James Hall)이 1982년 말에 놀라운 증언을 했다. 자기가 인공호흡기로 먼로가 스스로 호흡을 하도록 만들었으나 콧수염이 있는 의사가 호흡기를 떼도록 하고 먼로의 심장에 주사기를 찔러서 갈색 액체를 주입하자 먼로가 숨을 거두었다는 것이다. 제임스 홀의 이 같은 증언은 먼로의 죽음을 전면적으로 다시 조사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충격적인 것이었다. 그런데, 쉐퍼 앰뷸런스 회사가 제임스 홀의 존재를 부인했고, 제임스 홀이 함께 갔다고 했던 머레이 르보위치는 소재가 파악이 되지 않았다.

그 후 10년이 지난 1993년부터 쉐퍼 앰뷸런스 회사 관계자들이 진실을 말함에 따라 제임스 홀이 말한 바는 진실로 받아드려지고 있다. 르보위츠는 먼로가 죽은 후에 LA에 세차장을 여섯 군데 운영했고 그 후에 성(姓)을 리브(Leib)로 바꾸고 다른 곳에서 살았다. 르보위치는 먼로가 죽은 후 케네디가(家)에서 거액을 주어서 그 돈으로 세차장을 샀다고 나중에 고백했다. 진실을 말하기를 꺼렸던 데는 이유가 있었다.

로버트 케네디가 먼로가 죽던 시점에 먼로의 집에 있었고 먼로의 정신과 의사인 랠프 그린슨이 먼로에게 치명적인 주사를 놓았다고 하더라도 그날 오후부터 밤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왜냐하면 그날 저녁에 먼로의 집에 있었던 사람들은 모두 공범자이기 때문이다. LAPD와 LA 검찰청이 강제수사를 하지 않는 한 이들이 입을 열 이유가 없음은 당연했다. 하지만 로버트 케네디가 그날 LA에 있었다는 사실은 대릴 게이츠 LAPD 국장이 1992년 초에 나온 자기 회고록에서 인정했으니 더 이상 논란이 있을 수가 없다. 1998년 10월에는 할리우드의 극작가이고 영화 편집자이며 먼로를 오래 전부터 알았던 도널드 울프(Donald H. Wolfe)가 <The Last Days of Marilyn Monroe>를 펴냈다. 1998년이면 앰뷸런스 논란 등 먼로의 죽음을 둘러싼 여러 의문점과 논란이 대체로 정리된 후에 나온 이 책은 베스트셀러가 됐다.

먼로가 죽은 8월 4일 그 하루 동안 먼로의 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먼로의 이웃에 사는 사람들의 증언과 그 날 먼로와 통화한 사람들의 증언으로 최대한 추정해 보는 수밖에 없다. 뒤늦게 먼로의 죽음을 추적한 제임스 마골리스(James Margolis)와 리차드 버스킨(Richard Buskin)은 2014년에 <The Murder of Marilyn Monroe>라는 책을 펴내면서 8월 4일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8월 4일 하루 동안에 먼로와 먼로의 집에서 일어난 일을 앞서 나온 앤서니 서머스의 책과 마골리스와 버스킨의 책에 나온 내용을 중심으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먼로가 죽기 전 날인 8월 3일 금요일 오후, 로버트 케네디는 가족과 함께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다. 그는 8월 6일 월요일 오전에 미국 변호사협회(ABA) 샌프란시스코 지부 주최로 간단한 연설을 하게 되어 있었다. 샌프란시스코 변호사협회는 로버트 케네디를 위해 시내에 있는 세인트 프란시스 호텔에 방을 예약해 두었다. 하지만 로버트 케네디는 이 호텔에 묵지 않고 남쪽 길로이(Gilroy)에 있는 베이츠가(家)의 랜치에 묵었다. 뉴욕데일리 뉴스에 할리우드에 관한 칼럼을 쓰던 풀로라벨 뮈어(Florabel Muir 1889~1970)는 먼로가 세인트 프란시스 호텔 데스크에 몇 차례 전화를 하고 로버트 케네디에게 전화를 해 줄 것(return call)을 요청했음을 알아냈다. (관록 있는 여기자인 뮈어는 호텔 전화 교환원에게 수고비를 전달하고 이를 알아냈다.)

로버트 케네디는 이 호텔에 오지 않았기 때문에 먼로의 메시지는 전달되지 않았다. 로버트 케네디가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한다는 사실은 언론에 났으나 숙박 장소는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먼로는 다른 경위로 로버트 케네디가 세인트 프란시스 호텔에 예약이 돼 있음을 알아냈을 것이다. 당시 로버트 케네디의 샌프란시스코 방문을 알린 신문 보도는 2주일 후에 케네디 대통령이 캘리포니아를 방문할 예정임도 함께 언급했다. 먼로와 친했던 시드니 스콜스키(Sydney Skolsky 1905~1983)는 로버트 케네디의 샌프란시스코 도착을 알리는 기사가 나기 며칠 전에 먼로가 케네디 대통령이 캘리포니아에 온다면서 그 때 케네디를 만날 것이라고 자기에게 전화로 말했다고 기억해 냈다.

평소에도 전화를 자주하는 먼로는 8월 3일에도 여러 사람과 통화를 했다. 먼로는 당시 오하이오 콜럼버스에 가 있던 로버트 슬레처와 오랜 통화를 했다. 슬레처는 친구 네 명과 같이 있었는데, 슬레처는 친구들로 하여금 먼로와 통화를 하도록 했다. 먼로는 그 전날 2일에도 슬레처와 통화를 했다. 슬레처는 로버트 케네디가 그 주말에 캘리포니아를 방문한다는 기사를 보고 먼로에게 전화를 걸어서 로버트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알려주었다.

3일 금요일에 먼로는 법무부에 전화를 여러 차례 했으나 로버트와 통화를 할 수 없었다. 먼로는 피터 로포드의 부인 패트리셔 로포드(케네디의 누이동생)에 전화를 해서 로버트와 연락을 해 보려 했으나 패트리셔 로퍼드는 매사추세츠 히아니스포트에 있는 케네디 본가에 가 있었다. 피터 로포드는 먼로에게 패트리셔와 통화할 수 있는 번호를 알려주었다. 먼로가 패트리셔를 통해서 로버트 케네디와 통화를 할 수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따라서 로버트 케네디가 다음 날 자기를 만나러 LA로 오는 것을 먼로가 알았는지도 알 수 없다. 하지만 다음 날 8월 4일 점심을 위해 먼로가 식당에 음식을 주문한 것으로 미루어 볼 때 먼로는 로버트가 4일 오후에 자기 집으로 올 것임을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

- 사진 (1) : 1962년 8월 3일 오후. 가족과 함께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도착한 로버트 케네디. 샌프란시스코 신문은 그의 표정이 경직돼 있었다고 썼다.
- 사진 (2) : 1962년 8월 6일 오후, 가족과 함께 시애틀에 도착해서 World Fairs를 관람하는 로버트 케네디. 표정이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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