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1962년 8월 4일 밤

작성일 : 2024-03-11 08:46조회 : 935

1962년 8월 4일 밤

1962년 8월 4일 토요일 오후 9시 30분부터 12시 사이에는 마릴린 먼로의 집(12305 Fifth Helena Drive)에서 일어난 일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오후 9시 30~45분, 로버트 케네디가 사복 형사 두 명과 함께 먼로의 집에 도착했다. 먼로의 앞 집(12304 Fifth Helena Dr.)에 사는 매리 반스(Mary W. G. Barnes)는 그날 오후에도 로버트 케네디가 먼로의 집에 다녀가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골목길 건너편에 있는 먼로의 집을 주의 깊게 살폈다. 반스 여사는 로버트 케네디가 그 날 오후에 함께 왔던 신사복을 입은 남자 두 명과 함께 먼로의 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으며, 그 중 한 명이 검은 가방을 들고 있었다고 1980년대 들어서 증언했다.
[제이 마골리스(Jay Margolis)는 먼로의 집을 도청했던 프레드 오타시와 오타시의 동료인 버니 스핀델(Bernie Spindel), 그리고 먼로의 집을 도청한 11시간짜리 테이프를 들은 레이먼드 스트레이트(Raymond Strait)를 만나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8월 4일 밤에 있었던 일을 구성해서 <The Murder of Marilyn Monroe>(2014, 2017)를 펴냈다. 이하는 제이 마골리스의 책을 주로 따랐다. 따라서 이는 ‘범죄 현장의 재구성’이지만 객관적인 목격자인 먼로의 이웃 주민과 앰뷸런스 구급요원인 제임스 홀,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먼로와 통화를 한 먼로의 친구들의 진술과 상당히 부합한다. ]

- 오후 9시 45분, 호세 볼라노스와 전화 통화를 하던 먼로는 밖에서 나는 소음을 듣고 볼라노스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했으나 볼라노스는 먼로와 더 이상 통화를 하지 못했다. 로버트 케네디와 두 형사는 유니스 머레이와 제프리스에게 나가 있으라고 하고 별채 게스트 룸으로 들어갔다.
- 오후 9시 45~50분, 밖에서 나는 소리를 확인하러 별채에 있는 게스트 룸으로 걸어 간 먼로는 거기서 로버트 케네디와 남자 두 명을 마주 치고 비명을 질렀다. 두 남자는 로버트 케네디가 LA에 올 때마다 그를 경호해 온 LAPD 형사였고 이들은 먼로를 침대로 밀쳐서 눕혔다. 로버트는 베개로 먼로의 입을 막아서 소리를 지르지 못하게 헸다. 두 형사는 먼로를 제압하고 주사를 놓았다. 먼로가 의식을 잃자 이들은 먼로의 옷을 벗기고 게스트 룸 화장실에 있는 관장(灌腸) 기구를 이용해서 먼로의 수면제 넴뷰탈과 클로랄 하이드레이트를 물에 섞어서 먼로의 두 다리를 벌리고 관장 호스를 항문으로 넣어서 관장을 시켰다. 로버트와 두 형사는 먼로의 일기장(Red Diary)을 찾으려고 집안을 뒤졌다. (관장을 통한 투약에 대해선 따로 설명하기로 한다.)

- 오후 10시, 잠시 의식이 든 먼로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마도 지니 칼멘에게 먼저 걸었을 것이나 칼멘은 외출 준비에 바빠서 받지 않았다. 랠프 로버츠에게 걸었으나 로버츠는 외출 중이라서 먼로는 응답기에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고 의식을 잃었다.
- 오후 10시 30분, 먼로가 죽었다고 생각한 로버트 케네디와 두 형사는 먼로의 일기장을 찾지 못했다. 게스트 룸에 있던 먼로의 말티즈 강아지 마프(Maf)가 짖으면서 마당으로 나왔다. 강아지 짖는 소리는 이웃집에 들렸다. (그 후12시까지 로버트 케네디는 먼로의 본채 다른 방에 머물었거나 집 밖에 세워놓은 형사의 차 안에 머물렀을 것이다.)

- 오후 10시 35분~50분, 유니스 머레이와 제프리스는 먼로가 있는 게스트 룸으로 와서 먼로의 상태를 보고 놀랐다. 노년에 죽음을 앞둔 제프리스의 진술에 의하면, 유니스 머레이가 앰뷸런스를 부르고 랠프 그린슨과 하이먼 엔젤버그에게 전화를 해서 빨리 오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피터 로포드와 패트 뉴컴이 로포드의 자동차로 먼로의 집에 도착했다. (피터 로포드가 먼로에게 그런 사고가 생겼음을 어떻게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패트 뉴컴은 머레이를 보고 “살인자들, 이제 너희들은 만족하느냐”고 소리를 쳐서 이웃집 사람이 들었다. 제프리스는 머레이를 거실로 데리고 들어갔다.
피터 로포드는 먼로의 집을 향해 출발하기 전에 프레드 오타시에 전화를 걸어서 먼로의 집에 가서 케네디 형제와 관련된 증거물들을 치워달라고 오타시를 고용했다. 오타시는 자기 회사의 도청 전문가 리드 윌슨한테 즉시 먼로의 집으로 가서 도청 장치를 철거하라고 지시하고 자기도 먼로의 집으로 향해서 먼로의 집에 곧 도착했다.
패트 뉴컴은 핸리 만치니 음악회장에 가 있는 자기 소속사 대표인 아서 제이콥스(Arthur Jacobs)에게 ‘먼로가 죽었거나 죽어가고 있다’는 메모가 전달되도록 했다. 아서 제이콥스는 곧 먼로의 집에 도착했다. (제이콥스와 함께 음악회장에 있던 나탈리 트룬디가 이 사실을 20년 후에 앤서니 서머스에게 최초로 이야기해서 먼로 죽음의 비밀을 여는 계기가 됐다.)
로포드는 당황해서 정신을 못 차렸으나 프레드 오타시가 지시를 해서 두 사람은 먼로가 관장을 할 때 흘린 오물이 묻은 침대 시트를 걷어내고 먼로의 몸을 닦아내고 말린 후에 침대 위에 얼굴을 위로 한 자세로 만들어 놓았다. 로포드와 오타시는 먼로의 베드룸에서 수면제 약병을 모아서 게스트 룸으로 가져와서 그날 아침에 배달된 베드사이드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 오후 11시, 먼로의 홍보대행사 대표인 아서 제이콥스가 먼로의 집에 도착했다.
- 오후 11시. 쉐퍼 앰뷸러스가 먼로의 집에 도착했다. 이 앰뷸런스에는 구급요원 제임스 힐과 운전기사 머레이 리보위치가 타고 있었다. 두 사람이 처음 마주친 사람은 패트 뉴컴이었다. 뉴컴은 “그녀가 죽었어. 그녀가 죽었어”라고 외쳤다. 먼로의 이웃은 밤늦게 도착한 앰뷸런스를 목격했고 여자의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제임스 홀은 뉴컴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뉴컴은 “그녀가 약을 먹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제임스 홀과 머레이 리보위치가 게스트 룸으로 들어갔더니 벌거벗은 먼로가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침대에는 시트커버가 없었다.
- 오후 11시~11시 30분, 제임스 홀은 리보위츠와 함께 먼로를 들어서 바닥이 딱딱한 통로로 옮기고 엉덩이부터 내려놓았다. 이 과정에서 먼로의 왼쪽 등에 멍이 들었다. 제임스 홀은 앰뷸런스에 있는 산소호흡기를 가져 오라고 했고, 리보위치가 가져오자 먼로의 입을 통해 목구멍에 넣었다. 얼마 후 먼로의 안색이 돌아오기 시작했고, 먼로를 병원으로 옮기면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한 홀은 리보위츠한테 앰뷸런스에 있는 들것을 가져오라고 했다.

- 오후 11시 30~45분, 리보위치가 들것을 가지러 앰뷸러스로 간 사이에 먼로의 의사라는 콧수염이 있는 사람이 게스트 룸으로 들아와서 제임스 홀에게 인공호흡기를 떼라고 하더니 검은 가방에서 주사기를 꺼내서 갈색 약물을 주사기에 넣고 먼로의 심장에 꽂았다. 응급요원은 의사의 말에 절대적으로 복종해야 함을 철칙으로 알고 있는 제임스 홀은 그 의사가 심장을 살리기 위해서 아드레날린을 주사하는 줄로 알았다. 홀은 그 의사가 주사기를 잘 다루지 못하고 심장 위치를 찾기 위해 헤맨다고 느꼈다. 그리고 먼로의 심장은 박동을 멈추었고, 그 의사는 먼로가 사망했다면서 병원에 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 의사는 물론 랠프 그린슨이었다. 제임스 홀은 그 때 게스트 룸에 피터 로포드와 패트 뉴컴, 그리고 정복을 입은 경찰관이 들어와 있음을 알았다. 제임스 홀은 1982년 12월에 글로브지(紙)에 이런 인터뷰를 해서 파문을 일으켰다. 1993년 제임스 홀은 정복을 입은 경찰관이 당시 경사이던 마빈 이아논(Sgt. Marvin Iannone)이라고 확인할 수 있었다.

- 오후 11시 45분~50분, 먼로의 옆집에 사는 에이브 랜도(Abe Landau)는 부인과 함께 밤늦게 귀가했다. 부부는 먼로의 집 앞에 앰뷸런스와 경찰차, 그리고 검은색 자동차가 주차돼 있는 것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했다. 먼로의 집은 한적하고 조용한 주택가라서 한밤중에 경찰차와 앰뷸런스가 오는 경우는 드물었다. 다음 날 부부는 먼로가 죽었다는 뉴스를 접했다. 다른 사람들처럼 이들도 20년 동안 침묵을 지켰다.

- 사진 (1) : 먼로 주택 평면도. 먼로의 베드룸과 게스트 룸은 떨어져 있다.
- 사진 (2) : 8월 5일 아침, 먼로가 죽어 있는 베드룸 문 앞에 경찰관과 기자들이 모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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