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2016년 총선과 새누리당

작성일 : 2024-05-03 22:07조회 : 890

2016년 총선과 새누리당

2016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122석(지역구 105, 비례 17)을 하고 민주당은 123석(지역구 110석, 비례 13석), 국민의당은 38석(지역구 25석, 비례 13석)을 했다. 2012년에 152석을 했던 새누리당은 30석이 줄어서 122석을 하는데 그쳤고, 국회의장은 민주당 몫으로 돌아갔다. 박근혜 탄핵은 이런 구도 하에서 잉태된 것이다. 새누리당의 의석이 이렇게 줄어든 이유를 3당 구도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이를 두고 “(2016년에) 새누리당은 수도권에서 35석을 얻었고 전남과 전북에서도 의미 있는 1석씩을 차지했다. 전체 108석, 수도권 19석을 차지하는 데 그친 이번 국민의힘 성적표에 비하면 양호했다“고 보기도 한다.(윤태곤, ‘윤 대통령과 친윤은 8년 전 총선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조선일보 4월 17일자 칼럼). 하지만 이는 사실과 거리가 멀다. 2012년에 새누리당이 어떻게 수도권에서 35석을 했는지를 잘 살피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2년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얻은 지역구 25석 중 호남 외 지역은 안철수의 노원병과 김성식의 관악갑 뿐이었다. 호남 뿐 아니라 수도권에 출마한 국민의당 후보들 중에는 민주당 비주류였던 사람들이 많았다. 문병호, 김영환, 정호준, 부좌현 같은 전·현직 의원도 있었고 민주당 소속 시의원을 지낸 후보도 있었다. 그럼에도 수도권에선 안철수와 김성식 만이 당선됐다. 그러면 국민의당 후보가 당선되지는 못해도 당락에 영향을 준 지역이 있기 마련인데, 과연 어떤 지역에서 그런 효과가 났는지를 살펴야만 2016년 총선 결과를 정확히 해석할 수 있다.

국민의당 후보 덕분에 어부지리(漁父之利)를 얻어 당선된 경우는 새누리당이 당연히 많다. 서울에선 중구성동을, 강북갑, 도봉을, 관악을이 확실히 그러했고 양천을, 강서을, 동작을도 그러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경기도에선 성남중원, 용인병, 안양동안, 평택, 안산단월, 남양주, 시흥갑, 그리고 인천에선 남구갑, 연수을, 부평갑, 서구갑이 그러했거나 그랬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니까 최대 18개 수도권 지역구에서 새누리당이 어부지리를 취했다고 볼 수 있다.

반면에 성남 분당을에선 임태희 전 의원이 무소속으로 나와서 4자 구도가 되어서 민주당 후보(김병욱)가 행운을 거머쥐었다. 분당갑에선 새누리당이 19대 의원인 이종훈을 유승민과 가깝다는 이유로 탈락시키고 다른 후보를 공천한 탓인지 벽보만 붙이고 유세도 한번 하지 않은 국민의당 후보가 15%를 얻었고 민주당 후보(깁병관)가 당선됐다. 이종훈 의원을 탈락시킨데 대한 항의로 새누리당을 지지했던 유권자들이 국민의당 후보를 찍어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고 보는 것이 보통이다.

물론 당시 국민의당을 지지한 유권자들은 양쪽에서 왔기 때문에 문제의 서울 경기 인천의 18개 지역구가 양자 구도 같으면 모두 민주당이 승리했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보수적으로 계산하더라도 국민의당 덕분에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된 경우가 수도권에서 적어도 10석~12석 정도는 된다고 보는 것은 합당하다. 거기에서 분당에선 민주당이 어부지리로 1~2석 승리했으니까 그것을 빼면 새누리당이 수도권에서 대략 10~11석을 어부지리로 더 얻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비례대표는 어떠한가? 국민의당이 얻은 13석이 양자구도였다면 어느 당으로 갔을지는 물론 분명치 않다. 나는 13석 중 4~5석은 새누리당으로 갈 의석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새누리당은 지역구 선거에서 국민의당 덕분에 10~11석을 추가로 얻었고 비례대표에선 4~5석을 잃어버렸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계산이면 새누리당은 국민의당 덕분에 총 5~7석을 더 얻었다는 계산이 된다. 따라서 2016년 총선을 양자구도로 치렀다면 새누리당은 116~117석 정도 얻었을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120석 선진화법 마지노 라인이 2016년에 무너졌다는 이야기가 된다. 2016년에 새누리당이 어부지리로 승리했던 지역구는 2020년 총선에서 대부분 민주당으로 넘어갔다.

2016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내세운 공약 1호는 국회선진화법 폐지였다. 자기들은 과반수 의석을 당연히 할 테니까 국정에 방해가 되는 선진화법을 폐지하겠다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쪽에 속한 인사가 선진화법이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그 헌법소원은 물론 기각됐다. 국민의당 덕분에 122석을 해서 선진화법 마지노 라인을 간신히 지켰는데, 헌법재판소가 선진화법을 위헌으로 결정했더라면 새누리당은 정말 큰 일 날 뻔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대통령이 되기 전에는 ‘선거의 여왕(女王)’, 아니 ‘선거의 여제(女帝)’였던 박근혜가 대통령이 된 후에는 그렇게 감각을 잃어버린 것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2020년에는 황교안이 거기서 또 열석을 잃어버려서 선진화법 마지노 라인은 무너졌고, 개헌/탄핵 저지선(100석)마저 위태해졌다. 그리고 그 연장전이 이번 총선이었다. 강남 3구와 영남이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한 100석 라인은 무너지기 어렵고, 오늘날 국민의힘은 거기에 안주하고 있다.

(얼마 전 어떤 자리에서 2016년 총선에서 어부지리로 당선됐던 전직 의원을 만났다. 21대 총선에선 낙선해서 이제는 선거판을 떠난 그는 국민의당 덕분에 20대 의원을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내가 이런 말을 했다. “그 때 나는 우리 국민의당 후보를 위해서 지원유세도 많이 했는데, 결과를 보니까 내가 친정(새누리당)을 도왔습디다.” 우리는 같이 웃었다. 지나고 보면 그저 그런 추억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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