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평화방송 열린세상오늘 2009년 10월31일 대담

작성일 : 2009-11-02 00:25조회 : 1,714

10/31 이상돈 교수 "헌법과 법치에 대해 냉소적이고 허무주의적 태도 갖게 할 우려"

평화방송 이석우의 ‘열린세상오늘’ 인터뷰 2009년 10월 31일

< 이상돈 교수 주요 발언 >

"헌재 미디어법 판결-국민들로 하여금 헌법과 법치에 대해 냉소적이고 허무주의적 태도를 갖게 하지 않을까 걱정된다"ㅣ

"현 정부 들어서서 절차보다는 결과만 좋으면 된다, 그런 것이 실용이다 이런 사고가 팽배한 것 같은데 결과적으로 그런 잘못된 인식을 합리화시켜주는 결과가 된 것이 아닌가 우려"

"절차적 정의를 무시한 헌재의 이번 판결이 앞으로 4대강 재판에 잘못된 시그널 줄 까 우려 "

"헌법재판소법 제 66조 2항은 헌재는 권한침해의 원인이 된 처분을 취소하거나 무효를 확인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이것은 침해복구라는 측면이 있지 헌재에 취소나 무효를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는 재량권을 준 것이 아니다"

"행정소송법에는 사정판결의 근거 조항이 있지만 헌재법에는 그런 근거 조항이 없다 . 따라서 헌재는 66조 2항에 근거해서 이번에 취소건 무효확인 판단을 하는 것이 보다 논리에 맞다"

"미디어법 전체가 헌재에서 위법이라고 판단을 받았기 때문에 미디어법 전체와 그 후속적인 시행령 시행규칙 전체가 불법적인 법률이란 멍에에서 벗어날 수 없다"

"국가 기관이 불법적으로 획득한 증거는 그것이 진실이라하더라도 재판에 쓰여선 안된다는 우리 형사소송법상의 절차적 정의를 헌재가 이탈한 것, 굉장히 불행한 일이다"

----------------중앙대 법대 이상돈 교수 인터뷰 ------------------

- 헌재가 미디어법에 대해 절차상 문제가 있지만 유효하다고 판결 내렸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무래도 납득이 안 가는 부분이 있다. 위법하다고 판단하면서 시정을 스스로 거부했다. 이것이 권한쟁의 사건의 한계라고 할 수 있겠지만 판결을 잘 읽어보면 그렇게만 볼 수 없을 것 같다. 그런 점에서 헌재가 헌법재판소법에 규정된 소임을 제대로 잘 이행했는가 하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 결론적으로 이것은 일반인 법감정과는 떨어져 있는가 아닌가, 그래서 불행하게도 헌재에 대한 불신이 나오지 않겠나 본다.

-이강국 헌재소장이 헌재법 제 66조 규정을 들어서 무효를 거부한 것이 논란이 되고 있지 않습니까?

헌법재판소법 66조가 1항과 2항이 있는데 66조 1항은 심판대상이 된 국가 기관 등의 권한의 존부 또는 범위에 대해 판단한다고 되어 있다. 2항은 위의 경우에 헌재는 권한침해의 원인이 된 처분을 취소하거나 무효를 확인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여기서 무효를 확인할 수 있다고 되어 있으니까 1항은 판단한다고 되어있고 2항은 할 수 있다고 되어 있으니까, 헌재는 1항에서 판단은 의무고, 2항은 전향적으로 취소하거나 무효확인할 수 있고 안 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석이 되는게 아닌가 해서 헌재가 판결한 것 같다. 그런데 여기에 대해선 이론이 있을 수 있다. 헌재 권한사항인 기관쟁의는 아무나 제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권한이 침해당했다는 피해자가 자기 권익을 복구하기 위해서 제시하는 것이다 .즉 이것은 침해복구라는 측면이 있다 .이것을 법률로 얘기해서 주관적 쟁송이라고 한다. 자기 침해에 대한 법익을 복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대해선 비슷한 조항이 있다. 행정청의 부당한 위법한 처분에 대해서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때 근거법이 행정소송법이다 .행정소송법 제 27조도 행정청의 재량에 속하는 처분이라 할지라도 재량권의 한계를 넘거나 남용이 있을 때 법원은 이를 취소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그러니까 여기서 행정소송법이나 헌법재판소법에서 할 수 있다고 한 것은 헌재나 행정법원이 그런 권능을 갖고 있다고 표현한 것이지 임의적으로 판단해서 ' 할 수도 있고 안할 수도 있다'는 그런 재량을 준 것으로 볼 수 있겠느냐 하는 그런 의문이 있겠다. 특히 행정소송법의 경우 위법해서 취소해야만 하지만 뒤늦게 행정처분을 취소하게 되면 굉장히 공익에 큰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경우에는 취소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해서 그것을 사정판결이라고 해서 특별한 조항을 두고 있다. 말하자면 행정처분이 위법하지만 이것은 특별한 공익문제가 있어서 취소하지 않는다는 것이니까 이번에 헌재판결도 유사한 것이다. 그런데 행정소송법에선 사정판결에 대한 근거조항이 분명히 있다 .기억하시겠지만 김여삼 대통령 아들을 특검했던 어떤 검사장에 대한 나중에 면직처분이 행정법원에서 위법하지만 복직은 안 된다는 사정판결한 경우가 있었다 .검찰의 위계가 너무 복잡하니까. 이것은 어디까지나 행정소송법에 사정판결이란 근거 조항이 있었다. 헌재법에는 그런 사정판단, 이런 조항은 없다 .그래서 이것을 헌재가 재량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다만 여기서 어떤 사안에서 헌재가 보기에 66조 1항에서 그냥 위법판단만 하고 구태여 문제가 된 처분을 조치를 취소하거나 무효판결하지 않아도 되면 구태여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인데 그런데 사안에 따라서는 헌재가 아니면 위법한 처분을 회복시킬 방법이 없다하면 제2항에 의해서 당연하게 해당 처분을 취소하거나 무효판결을 해야 하는게 아닌가, 이렇게 볼 수 있겠다. 이번 미디어법 사안은 누가 보더라도 국회의 현재 상황을 볼 때 국회가 자발적으로 재의하긴 어렵고 또한 헌재가 자체가 야당 의원들의 국회법상 권익이 침해당했다고 했으니까 제 생각으로는 2항에 의거해서 당연하게 무효확인 같은 그런 판단을 하는게 보다 원칙에 충실한 것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든다.

-도무지 어느 정도 중대한 침해가 있어야 중대한 침해가 된다는 것인지 그 부분도 알 수가 없는데 말이죠 ?

법원의 다수 의견도 인정했지만 우리 헌법의 일사부재의 원칙은 헌법상 원칙은 아니다. 그것은 국회법상에 따라 나라에 따라 달리 갈 수 있다. 회기 계속이냐 불계속 같은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국회 입법권, 국회의원 지위 이런 것들은 헌법에 보장되어 있다. 그래서 또 하나는 과거 이 문제에 대해서 헌재가 위법이 중대하지 않기 때문에 위법자체가 (판단대상이 )아니라는 판결을 했다. 그래서 권한쟁의 대상이 되지만 현재 이런 것들이 위법하다는 증거, 뭐 단순한 절차위반 갖고서는 판단 자체를 거부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66조 1항에 의거해 위법하다고 판단하면서 이것이 중대한 하자가 아니기 때문에 취소나 무효확인 할 수 없다 이렇게 판결했거든요. 제 생각은 여기서 헌재가 1항의 판단만하고 2항의 취소나 무효확인을 하느냐 마느냐의 기준은 그것보다는 어떤 경우는 헌재가 판단만 하게 되면 자율적으로 시정이 될 수 있는 경우가 있겠죠. 그런 경우는 판단만 해도 되는 것이고 어떤 경우는 사안으로 볼 때 헌재가 유권적으로 취소 또는 무효 확인하지 않으면 제대로 시정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게 되면 2항을 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이번 건은 국회가 다시 재의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그런 기준에 의할 것 같으면, 제 생각으로는 2항에 의거해서 취소건 무효확인 판단을 하는 것이 보다 논리에 맞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든다.

-질의 토론 절차의 위법여부도 논란인데 이것 역시 6:3으로 위법이란 결론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회의장 무질서를 고려할 때 청구인들의 의사진행 저지행위에 비쳐서 피청구인이 질의나 토론이 없을 거승로 예상하고 신청유무를 확인하지 않은 채 생략하는 것은 개인적 판단임으로 적법하다 이런 반대 의견도 있는데?

어떤 사안을 볼 때 과연 어디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이 사안을 다 볼 것인가 하는 문제가 되겠다. 그러면 도대체 어떻게 해서 국회가 이렇게 파행이 됐는가에 대해 한나라당은 야당이 의장석을 점거해 의사를 방해했기 때문이다 주장하는데 그렇게 되면 그 앞에 가서는 그러면 왜 (야당은)그렇게 했는가 하면 그 논쟁은 거슬러 올라가면 끝이 없다 .그래서 이런 사건이 모든 재판이 그렇지만 문제가 되고 있는 그 부분을 어느 선까지 끊어서 판단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다수 재판관들이 그렇게 거슬러 올라가서 누가 잘했나 하는 것은 사실 법률가답지 않은 것이다. 해당 사건에 대해 충분한, 그 시점에서 보는 것이다. 그 부분에 대해 다수 재판관은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이것도 과거엔 국회내 의사는 국회내 자율권이라고 해서 헌재나 사법부가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고 봤는데, 다수 의견이 위법이라고 판단한 것은, 이것도 사실은 굉장히 높이 봐야 할 것이다.

-한나라당 일각에선 이번 헌재 결정에 대해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관련 결정과 비슷한데 왜 야당이 반발하냐, 이렇게 반박하고 있는데?

그것은 보는 입장에 따라 다르겠지만, 헌재의 정치적 해석은 결국엔 어떻게 판결에도 그런 것이 있다. 저로선 법학자로선 아쉬움이 있는 것은 지난번에 탄핵심판때도 그랬고 수도이전 판결이나 이번 미디어법 판결에서 헌재가 가급적 헌법에 충실하고 논리에 충실한 판결을 하는 것이 이런 정치적 해석에 휩싸이지 않는데, 사실은 많은 경우에 그렇지 않지 않았나 하는 비판이 있죠 .그 점은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행정부가 이번 헌재 결정을 놓고 후속적 시행령 시행규칙 제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이에 대해선 어떻게 보십니까?

이 미디어법 전체가 헌재에서 위법이라고 판단을 받았기 때문에 미디어법 전체와 그 후속적인 시행령 시행규칙 전체가 불법적인 법률이란 멍에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것이 두고 두고 정당성에 상당한 문제를 야기할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야당에서) 사법적으로 더 이상 어떻게 해볼 순 없을 것 같다.

-입법부 일이 사법부로 넘어가고 사법부에서 판결하는 일이 자꾸 발생하는 이런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헌재도 이런 사건 맡게 되면서, ‘상당히 고약스런 일을 우리에게 넘기는구나’,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볼 것은, 그렇다고 해서 ‘이 고약한 일을 왜 너희가 처리하지 못하고 우리에게 넘기느냐’ 하면서 다시 차버리면 이런 일이 계속 발생한다. 오히려 힘들고 정치적 부담도 많은데도, 이런 일의 재발을 막기 위해선 헌재는 매서운 판결을 해야만 이런 것의 재발을 막을 수 있는데 이번에는 유감스럽게도 이번엔 그렇게 하지 못했다. 사실 국회 내부에 대해선 과거에는 선진국에서도 법원이 심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렇게 봤다. 그러나 이것이 60년대 70년대부터 헌법 원칙, 개인의 권익이 중요하기 때문에 국회의사 절차가 법률에 위반되면 사법부가 심판할 수 있게 됐다. 이런 것이 선진국에선 확립이 되어 있다.

-이번 헌재 판결을 보시면서 가장 우려하는 점이 있다면 ?

제가 우려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법체계를 보면 독일 일본에서 따온 대륙법이다. 대륙법계보다는 기본권 신장이 많이 잘 된 것이 영미계통인데, 여기선 절차적 정의를 굉장히 중시한다. 사실 민주주의역사를 보면, 민주주의 발전, 개인의 기본권 발전은 다들 절차적 정의를 확보한 그런 역사였다. 거기에 비해 과거 독일이나 일본은 국가 우월적인 그런 체제였기 때문에 국민의 절차적인 정의보다는 실체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번 판결에선 절차를 경시한 게 아닌가 하는, 나쁜 인상을 준 것 같다. 절차가 잘못됐다 하더라도 이미 사안이 굳어지면 그것은 어쩔 수 없는게 아니냐 하는 잘못된 인식이 통용될 수 있다는 이런 교훈을 갖다가, 잘못된 시그널을 준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 또 하나 우리 헌재가 원래 독일제도다 . 그러다보니까 독일의 헌법의 학설과 주장이 우리나라의 많은 헌재 판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닌가 본다. 이번에 분리해서 판결한 것도 학자에 따라선 독일의 어떤 학설을 원용한 것이 아닌가 보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학계가 많은 논쟁을 해야 할 것이다.

-절차는 무시해도 결과만 좋으면 된다, 이런 것이 걱정인데 말이죠?

그 부분이 제일 걱정이다. 특히 현 정부 들어서서 절차보다는 결과만 좋으면 된다, 마치 그런 것이 실용이다 흑묘백묘 이런 말까지 나오고 있는데, 그래서 실용주의가 절차는 관계없다 결과만 좋으면 된다, 이런 사고가 팽배한 것 같은데 - - , 물론 헌재가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그런 잘못된 인식을 합리화시켜주는 결과가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형사소송법을 보면 우리나라에서 개인의 기본권 특히 절차적 정의가 가장 최근에 많이 증진된 것이 형사소송에서인데, 말하자면 국가 기관이 불법적으로 획득한 증거는 그것이 진실이라 하더라도 재판에 쓰여선 안 된다는 것이죠. 이런 것이 말하자면 절차적 정의를 우리 법원이 굉장히 중시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헌재가 그런 것에서 이탈한 것이 아닌가 비판을 받겠죠. 굉장히 불행한 일이라고 하겠다.

-이번 헌재 판결이 앞으로 4대강 사업 재판에도 어떤 양향을 미칠 것인가 이런 부분도 걱정이 되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4대강 사업은 정부가 굉장히 성급하게 추진하는 바람에 상당히 관련법 절차를 위반했다는 그런 지적이 많이 나왔고 일부는 정부 당국자도 인정한 바 있다. 그래서 이런 것에 대해서도 이것이 혹시 나중에 사법부 판단에 회부될 경우 그 절차적 위반을 갖다가 얼마나 중시하는가가 논란의 대상이 되겠죠. 그래서 그런 점에서 볼 때 헌재 판결이 잘못된 시그널을 준 것이 아닌가 한다. 또 하나는 아마도 헌재 재판관들은 대개 법률의 세계에서 살고 있다. 법률의 세계에서 사는 사람들은 일반 사람들 상식에서 벗어나는 이런 경우가 많이 있다. 헌재재판관들은 당신들 나름으로는 소신에 따라서 가장 합리적 판결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러나 결과적으로 국민들로 하여금 헌법과 법치에 대해 냉소적이고 허무주의적 태도를 갖게 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일반국민들에게 위법인데도 유효라는 것을 납득할 방법이 없다. 그것은 굉장히 힘들다. 법률가들은 판결을 읽어보면 이럴 수도 있겠구나 하지만 일반국민들에게 그런 것이 납득이 잘 안되는 것이죠. 그래서 좋은 판결은, 상식에 부합하는 판결이 제일 좋다고 한다. 법률가들이 잘못하면 논리의 함정에 빠져서 상식에 벗어나게 되는데, 상식에 벗어나는 판결은 결국 나중에 가서는 상식에 부합하는 판결로 번복되게 된다. 19세기 남북전쟁 일으킨 미국 대법원 판결에 이런 것이 있었다 . 흑인들은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그 당시 법으로선 논리에 맞았지만 통상적인 상식에 어긋난다.이런 것이 나중에 가서 다 뒤집힌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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