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해저 석유·가스 개발

작성일 : 2024-06-22 21:25조회 : 442

해저 석유·가스 개발

포항 영일만 해안까지 도로를 확장한다고 하니 영일만에서 석유가 곧 나올 모양이다. 해저 석유 개발 이야기가 나오니 40년 전에 그 분야를 공부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영국과 노르웨이를 산유국으로 만들어 준 북해(North Sea) 유전(油田)이 생산을 시작한 시기는 1970년대 말로 내가 미국에서 공부를 시작하던 때였다. 마가릿 대처 총리는 북해 유전(油田) 덕분에 포클랜드 전쟁과 탄광 폐쇄 등으로 힘들었던 영국 경제를 다시 일으킬 수 있었다.

미국의 해저 석유는 멕시코 만 연근해(沿近海)에서 가장 많이 나온다. 뉴올리언스는 멕시코 만 석유사업의 중심지로, 석유업과 해운업이 성행했다. 내가 공부한 튤레인은 석유회사와 해운업계가 든든한 후원자이고, 로스쿨에는 해사법(Admiralty)은 물론이고 석유가스법(Oil and Gas Law) 과목이 인기가 많았다. 내가 마지막으로 들은 과목은 ‘Offshore Operations'으로 멕시코 만 석유 사업과 관련된 인허가 구조와 절차, 계약 관계, 회사와 근로자와의 관계, 사고 발생시 관할과 책임 등을 다루는 테크니컬한 과목이었다.

해저 지질탐사로 석유/가스 부존이 확인되면 텍사코, 쉘 등 석유회사가 사업자(Operator)로 뛰어든다. 사업자는 시추회사(Drilling Company)와 계약을 체결하고 시추회사는 계약자(Contractor)로서 반잠수식 시추선(Semi-submersible) 등을 동원해서 시추에 나선다. 유전이 확인되고 수심이 500 미터 이내이면 고정 플랫폼을 설치해서 석유를 생산한다. 내가 공부하던 시절에는 뉴올리언스에 본사가 있는 ODECO, 휴스턴에 본사가 있는 SEDCO가 대표적인 시추회사였다. 두 회사는 인수합병으로 다른 회사로 이어오고 있다. 이런 과정은 로펌들에게 일거리를 많이 만들어 주며, 그래서 로스쿨 학생들이 해사법과 석유가스법을 공부하는 것이다.

시추와 생산에 대한 허가권은 해안선 3마일(역사적 이유로 텍사스와 플로리다 걸프쪽은 9마일)까지 주 정부 소관이고 그로부터 국제법이 정하는 대륙붕 한계까지는 연방정부(내무부) 소관이다. 그러니까 연방정부와 주정부는 사업자(메이저 석유회사)와의 라이센싱 계약을 통해 석유와 가스 개발권을 리즈(lease)해 주어서 수입을 올린다. (영일만처럼 정부가 사업자로 모든 위험부담을 안고 시추회사에게 일감을 주는 경우는 나로선 들어보지 못했다. 지금 돌아가는 모습은 단독 수의계약으로 정부가 직접 외국 시추회사에 일감을 주려는 것 같은데, 아무도 관심을 갖고 있지 않은 것 같다.)

1970년대 말은 석유파동으로 유가(油價)가 매우 높을 때라서 석유회사들은 해저 석유개발에 적극적이었다. 뉴욕 롱아일랜드에서 버지니아에 이르는 앞 바다에 석유와 가스가 부존되어 있음이 지질탐사로 확인돼서 석유회사들은 환경영향평가 등 절차를 거쳐서 시추에 들어갔다. 이 지역을 ‘볼티모어 캐년’(Baltimore Canyon)이라고 부르는데, 미국 지질국(USGS)은 천연가스 13.5 trillion cubic feet가 있다고 발표한 바 있었다. 석유회사들은 10여 곳에서 시추를 했으나 유전이나 가스전을 발견하지 못했다. 1983년 들어서 원유가격이 폭락하자 석유회사들은 더 이상 시장성이 없다고 보고 철수해서 결과적으로 막대한 손해를 보았다. (미국 정부는 한 푼도 손해 보지 않았으니까, 우리와는 사정이 다르다.)

인터넷으로만 검색해도 볼티모어 캐년에는 상당한 석유와 가스가 있다고 보는 학술연구 자료가 많다. 하지만 대서양은 수심이 깊고 기상 변화가 심해서 다시 시추를 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1970년대 말에는 대서양 북쪽 캐나다와 접경지역 앞바다 조지스 뱅크(Georges Bank)에도 석유와 가스가 부존되어 있다고 확인된 바 있어서 석유회사들이 시추를 한 적이 있다.

- 사진 (1) : Mid-Atlantic Map. Baltimore Canyon은 수심이 600 미터로 갑자기 깊어지는 Continental Margin 가까이 있다. 240 Seeps, 즉 240곳에서 원유성분이 유출되는 징후가 있다고 표시하고 있다.
- 사진 (2) : 현대 중공업이 건조하고 ODECO가 소유 운영하던 시추선 Deep Water Horizon이 멕시코 만에서 조업을 하던 중 2010년 4월 20일 폭발사고가 발생해서 11명이 사망하고 대규모 환경재앙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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