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의대 증원과 경제신문

작성일 : 2024-10-14 20:36조회 : 134

의대 증원과 경제신문

의대 증원으로 시작된 의료 대란이 8개월째 접어들고 있다. 처음에는 의사가 부족해서 대폭 늘려야 한다는 정권의 주장에 솔깃한 사람들이 많았으나 이제는 많이 바뀐 것으로 보인다. 필수의료 문제에서 저수가, 그리고 사법리스크에 이르는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의 고질적인 문제점이 알려진 것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된다. 정부 자체의 신뢰 추락도 큰 영향을 주었다. 윤석열의 지지도 하락과 김건희를 둘러싼 여러 논란도 영향을 주었다. 하지만 정부의 입장은 요지부동이다. 이대로 가면 내년 3월 전후에 큰 파란이 일어서 정권이 뿌리째 흔들릴 것으로 보이는데도, 정부는 꿈쩍도 않는다.

이번 과정을 통해서 통계나 계량분석을 이용하는 기법이 현실에선 얼마나 허망한지를 잘 보여 주었다. 기업에서 그런 분석을 잘 했던 로버트 맥나마라 국방장관이 주도한 베트남 전쟁은 처참한 실패로 끝났다. 맥나마라가 도입을 주도한 무기체계는 모두 실패로 끝났는데, 정작 무기를 사용할 군의 의견을 무시했기 때문이었다. 엔지니어가 주도하던 GE와 보잉은 경쟁력이 있었으나 금융 재정 전문가들이 구조조정을 하더니 GE는 망하고 보잉이 만든 737 맥스는 바다로 추락하고 말았다. (지금 삼성도 비슷한 상황이라는 말이 있다.)

정부에서 연구비 받아서 그럴싸하게 결과를 내는 보고서는 자신들의 철학 부재를 감추기 위해서인지 어째서인지 항상 무슨 통계가 어떻고 하는 식으로 정부 입맛에 맞는 결론을 도출하곤 한다. 의사가 10,000명이 부족하다는 보고서도 그런 식으로 보면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현장에서 의료를 하는 사람들을 무시하고 책상에서 보고서나 쓰는 사람들의 설익은 주장을 윤석열이 덥썩 물어서 이런 대형사고를 낸 것이다.

이번 의료 대란에서 경제신문이 보여준 자세는 정말 미스테리다. 경제 신문이라면 실물을 보통 신문보다 더 잘 알아야 할 것 같은데, 오히려 정반대다. 경제신문이라면 저수가(低酬價)가 한국 의료를 이런 지경을 만들었다는 사실은 알 것 아닌가 ? 시장경제를 신봉한다는 한국경제와 매일경제가 의료계를 비난하는 모습은 정말 이해하기 곤란하다. 두 경제신문 경영진이나 논설위원들은 병원도 다녀 본 적이 없는가 ? 윤석열이 의료대란으로 무너지면 자기들도 책임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가 ?

매일경제는 10월 10일자로 ‘서울 의대·대통령실 맞짱 토론, 의정대화 물꼬 트길’라는 사설을 내보냈다. 2025학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는 수시 접수가 끝난 마당에 이는 현실성 없다면서 정부가 ‘열린 입장'이라고 막무가내로 정권을 옹호하고 있다. 이런 현실감 없는 황당한 글을 사설이라고 내보내다니 한심하다.
https://www.mk.co.kr/news/editorial/11136721

한국경제는 10월 7일자에 최인이라는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의 칼럼 “의사 수 문제, 페이퍼 갖고 논쟁해야‘를 내보냈다. 의료계열 고소득은 인력 부족을 방증한다면서 사과 값은 사과가 부족하다는 신호라면서 의사를 늘려야 하며 '2000명 증원'은 전문가 보고서에 기반했다고 주장했다. 그 전문가 보고서는 작성한 사람들마저 2000명 증원을 주장한 적이 없다고 물러선 것이 벌써 몇 달 전인데, 이런 글을 지금 지면에 올리는 신문사는 부끄럽지 않은가 ?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100674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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