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5.5년제 의대 ?

작성일 : 2024-10-31 11:45조회 : 120

5.5년제 의대 ?

의대생 휴학처리 등을 두고 교육부가 내어 놓는 망언(妄言)이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교육부가 의대생들의 휴학을 대학 자율로 승인할 수 있게 한 것과 관련해 '동맹 휴학' 승인은 아니라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또한 학사 운영 파행을 막기 위해 교육과정을 5.5년제로 줄이는 방안도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밝혔습니다.” (10월 30일 KBS 뉴스)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094182...

우선, 2024년 1, 2학기 휴학계를 낸 학생들이 언제 ‘동맹휴학’ 캠페인을 했는지 그것이 알고 싶다. 의대 재학생들은 동맹휴학을 한 적이 없다. 1980~90년대처럼 대학마다 막강한 학생회가 있어서 전국 의대학생총연맹 같은 연대 조직을 만든 것도 아닌데, 무슨 동맹휴학 운운하는 지 한심하다. 교육부는 의대생의 휴학을 ‘동맹휴학’으로 간주하는 것 같은데 그것은 그들의 마음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의대생들의 휴학을 동맹휴학으로 간주해 왔는데, 지금와서는 ‘동맹휴학을 승인하는 것은 아니다“고 하니 누워서 자기 얼굴에 침 뱉는 꼴이 아닌가?

교육부는 또 교육과정을 5.5년제로 줄이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한다. 5.5년제가 바로 그들이 말하는 플랜 B인 모양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30일 부실 교육 및 수련이 우려된다는 지적에 대해 “대학 자율로 교육과정을 짜도록 할 것”이라며 “예과 2년을 3학기로 단축하는 안 등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올해 신입생의 경우 예과를 3학기로 단축해 내년 신입생과 본과 실습을 함께 하지 않도록 할 수 있다는 취지다. 심민철 교육부 인재정책기획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대학이 자율적으로 의대 교육과정을 5년이나 5.5년 등으로 단축할 수 있다.”
- “의대 7500명 수업 인강 대체 불가피, 해부실습은 ‘참관’ 수준 될것” (동아일보, 10월 31일자 기사)
https://www.donga.com/.../article/all/20241031/130331159/2

의대를 5년제로 하겠다고 했다가 망신을 당한 게 바로 엊그제인데, 5.5년은 또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다. 교육부가 대학 교과과정을 고무줄처럼 5년으로 줄였다가 5.5년으로 늘리고 제멋대로 주무를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25조 1항은 “의과대학ㆍ한의과대학ㆍ치과대학 및 수의과대학 학사학위과정의 수업연한은 6년으로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이 조항을 개정해야 하는데, 아무리 대통령령이라고 하더라도 이 조항에서 유독 의과대학은 5.5년으로 한다고 개정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지, 이주호 장관에게 묻고 싶다.

이처럼 법령을 개정하지 않고는 5.5년제나 5년제 의대는 불가능하다. 고등교육법은 교육연한을 시행령에 위임했고, 시행령 제25조 1항은 의대, 한의대, 치대, 수의대는 6년으로 한다고 명확하게 규정해 놓아서 이 조항을 개정하지 않는 한 대학이 자율적으로 5년제나 5,5년제 의대를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심민철 교육부 인재정책기획관은 현행 법령으로는 불가능한 것을 이야기한 것이다. 따라서, 이런 기사를 쓰는 기자는 그냥 받아쓰기를 하기보다 현행 법령 하에서 그것이 가능한가를 장관이나 실장한데 질문을 했어야 했다. 우리나라 언론은 도무지 그런 것이 부족하다. 의대 정원 2000명 이야기가 처음 나왔을 때에도 그것이 가능한가를 짚어 보고 기사와 사설을 썼어야 했다.

의대는 원래부터 의예과 2년과 본과 4년으로 교육을 해 왔다. 내가 1970년 서울대에 입학했을 때 1학년은 교양과정부라고 해서 공릉동에서 모두 함께 공부를 했다. 사실을 말한다며, 1학년 때는 그냥 놀았던 것이다. 교양과목이란 것이 고3 과목과 다를 것이 없었고 학교가 하도 멀어서 버스에 시달리고 학교에 와서 강의실에 앉으면 잠이 오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의예과를 입학한 고교 동창들은 동숭동 의대 캠퍼스에서 1학년부터 공부를 하도 많이 해서 명동과 무교동의 다방과 생맥주집을 전전하던 우리가 보기에 그들이 정말 대학생 같이 젊잖아 보였다. 당시는 의대 주요 교과서가 우리 책이 없어서 의대생들은 영어 원서로 공부를 많이 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래서 고등학교 시절에 의대는 적성이 맞아야 하고 공부 기간이 길기 때문에 각오를 하고 가야한다는 말이 있었다.

그 시절에 약대와 수의대는 우리처럼 4년제였다. 1학년 교양과정은 대충 노는 것이니까 당시 약대와 수의대는 전공을 공부하는 기간은 3.5년도 못됐을 것이다. 교양도 아니고 전공도 아니었던 교양과정부는 몇 년 후 없어져 버렸다. 그리고 약대와 수의대는 4년제에서 6년이 됐다. 현대 의학의 눈부신 발전을 감안한다면 원래 6년제였던 의대는 7~8년은 되어야 마땅하고, 그런 점에서 인턴과 레지던트 1년은 의대 교육의 연장으로 봐야 하지 않는가 하고 생각하게 된다. 5년제 의대니 5.5년제 의대니 하는 이야기가 나와서 지난날을 되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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