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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경찰국

작성일 : 2024-02-22 18:49조회 : 1,045

LA 경찰국

지금까지 먼로의 이상한 죽음에 대해 읽은 사람은 먼로 같은 유명한 배우의 석연치 않은 죽음에 LA 경찰(LAPD)은 무엇을 했나 하고 의문을 가질 만하다. 먼로의 죽음에 대해 의문을 갖고 먼로의 집을 범죄 현장으로 보존하고 그곳에 있었던 사람들은 조사했다면 사정은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LAPD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배경은 간단하지 않다. 우선 LAPD가 어떤 기관인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20세기에 들어서 LA는 급속히 성장했고 1920년부터 LA 인구는 샌프란시스코의 인구를 앞서기 시작했다. 온갖 사람들이 LA로 모여들었고 자연히 범죄가 기승을 부렸다. 범죄와 싸워야 하는 경찰관들은 범죄집단과 연루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 LA는 무법천지였다. 스페인어로 ‘천사의 도시’(City of Angels)인 LA는 ‘악마의 도시’(City of Demons)라는 자조(自嘲)가 나올 지경이었다.

LA는 주변에 큰 강이 없어서 도시가 성장할 수 없었으나 1900년대 들어서 시에라 네바다의 오웬스 밸리로부터 물을 끌어 오는 도수로(導水路) 사업을 기획해서 1913년에 드디어 완공을 했다. 이에 따라 황무지이던 샌페르난도 밸리가 개발되고 인구가 폭증하기 시작했다. LA가 성장함에 따라 개발을 주도한 LA 타임스 족벌과 정치인들은 막대한 부(富)를 챙겼다. 그 시절 미국의 대도시는 불법 복권 등 도박, 매춘, 그리고 소매상인을 등쳐먹는 공갈범죄가 기승을 부렸는데, 신흥도시 LA도 마찬가지였다. LA의 차이나타운 지역에선 아편이 성행했고 그 주변은 거대한 매춘 소굴이었다. 할리우드 덕분에 스타가 되겠다고 전국에서 젊은 여자들이 모여든 LA에서 매춘이 성행했음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1920년대 들어 금주법(禁酒法)이 시행되자 밀주 사업이 성행했고 뉴욕과 시카고의 마피아가 LA로 진출했다. LA는 그야말로 ‘죄악의 도시’(Sin City)였다. 부패한 정치인들은 조직범죄단에 좌지우지됐고 정치적 영향력에 좌우되는 LAPD는 제 기능을 할 수 없었다. 더구나 LAPD 경찰관은 직업공무원으로서의 신분 보장이 없어서 경찰관은 사명감과 긍지가 없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LA 경찰관 직장협의회(노조)로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그 결과로 1934년 LA 시의회는 경찰관과 소방관의 신분을 보장하는 조례를 주민투표에 회부해서 통과시켰다. 새로운 제도는 경찰관의 신분보호 못지않게 경찰 자체를 외압으로부터 보호하는 효과가 있었다. 1937년에는 경찰국장(Chief of LAPD)에게도 직업공무원(civil service)의 지위를 부여하는 제안이 주민투표에 회부되어 통과됐다. 이로서 LAPD 국장은 경찰위원회에 의해 임명되면 징계를 당하지 않는 한 해임할 수 없게 됐다.

이제 LAPD 국장은 내부에서 승진시험을 보아서 최고 점수를 받은 복수의 후보 중에 경찰위원회가 임명하고, LAPD 국장은 임기도 없고 정치적 해임도 불가능한 지위를 갖게 됐다. 다른 도시에는 유례가 없는 이 제도에 의해 LAPD 국장은 시장과 시의회로부터 독립되어 엄정하게 법을 집행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이로 인해 경찰국장이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는 점은 당시 정치인들이나 시 의원들이 잘 알지 못했다. (이 특이한 제도는 1992년 LA 폭동 후에 다른 도시처럼 경찰국장을 임기제로 정치적으로 임명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LAPD가 이런 독립성을 갖게 될 당시의 경찰국장은 제임스 데이비스(James E. Davis 1989~1949)였다. 1926~29년 및 1933~38년 기간 동안 두 차례 경찰국장을 지낸 데이비스는 LAPD를 매우 공격적인 경찰력으로 발전시켰다. 그는 거리의 범죄 뿐 아니라 파업 등 노조활동도 적극적으로 진압했고 공산주의자와 사회주의자들을 탄압했다. 자신도 권총 두 자루를 항상 갖고 다녔고 경찰관들이 총기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도록 독려했다. 따라서 오늘날 LAPD의 총기 문화는 데이비스가 국장을 할 때부터 생겼다고 본다. 오늘날 우리가 영화에서 흔히 보는 경찰 기동타격대(SWAT)도 LAPD가 처음 도입했는데, 이 역시 LAPD의 총기문화와 무관하지 않다.

제임스 데이비스가 국장으로 있을 때 경찰관의 공무원 신분을 보장하고 경찰국장도 신분을 보장하는 개혁을 입안하고 추진한 사람은 당시 경위였던 윌리엄 파커(William H. Parker 1905~1966)였다. 파커는 1950년 8월부터 1966년 7월에 심장마비로 사망할 때까지 16년 동안 LAPD 국장을 지냈다. 그는 흔히 미국 역사상 가장 막강했던 경찰국장으로 평가되는데, 그것은 LAPD 국장이 갖고 있는 특별한 법적 지위 때문이기도 하다. 마찬가지로 그가 LAPD 국장을 지낼 때 LA에서 가장 막강한 권력자는 시장(Mayor)도 아니고 검사장(DA)도 아니고 경찰국장인 파커였다는 말을 들었다.

LA 시장과 LA 검사장은 4년 마다 선거에 나가야 했으나 파커 경찰국장은 징계를 당하지 않는 한 임기가 종신이나 마찬가지였다. 더구나 그가 거느린 LAPD는 무장집단이고 별도로 정보조직을 갖고 있어서 어느 누구도 파커에 도전을 할 수 없었다. 우리나라에도 상영된 영화 <LA Confidential>(1997)은 윌리엄 파커가 국장이던 1950년대 LAPD를 그린 ‘Cine Noir'이다. 마릴린 먼로가 죽었을 당시 LAPD 국장이 윌리엄 파커였는데, 그러면 윌리엄 파커는 어떤 사람이었고 그와 먼로의 죽음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

- 사진 (1) : 제임스 데이비스 LAPD 국장.
- 사진 (2) : 총기 검열을 하는 윌리엄 파커 LAPD 국장.
- 사진 (3) : 영화 <LA Confidential> 마지막 장면. 엑슬리 경사(가이 피어스)에게 훈장을 수여하고 진급을 시키는 경찰국장은 윌리엄 파커를 모델로 했다고 한다. 옆에 박수 치는 사람이 LA 지검장이다. 두 형사(가이 피어스와 러셀 크로우)가 검사장 사무실로 쳐들어가서 검사장을 두드려 패는 장면이 나오는데, 비록 영화 속이지만 당시 LA 검찰청의 위상을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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