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군사 퍼레이드와 프랑스 군

작성일 : 2024-10-02 21:04조회 : 158

군사 퍼레이드와 프랑스 군

‘국군의 날’ 행사가 있었다. ‘국군의 날’ 군사 퍼레이드는 국력을 자랑하고 국민적 자부심을 갖게 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자유진영 국가 중에서 군사 퍼레이드를 하는 대표적인 나라는 프랑스다. 프랑스에서 바스티유 데이에 하는 군사 파레이드는 큰 행사이다. 또한 과거 공산권 국가들은 메이데이에 군사 퍼레이드를 크게 했다. 반면에 최강의 군사적 능력을 갖고 있는 미국과 이스라엘은 그런 것을 하지 않는다.

군사 퍼레이드로 유명한 프랑스 군이지만 프랑스 군의 역사는 사실 별로다. 1차 대전은 퍼싱 장군이 지휘하는 미군 원정군 덕분에 간신히 승리했다. 나중에 2차 대전을 이끌어가게 되는 조지 마셜, 더글라스 맥아더 등이 중견 지휘관으로 참전했다. 나중에 대통령이 되는 해리 트루먼도 포병장교로 참전했다. 마셜, 맥아더 등 미군 지휘관들은 프랑스 군 지휘관들의 무모한 작전을 보고 기가 막혔다. 젊은 병사들에게 무조건 돌격하라고 명령해서 독일군 기관포화에 무의미하게 희생시켰다. 미군 지휘관들은 상륙전 등 기습 작전의 중요성을 절실하게 느꼈고 그것을 2차 대전에 활용했다.

프랑스 군대의 ‘우수성’은 2차 대전 중에도 발휘됐다. 마지노 라인에 세계 최강의 포병을 포함한 막강한 병력을 배치하고 있어서 독일군에 선제공격을 할 수 있었음에도 프랑스 군은 독일군이 다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나치의 전차군단을 마지노 라인을 우회해서 프랑스 군을 무너뜨렸다. 무능한 지도자와 지휘관이 이끈 프랑스 군은 막강한 무기를 그대로 나치 군대에 넘겨주고 항복했다.

영국의 몽고메리 장군과 미국의 패튼 장군이 이끄는 연합군은 독일이 점령하고 있는 북아프리카를 수복했다. 프랑스 망명정부는 미군과 영국군 덕분에 그들의 식민지 알제리아와 모로코를 회복했다. 현지민을 징집한 프랑스 군대는 연합군의 일원으로써 시칠리에 상륙하고 이탈리아 본토 작전에도 참가했다. 하지만 전투는 미군과 영국군이 했고 북아프리카 군인들로 이루어진 프랑스 군의 역할은 미미했으며 문제를 많이 일으켰다.

2차 대전 중 프랑스의 식민지이던 베트남에 머물던 프랑스 군은 나치 독일에 항복한 페탱 정부의 지시에 따라 베트남에 진입한 일본군을 우군으로 받아드렸고 일본군 휘하에서 편안하게 지냈다. 다른 동남아 지역에서 일본군의 포로가 된 영국군과 미군과는 사정이 180도 달랐다. 일본이 항복하자 프랑스는 베트남을 다시 장악하고 시대착오적인 식민통치를 계속했다. 호지민이 이끄는 베트민은 프랑스 군을 상대로 독립전쟁을 시작했고 1954년 3월부터 두 달에 걸친 디엔 비엔 푸 전투에서 프랑스 군이 항복함에 따라 베트남에 대한 프랑스 식민통치는 끝이 났다. 디엔 비엔 푸도 마지노 라인의 전통을 이어 받은 프랑스 군의 고정방어 전투였고, 그 결과는 우리가 모두 아는 바이다.

디엔 비엔 푸는 베트남 북서부의 라오스 접경지대 고원(高原)에 위치하고 있다. 그러면 왜 프랑스 군이 이런 오지(奧地)에 기지를 만들었냐 하는 의문이 생길 것이다. 라오스는 당시 최대의 아편의 원료인 양귀비 재배지였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 베트남에선 아편을 공공연하게 사용했다. 라오스에서 생산된 아편은 디엔 비엔 푸의 프랑스 군의 비호(庇護) 하에 베트남으로 들어와서 국내는 물론이고 하노이 항구를 통해 프랑스 마르세이유로 보내졌다. 디엔 비엔 푸는 마약 통로였다. 그것은 프랑스 식민정부와 프랑스 육군의 공동사업이었고, 그 수입 덕분에 식민통치가 가능했다.

마르세이유 항구에 도착한 아편과 그로 만든 헤로인은 뉴욕으로 향했고, 그래서 ‘프렌치 커넥션’이라는 용어가 생겼다. 호지민이 북베트남을 장악하자 그곳에서 마약은 금지됐고, 라오스의 마약은 캄보디아를 거쳐서 사이공으로 흘러들어갔다. 1975년 4월, 남베트남이 공산화되자 사이공은 헤로인 공급처로의 기능을 상실했다. 그 후에 아프가니스탄이 아편 생산국가로 등장했고, 콜롬비아에서 생산한 코카인이 미국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국군의 날’을 지나면서 군사 퍼레이드로 유명한 프랑스 군의 어두운 역사를 적어 보았다.

사진 (1) : 디엔 비엔 푸 지도
사진 (2) : 디엔 비엔 푸에서 공산군에 항복한 프랑스 군.

이전글의평원 무력화 시도

다음글수렁에 빠진 의료 사태

리스트로

이상돈닷컴

이상돈

LEESANGDON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