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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윤석열이 사과를 한다 ?
작성일 : 2024-10-09 07:55조회 : 186
윤석열이 사과를 한다 ?
윤석열 본인과 그 측근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그는 지금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조금씩 흘러나오던 대통령 부인 자체의 문제 뿐 아니라 명 아무개라는 인물을 통해서 선거 개입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그는 지난 대선과 당 대표 선거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어서 그 파문이 어디까지 갈지 알 수가 없다. 이런 상황에다 정부가 잘못 건드려서 초래한 의료 위기는 어떻게 손을 쓸 수가 없게 됐다.
여권에서도 우려가 쏟아져 나오고 있고 정권을 지지해온 신문도 김건희를 손절하라는 식의 사설과 사내칼럼을 내고 있다. 심지어 검찰총장에게 김건희를 기소하라고 주문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은 중요한 포인트를 오해하고 있다. 지금 대통령은 부인과 분리해서 볼 수가 없다는 엄연한 사실이다. 부인을 상대로 수사라도 했다가는 그 불똥은 대통령으로 번져가서 가뜩이나 취약한 정권은 뿌리째 흔들릴 것이다.
김영삼 대통령이 아들에 대한 기소를 용인하고 사과한 경우를 들어서 부인을 손절하라고 하기도 하나, 그것도 우스운 이야기이다. 도무지 어떻게 윤석열을 YS와 같이 놓고 말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들 문제로 김영삼 대통령은 심적으로도 큰 타격을 입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국민 사과를 한 김영삼 대통령 본인을 비난하는 여론은 없었다. 한편, JTBC 보도가 있고 나서 박근혜가 대국민 사과를 하자 대통령 사퇴와 탄핵을 요구하는 촛불시위가 들불같이 일어났다. 윤석열의 사과가 누구의 경우를 닮아갈 지는 분명할 것이다. 윤석열이 부인 문제로 사과한다고 해서 탄핵을 공공연하게 거론하는 비난여론이 갈아 앉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우리는 부통령을 두고 있지 않아서 대통령이 궐위한 경우에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출해야만 한다. (헌법 68조 2항) 3공화국 헌법(1963년 헌법)도 부통령을 두지 않고 대통령의 궐위시에는 후임 대통령을 즉시 선출하라고 규정했다. (67조 2항) 간선제이던 5공 헌법은 대통령 궐위시에 3개월 내에 후임자를 선출하도록 했다. (43조 2항) 직선제 시절은 즉시 선출하라고 했고, 간선제에선 3개월 내에 선춣하라고 했으니 두 경우 모두 황당하다.
대통령 궐위는 사망, 사퇴, 그리고 탄핵 파면의 경우가 있다. 탄핵은 국회의 소추 의결과 헌법재판소의 심판으로 적어도 수 개월이 걸린다. 하지만 대통령 사망과 사임은 즉각적인 효과가 있기 때문에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출해야 한다. 따라서 대통령이 암살됐거나 탄핵의 위협 하에 사퇴한 경우에는 60일 내에 대선을 치러야 하는데, 이는 사실상 무리다. 87년 개헌 때 이런 경우를 도무지 상상하지 않았던 것이다,
탄핵소추를 위해서 국회 재적 2/3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는 국민의힘 의원 상당수가 민주당에 동조해야 하는데, 그런 일이 일어날 것 같지는 않다. 지금 상황에서 탄핵으로 윤석열이 파면되면 정권은 민주당으로 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탄핵은 안철수와 문재인으로 분열된 야권 등 불확실성이 있어서 새누리당 의원들이 대거 이탈함에 따라 가능했다.
우리가 미국처럼 부통령이 있다면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 실패한 대통령을 버리고 부통령이 승계해서 정권과 당을 재건하자는 움직임도 있을 수 있다. 1987년 개헌 때 소장 학자들은 부통령을 두자는 의견이었으나 중진 학자들은 국무총리를 두자고 했다. 무엇보다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중 어느 누구도 2인자인 부통령을 두기를 원치 않았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닉슨이 사임하고 대통령직은 제랄드 포드 부통령이 승계했음을 알았음에도 설마하니 우리나라에서 대통령 궐위 사태가 생기겠나 하고 생각했던 것이다. 여하튼, 지금 우리는 ‘실패한 대통령’과 ‘신뢰를 상실한 국회와 정당’이라는 쌍두마차를 타고 파국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형상이라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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