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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10년 지방선거와 이명박
작성일 : 2024-05-03 22:03조회 : 783
2010년 지방선거와 이명박
요새 며칠 동안 동아일보에는 ‘국민의힘은 2008년 총선 때 한나라당을 떠올리라’는 사외칼럼과 ‘윤 대통령에게 이명박의 길을 가라’고 권하는 사내칼럼이 실려서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5월 2일자 김순덕 고문의 칼럼 ‘MB냐, 박근혜냐… 윤 대통령은 어떤 길을 갈 것인가’는 “윤 대통령처럼 지지율 폭락한 이명박 대통령, 친서민 국정기조-탕평인사로 위기 극복했다”고 윤석열에게 이명박의 길을 가라고 권했다.
4월 30일자 서울대 정치학부 박원호 교수 칼럼 ‘양극화 확인된 총선…보수, ‘2008년 三中연합’ 떠올려라‘는 “2008년 18대 총선은 한국 보수정당의 최전성기였다. 이명박 정부가 갓 집권을 시작한 후 치러진 선거에서 집권 한나라당은 전체 153석을 획득하여 단독 과반을 확보했으며, 더 주요하게는 서울 지역 48석 중에서 40석을, 수도권에서만 81석을 얻어 당시 야당이었던 통합민주당의 26석을 압도했다. - 해당 선거는 --삼중(三中)전략으로 알려진, 이념적 중도, 계층적 중산층, 공간적으론 중부 수도권 등 한국 보수정당의 외연을 확장하려는 노력이 극적으로 성공했던 선거”였다고 치켜세웠다.
두 칼럼은 2010년 지방선거와 그 후 총선으로 이어진 상황을 모르고 쓴 것 같다. 교수가 쓴 정치칼럼은 제대로 알고 쓴 것을 찾기 보기가 어렵지만 이번 칼럼은 정도가 심하다. 사실을 말한다면 이렇다. 2008년 4월 총선은 2007년 12월 대선에서 민주당이 참패한 직후에 민주당 지지층이 자포자기한 상태에서 치러졌다. 2008년 총선의 투표율은 46%로 4년 전 총선에 비해 14% 나 낮은 역대 최저였다. 특히 20~30대 투표율은 30% 이하였다. 그래서 한나라당이 수도권에서 승리를 거둔 것이다. 물론 한나라당이 뉴타운이란 달콤한 공약을 내세웠고 이명박은 국민을 부자로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해서 자영업자 중소상인들이 한나라당을 많이 지지하기는 했으나 저조한 투표율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봐야 한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이명박은 독선과 불통으로 일관했고 말썽 많은 4대강 사업을 밀고 나갔다. 그 성적표는 2010년 6월 지방선거에서 나타났다. 투표율은 54.5%로 2년 전 총선보다 거의 10%나 높았고 4대강 사업 심판이 선거의 주된 이슈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인 사건도 한나라당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충북, 충남, 강원, 인천, 경남이 야권으로 넘어갔다. 이광재, 안희정, 송영길, 김두관이 지사와 시장이 된 것이다.
서울시장과 경기지사는 오세훈과 김문수가 근소하게 승리해서 한나라당의 체면을 세웠다. 하지만 서울시장 선거에 노회찬이 출마하지 않고 경기지사에 국민참여당의 유시민이 아닌 민주당의 김진표가 나왔더라면 서울시장과 경기지사도 민주당으로 넘어갔을 것이다. 서울의 구청장 선거에선 서초, 강남, 송파와 중랑을 제외한 전지역에서 민주당이 승리했다. 경기도 시장 선거에선 수원, 성남, 안양, 용인, 고양, 의정부, 화성, 광명, 부천, 안산, 구리 등 인구가 많은 시(市)에서 민주당이 승리했다. 이재명도 이 때 성남시장이 됐다. 노회찬과 유시민 덕분에 한나라당이 간신히 체면을 유지했지만 결과는 강남 3구를 뺀 수도권 전체가 민주당으로 넘어간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2010년 지방선거는 그 후 총선과 지방선거의 기본구도(default)로 고착화하고 말았다. 따라서 이명박이야말로 오늘날 수도권에서 보수 정당의 뿌리를 허물어 버린 장본인이라고 할 만하다.
2012년 총선에 새누리당이 152석을 차지한 것은 박근혜가 이명박과 차별화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2012년 총선에서도 서울 성적표는 좋지 않았다. 강남 3구와 후보자 개인기가 좋았던 선거구(정두언, 김성태, 이재오, 정몽준, 김용태, 진영) 외에 강동갑, 양천갑, 그리고 노원갑에서만 승리했다. 경기도도 성적이 좋지 않아서 분당과 북동부 지역, 그리고 남경필, 원유철, 심재철 등 현역의원들이 지역구를 오래 지킨 곳에서만 승리됐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강원과 울산에서 전승(全勝)했고 부산과 경남에선 각각 1석을 민주당에 내주고 완승했다. 충남에서는 선진당과 함께 대부분 승리했고 충북에서도 선전했다. 이렇게 해서 새누리당은 152석을 차지했으나 수도권에선 참패한 것이다.
2000년대 들어서 경기도와 인천은 신도시화(新都市化)가 이루어졌고 2010년 후 그 속도는 더 빨라졌다. 1990년대만 해도 경기도는 한나라당의 기반이었으나 이제 흘러간 추억이 되고 말았다. 그런 변화가 이루어지던 2010년에 이명박 정권에 대한 심판 심리가 거세게 일어서 오늘날의 수도권 판세를 만든 것이다. 그런데 지금 와서 이명박을 본받으라니, 말이 되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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