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노스웨스턴 의대

작성일 : 2024-07-19 21:07조회 : 360

노스웨스턴 의대

시카고는 미국 제2의 도시였으나 LA에 밀려서 제3의 도시가 된지도 오래됐고 지금 추세로는 휴스턴한테 추격당해서 제4의 도시로 밀려나지 않겠나 한다. 오래된 큰 도시 시카고에는 의대가 사립대인 노스웨스턴과 시카고, 가톨릭계인 로욜라, 주립대학인 일리노이, 단설 사립의대인 러시 등이 있다. 메인 캠퍼스가 시카고 서북쪽에 있는 노스웨스턴대학(Northwestern University)의 의대(Feinberg School of Medicine)를 최고로 뽑는 데는 이의가 없다. 남북전쟁 전에 생겨서 전후에 노스웨스턴 대학에 편입된 의대는 매년 150명 정도의 졸업생(MD)을 배출한다. 미국에서 가장 좋은 의대 톱 10에 드는 의대이니 만큼 입학경쟁은 치열하다.

학교측이 발표한 바에 의하면 2023년 기준으로 정규 의대생 631명(한 학년당 평균 158명), Ph.D 학생이 467명, Post-Doc이 455명, 전공의와 펠로우가 1300명이다. Ph.D. 학생이 이렇게 많다는 것은 이 대학이 의사 배출 못지않게 학자/연구자를 배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Post-Doc은 다른 대학에서 박사를 하고 노스웨스턴에서 연구를 계속하는 연구자이고 펠로우는 전문의가 된 후에도 훌륭한 교수 아래에서 연수 겸 진료를 하는 사람들이다. 우리나라도 노스웨스턴에서 펠로우 또는 Post-Doc을 한 교수는 꽤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노스웨스턴은 Northwestern Memorial Hospital과 Lurie Children's Hospital을 소유/운영하고 있다. 두 병원 모두 세계 정상급 병원이다. (의대와 대학병원을 이렇게 키우기는커녕 아예 망가트리는 우리 현실과 비교되지 않는가.)

노스웨스턴 의대는 유명한 의사와 의학자를 수없이 많이 배출했다. 그 중에 특기할 만한 사람은 로열 데이비스(Loyal Davis 1896~1982)이다. 로열 데이비스는 노스웨스턴 의대를 나오고 뇌신경 외과를 전공하고 모교에서 교수를 지냈다. 그는 뇌 수술의 선구자라고 평가되는데, 전공의들을 무자비하게 다루어서 악명이 높았다고 한다. 그 대신 그가 배출한 의사/교수 중에는 뇌수술 분야의 전문가가 많았고, 그의 아들도 같은 전공을 해서 펜실베이니아 대학 의대에서 교수를 지냈다.

로열 데이비스는 첫 부인과 이혼하고 연극배우 출신인 연상의 여인과 재혼을 했다. 두 번째 부인에게는 어린 딸이 있었는데, 바로 로널드 레이건과 결혼하게 되는 낸시였다. 로열 데이비스는 낸시를 입양해서 낸시는 성(姓)을 데이비스로 바꾸었다. 데이비스는 나중에 의대 교수가 되는 자기 아들 뿐 아니라 낸시도 사립학교와 사립대학을 보냈다. 덕분에 낸시는 스미스 대학에서 드라마를 공부했고 배우를 잠시하다가 영화배우 조합 대표를 지내던 레이건을 만나 결혼을 했다.

로열 데이비스는 사위 레이건과 가깝게 지냈다. 데이비스는 사위가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지낼 때부터 사위를 만나면 의료보험은 관료주의이고 사회주의라고 불평을 늘어놓아서 레이건에게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 본다. 원래 종교적이고 모든 것을 ‘신의 의지’(God's Will)라고 생각하는 레이건과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뇌수술 전문 외과의사 데이비스는 종종 다투었다고 한다. 로열 데이비스는 사위가 대통령을 지낼 때 사망했다. 레이건은 마지막을 앞둔 장인한테 하나님의 자비와 은총을 이야기하면서 하나님의 품에 안기라는 육필(肉筆) 편지를 보냈고 그것을 읽고 데이비스는 대학 목사를 불러서 하나님을 받아드리고 낸시 여사가 보는 가운데 운명했다. 레이건은 장인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 사진 (1) : Northwestern Memorial Hospital
- 사진 (2) (3) : Lurie Children's Hospital
- 사진 (4) : 로열 데이비스 부부와 레이건(캘리포니이 주지사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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