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의료 사태와 한국 신문의 수준

작성일 : 2024-07-24 10:01조회 : 398

의료 사태와 한국 신문의 수준

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의료 위기에 대해 그나마 상황을 직시한 기사와 칼럼을 내는 신문은 동아일보다. 7월 19일자 동아일보 사내 칼럼 [오늘과 내일/장원재] ‘전공의와 의대생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이렇게 썼다. “정부가 해야 할 건 ‘할 수 있는 조치는 다했다’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 전공의·의대생 미복귀를 전제로 대책을 만드는 것이다. - - 교육부는 더 이상 꼼수를 쓰는 대신 휴학 또는 유급을 허용하고 내년도 예과 1학년 7500명 수업을 전제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수업을 제대로 안 들은 의대생을 진급시키는 건 교육 원칙에도 어긋날뿐더러 국민 건강과 생명에도 도움이 안 된다.“
https://www.donga.com/.../article/all/20240719/126025430/2

문제는 전공의와 의대생 미복귀를 전제로 한 대책이 없으며, 전학년 유급을 허용하고 1학년 7500명 수업을 할 방법도 없다는 데 있다. 칼럼을 쓴 장원재 부장도 이를 모를 리가 없다. 하지만 내가 이야기 하듯이 “정부는 아무런 대책이 없고 정권이 뿌리부터 흔들릴 것”이라고 쓸 수는 없으니까 이렇게 완곡하게 표현한 것이다.

이런 엄중한 사태를 보고도 엉뚱하고 황당한 기사와 칼럼을 계속 내는 신문은 중앙일보다. 의대 문제를 택시 총량제에 비교한 기사(5월 5일자), 자다가 일어나서 봉창 뜯는 식으로 “바보 의사 장기려가 그립다“는 어느 변호사의 칼럼(6월 19일자), 강주안 논설위원이 쓴 사내칼럼 ‘의대 증원보다 더 걸리는 장관 인선’(7월 5일자), 최민지 기자가 쓴 기사 ‘의대생 96% 국시까지 거부에…"금쪽이냐" 열 받은 대학가’(7월 12일), 최민지 기자 등이 쓴 단독 기사 ‘[단독] 국가장학금 신청 의대생 62%, 연소득 1억 넘는 집’(7월 16일) 등 찬란하다.

의대 증원에 관한 최악의 기명칼럼인 송호근 칼럼을 연거푸 게재한 신문도 중앙일보다. 중앙일보 3월 20일자 송호근 칼럼 ‘명예로운 퇴로를 허하라’는 이렇게 호탕하게 썼다. “의료계가 포위됐다. 사면초가다. 정부의 화력은 막강하고 어지간해서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검찰 정권답다. 총선 D-21일, 잘못했다간 괜한 역풍을 맞을까 야당도 거들지 않는다. 의료계의 화력은 진작부터 고갈됐다. 사회 저변에 동맹군이 없다.--- 의사 증원엔 박수갈채가, 현장 이탈 전공의와 사표 불사 교수들에겐 비난이 쏟아진다. 고립된 성곽 안에서 교수, 전공의, 학생의 항쟁 결의 함성이 크게 진동할수록 진압군의 으름장은 더 거세질 것이다.” 한국 언론 역사에 길이 남을 참으로 창피한 칼럼이다.

중앙일보가 삼성과 계열분리를 하지 않았다면 삼성의료원과 성대 때문이라도 이런 기사를 내보내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중앙일보의 홍씨 가문에 의사가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홍석현 선배의 형제 중에 의사는 없다.

한겨레와 경향은 그냥 방관하고 있는 상태다. 두 신문의 독자층 성향 때문이기도 하고, 윤석열 정권이 스스로 자폭(自爆) 모드에 들어갔는데 구태여 훈수(訓手)를 둘 필요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이른바 진보적이라는 두 신문도 처음에 의대 증원을 찬성하고 나왔기 때문에 지금 와서 윤석열 정부를 비판할 수도 없게 되었다고 생각된다.

경향신문의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 경향 2월 6일자 사설 ‘의대 정원 2000명 확대, 의협은 대승적 수용하라’은 정부를 적극 지지하면서 우리나라 의료 문제를 해소할 전환점이 의대 증원이라고 치켜세웠다.
https://www.khan.co.kr/opinion/editorial/article/202402061840001
-경향신문이 윤석열 정부는 지지한 게 처음인 듯하다. 천지개벽할 일이었다.

- 경향 3월 25일자 사설 ‘대화 헛바퀴, 2000명만 못 박는 정부 자세 돌아봐야’라고 다소 입장이 바뀌었다.
https://www.khan.co.kr/opinion/editorial/article/202403251925001
- 경향 4월 3일자 사설 ‘윤 대통령과 전공의, ‘2000명 굴레’ 벗고 만나라‘고 주장했다.
https://www.khan.co.kr/opinion/editorial/article/202404031906001

2000명 증원에는 아무런 근거가 없음이 드러나자 이런 사설을 써다.
경향 5월 2일자 사설 ‘법원이 요구한 의대 ‘2000명 증원’ 근거, 국민도 알고 싶다‘.
https://www.khan.co.kr/opinion/editorial/article/202405021753011

의정 갈등이 격화되자 이런 사설을 내보냈다.
- 경향 5월 15일자 사설 ‘국민 갈라치기만 하는 윤 대통령, 정책 반대가 적인가’
https://www.khan.co.kr/opinion/editorial/article/202405151714001
- 사설은 ““의대 정원은 구체적 대책 없이 2000명 증원안을 불쑥 던졌다가 수습도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자신이 하는 일은 모두 옳다는 독선과 아집에 사로잡혀 있고, 반대자들에게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윤석열 정부를 비난했다.

2월 6일에 윤석열 정부의 2000명 증원을 열렬하게 지지한 후 불과 100일 만인 5월 15일에 경향 사설은 의대 증원안을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그렇다면 2월 6일자 사설은 도무지 무엇을 보고 베껴 쓴 사설인가 ? 그래서 내가 자나가는 말로 우리나라에선 가족 친척 친지 중에 의사가 전혀 없고, 의대가 있는 대학을 나오지도 않았고, 가족 중에 암 수술 등으로 의대교수와 전공의의 진료를 받은 사람도 없는 사람들만 한국 신문의 논설위원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하지 않았던가. 어쩌면 이들은 우리나라 의대에서 매년 졸업생을 10,000명 정도 배출하는 것으로 알았을 수도 있다. 그렇지 않다면 매년 배출되는 졸업생 3,000명을 별안간 2000명 늘려서 5,000명으로 하겠다는데 찬성하는 사설을 쓸 수가 있는가?

- 사진은 친(親)정부 신문을 보고 있는 복지부 이기일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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