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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로널드 레이건 1981년 3월 30일
작성일 : 2024-07-29 17:49조회 : 357
로널드 레이건 1981년 3월 30일
1981년 3월 30일 오후 2시 30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워싱턴 듀폰 서클 부근에 있는 힐튼 호텔에서 열린 노동조합(AFL-CIO) 모임에서 연설을 한 후 호텔 문을 나와서 리무진으로 걸어가던 중 총격을 당했다. 그 후 4시간 동안 세계는 미국 대통령의 안위(安危)에 대해 숨을 죽이고 기다려야만 했다. 조지워싱턴 대학 병원 응급실과 외과 의사들은 레이건의 생명을 구했고 세계는 안도(安堵)할 수 있었다. 그 긴박했던 순간들은 병원 응급실과 의료진, 특히 외과의사들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주었다. 힘든 과정을 이겨낸 레이건 대통령은 국가 지도자의 자질과 품성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또한 잘 보여주었다.
의료 특히 필수의료가 붕괴위기에 처한 현재 우리 상황에서 조지워싱턴 병원이 레이건 대통령을 어떻게 구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서, 이를 정리해 보고자 한다. 긴급한 상황에서 전공의와 간호사 그리고 의대교수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잘 보여준, 한 세기에 한번 있기도 어려운 ‘Real Life Medical Drama'의 주역(主役)은 우리나라에선 멸종위기에 처한 외과의사(surgeon)들이었다.
연설을 마치고 리무진으로 향하던 레이건을 향해 한 기자가 “Mr, President, Mr, President,"하고 다가서는 순간 폭죽이 터지는 총성이 여러 차례 울렸다. 제리 파르(Jerry Parr) 경호원은 본능적으로 레이건을 리무진 뒷좌석으로 몰아넣고 같이 올라탔다. 다른 경호원 티모시 맥카시(Timothy McCarthy)는 범인과 레이건 사이로 자기 몸을 던져서 레이건을 보호했으나 그는 가슴에 총탄을 맞고 쓰러졌다. 레이건 옆에 있던 제임스 브래디(James Brady) 공보비서는 머리에 총을 맞고 쓰러졌고 교통을 정리하던 워싱턴 DC 경찰관 토머스 델라한티(Thomas Delahanty)는 목 뒤쪽에 총상을 입었다. 현장에서 체포된 범인은 1955년생 존 힝클리로, 자기가 짝사랑하는 여배우 조디 포스터(Jodie Foster)에게 자기를 알리기 위해 총을 쐈다고 자백했다.
레이건을 리무진에 밀어 넣고 따라서 올라탄 제리 파르 경호원은 두 손으로 레이건의 몸을 만지면서 레이건이 갈비뼈를 다쳤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백악관으로 향하라고 기사에게 지시했다. 10~15초 후 레이건이 기침을 하기 시작했는데, 선명한 피가 조금씩 나왔다. 선명한 피는 폐에서 나오는 산소를 머금은 피임을 알고 있는 제리 파르 경호원은 레이건이 폐에 상처를 입었다고 생각하고 가까운 조지워싱턴 병원으로 향하라고 기사에게 지시했다.
조지워싱턴 병원 응급실에는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서 설치해 놓은 백악관 직통 전화가 있었다. 언제 사용했는지 기억에도 없는 그 전화기가 울려서 응급실 간호사 웬디 쾨니그(Wendy Koenig)가 받았더니 “대통령 모터케이드가 그곳으로 가고 있다”고 알리고 끊었다. 그녀는 응급실 외상(外傷) 접수대로 뛰어가서 혈관주사 키트를 준비했다. 전화 벨이 다시 울렸고, 전화를 받은 응급실 직원은 “총상(銃傷) 환자 세 명이 도착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응급실은 비상상태로 들어갔다.
응급실 간호사 캐시 폴(Kathy Paul, 28세)은 응급실에 연결되어 있는 경찰 무선통신으로부터 경찰관이 총에 맞았다는 긴급한 메시지를 들었다. 환자를 맞으려 응급실 입구로 나간 캐시 폴 간호사는 검은 리무진이 도착하고 뒷문이 열리고 진한 곤색 양복을 입은 미국 대통령이 창백하고 놀란 표정으로 나오는 모습을 보았다. 캐시 폴 간호사는 레이건의 손을 잡았고 레이건은 “숨을 못 쉬겠어”라고 말했다.
병원 구급요원과 경호원 두 명이 레이건을 들어서 병원 들 것에 올려놓았다. 간호사와 경호원이 레이건의 들것을 밀고 들어갈 때 키가 큰 신사가 따라 들어갔다. 그는 레이건의 주치의인 백악관 의사 대니얼 루지(Daniel Ruge 1917~2005)였다. 노스웨스턴 의대교수를 역임한 그는 저명한 신경외과의(Neuro-Surgeon)였다. 그는 레이건의 손목에서 맥박을 느끼면서 레이건에게 걱정 말라고 안심을 시키면서 따라 갔다. 응급실에 전화가 온 후 3분이 지난 시점이었다.
캐시 폴 간호사와 이어서 달려온 웬디 쾨니그 간호사는 응급 프로토콜에 따라 레이건의 옷을 찢어서 벗겼다. 레이건은 “호흡이 힘들다”고 호소했다. 외상을 발견하지 못한 두 간호사는 레이건이 심장마비를 일으키고 있다고 생각했다. 웬디 쾨니그는 레이건의 팔에 혈압계를 대고 펌프를 올리고 청진기로 맥박을 들으려 했으나 아무 것도 들리지 않았다. 쾨니그는 레이건이 심장마비를 일으켰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아무 것도 안 들려 !”라고 소리쳤다. 응급실에서 근무해온 그녀는 자기가 보는 앞에서 환자가 사망하는 악몽을 종종 꾸곤 했다. 그 악몽이, 그것도 미국 대통령이 자기 눈앞에서 숨을 거두는 현실로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하고 놀랐다.
캐시 폴은 다시 혈압계를 대고 들어봤으나 아무 소리가 나지 않았다. 쾨니그는 손가락의 레이건의 동맥을 잡아 보았더니 최고혈압이 50~60으로 정상의 절반 이하였다. 응급실 기능요원인 신디 하인스(Cyndy Hines)가 평소에 하던 대로 그녀 앞에 누워있는 남자의 팔에 정맥주사를 연결시키고 환자 얼굴을 보았더니 레이건이어서 놀랐다. 레이건이 응급실에 도착한 지 2분이 지난 시점이었다.
심각한 외상을 입은 환자에게 골든 타임은 60분이었다. 대부분의 경우 이 시간 동안 심장이 쇼크에 빠져서 사망한다. 레이건이 쇼크에 근접해 있음은 분명해 보였다. 그러나 레이건에게는 외상이 보이지 않았다. 제리 파르 경호원은 자기가 레이건을 리무진으로 밀쳐 넣을 때 레이건의 갈비뼈가 상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캐시 폴은 레이건의 손에 피가 묻어 있음을 발견했고 신디 하인스는 레이건의 입안에 피가 있음을 보았다. 레이건이 피를 흘리고 있음이 확인되자 외과 응급 팀이 급하게 호출됐다. 외과 레지던트 데이비드 젠스(David Gens), 브래드 베넷(Brad Bennet), 그리고 폴 콜롬바니(Paul Colombani)는 셋이서 회의를 하다가 급히 응급실로 달려갔다. 출산한 아내를 병원에서 퇴원시켜 집에 데려다 준 응급실장 솔 에델스타인(Sol Edelstein)은 다시 차를 몰고 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레이건이 병원에 도착한 후 3분이 지나고 있었고 레이건은 혈관으로 들어가는 수액과 적혈구로 버티고 있었다. 레이건이 처음 만난 의사는 시니어 레지던트인 웨슬리 프라이스(Wesley Price)와 인턴 의사 윌리엄 오닐(William O'Neill)이었다. 두 사람은 백악관 모터케이드가 응급실에 온다고 해서 뛰어 내려왔지만 레이건 대통령이 실려 오는 것을 보고 놀랐다. 오닐은 레이건에게 “어디를 다치셨나요?”라고 물었더니 레이건은 “가슴이 아프고, 숨을 못쉬겠어”라고 했다. 레이건의 혈압은 최고가 78이었고 맥박은 88로 안정적이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웨슬리 프라이스는 청진기로 레이건의 가슴을 짚어 보았더니 왼쪽 기능이 약했고 오른 쪽에선 이상한 소리가 났다. 레이건의 왼쪽을 살펴보던 프라이스는 왼쪽 겨드랑이 아래에 단추 구멍 같은 작은 흠집이 있고 피가 스며 나오는 것을 발견했다. 레이건을 같이 살펴보던 외과 인턴 드루 쉴르(Drew Scheele)는 이 작은 상처가 총탄의 삽입구(entry wound)라고 생각했다. 베트남 전쟁에 헬기 조종사로 참전한 쉴르는 총상을 입은 동료를 많이 보았고 자신도 총상을 입어서 삽입구 상처를 잘 알았다. 뒤이어 도착한 레지던트 데이비드 젠스와 브래드 베넷도 레이건이 총상을 입었다고 결론내리고 제리 파르 경호원과 대니얼 루지 대통령 주치의에게 이를 통보했다. 루지는 레이건에게 총상을 입었다고 알려주고 걱정 말라고 레이건을 안심시켰다.
웬디 쾨니그 간호사는 레이건에게 파상풍 백신 주사를 놓았고, 젊은 전공의들은 레이건의 몸에서 총탄 사출구(exit wound)를 찾았으나 발견할 수 없었다. 총탄은 레이건의 몸속에 머물고 있었다. 이들은 레이건의 목 정맥이 팽창되어 있음을 알고 걱정했다. 이들은 총탄이 심장을 건드렸을 가능성을 우려했으나 심장 박동은 정상이었다. 레이건을 처음 진료한 이들은 젊은 전공의들이었으나 이들은 병원에서 응급 외과과장 조셉 지오다노(Joseph Giordano) 교수의 지시 하에 훈련을 받은 대로 프로토콜에 따라 미국 대통령을 다른 환자와 똑같이 매우 공격적으로 다루었다.
마취과 의사 조지 모랄레스(George Morales)가 레이건에게 산소마스크를 씨웠고 백색 시트로 레이건의 몸을 덮었다. 인턴 의사 그레고리 호니그(Gregory Honig)가 레이건의 요도에 카테터를 넣어서 소변이 나오도록 했다. 레이건이 조지워싱턴 병원에 도착한 후 12분이 지나고 있었다. (계속)
- 사진 (1) : 피격 직전의 레이건 일행. 흰색 트렌치 코트를 입은 사람이 제리 파르 경호원, 레이건의 뒤를 따르는 키가 작고 통통한 사람이 제임스 브래디 공보비서, 레이건과 같이 걸어가는 키가 작은 사람은 마이크 디버 비서실 차장, 한사람 걸러서 앞을 쳐다보는 경찰관이 총을 맞은 토마스 델라한티 경관, 레이건을 쳐다보는 푸른색 옷을 입은 사람이 레이건 대신 총을 맞은 티모시 매카시 경호원이다.
- 사진 (2) : 총격 직후 혼란스러운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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