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로널드 레이건, 조지워싱턴 병원

작성일 : 2024-07-30 09:16조회 : 374

로널드 레이건, 조지워싱턴 병원

힐튼 호텔 앞에서는 레이건 외에도 공보비서 제임스 브래디(James Brady. 당시 40세)가 머리에 총상을 입었고 경호원 티모시 매카시(Timothy McCarthy 당시 31세)도 총에 맞았다. 두 사람도 급히 조지워싱턴 병원 응급실로 들어왔다. 워싱턴 DC 경찰관 토머스 델라한티는 목 뒷부분에 총상을 입고 워싱턴 병원으로 이송되어 수술을 받았다. 레이건 대통령 등 3명이 실려 온 조지워싱턴 대학 병원 응급실은 초비상이었다. 응급실 레지던트 브래드 베넷은 복잡해 진 응급실의 질서를 잡으면서 레이건에 들어가는 적혈구 팩을 관찰하고 있었다. 그리고 교수들이 응급실에 도착했다. 이들은 주치의 대니엘 루지에게 레이건의 건강 정보를 물어보았다.

시니어 레지던트인 웨슬리 프라이스는 왼쪽 폐에 들어찬 피를 빼내기 위해 레이건의 왼쪽 갈비뼈 사이에 국소마취제를 놓고 절개한 후 피를 밖으로 빼내는 호스를 삽입하려고 했다. 이 때에 응급 외과과장 조셉 지오다노(Joseph Giordano) 교수가 “내가 하는 게 좋겠다"고 해서 프라이스는 메스를 은사에게 넘겼다. 지오다노 교수는 레이건의 가슴을 절개하고 피를 받아내기 위한 석션 밸브를 박았다. 그러자 레이건의 폐에서 1,300 cc나 되는 피가 쏟아져 나왔다. 이런 시술을 하면 처음에 피가 많이 나오는 것은 정상이나 레이건의 폐는 계속해서 피를 내보내고 있어서 의사들은 걱정을 했다.

심장흉부외과의 벤자민 아론(Benjamin Aaron)은 건너편 건물 사무실에서 서류 작업을 하던 중 응급실 호출을 받았다. 아론은 그 전날 저녁 수술이 밤 2시가 되어 끝나서 피로가 풀려있지 않은 상태였다. 당시 48세이던 아론은 1979년에 조지워싱턴 병원으로 오기 전에는 22년 동안 해군병원 의사로 근무했다. 그는 고도의 긴장과 섬세함이 요구되는 심장수술 전문의로 명성이 높았다. 응급실에 도착한 아론은 레이건의 맥박 등 여러 지표를 살펴보았다. 폐에 튜브를 밖아 피를 빼내면 폐는 다시 팽창하기 때문에 수술을 할 필요는 없으나 레이건은 계속 피를 내보내고 있어서 아론은 레이건의 폐동맥이 손상된 것 같다고 느꼈다.

레이건의 옆방에선 제임스 브래디가 처절한 모습으로 누워있었다. 총탄이 왼쪽 눈 위 두개골을 뚫고 들어가서 뇌수가 흥건하게 흘러나오고 눈은 튕겨져 나와 있었다. 브래디의 혈압은 240/160으로 손상된 뇌로 피를 보내기 위해 심장이 과도하게 피를 보내고 있었다. 마취과 레지던트 쥬디스 존슨(Judith Johnson)은 브래디에게 펜토탈 등을 주사하고 기관지에 튜브를 삽입해서 호흡기능을 도왔다. 주디스 존슨과 신경외과 레지던트 제프 제이콥슨(Jeff Jacobson)는 브래디에게 마니톨과 스테로이드를 투여해서 두개골 내의 압력을 완화시켰다.

신경외과 아서 코브린(Arthur Kobrine) 교수가 호출을 받고 브래디의 응급실로 달려와서 브래디를 살폈다. 노스웨스턴 의대를 졸업한 코브린은 레이건의 주치의 대니얼 루지가 노스웨스턴 교수를 할 때 그 아래에서 레지던트를 해서 루지를 잘 알았다. 코브린은 루지에게 “브래디는 살아나기 어렵겠으나 여하튼 수술을 하겠다”고 말했다. 3호 응급실에 들어온 티모스 매카시 경호원은 총상을 입었으나 안정적 상태였다. 흉부외과의 스티븐 피트(Stephen Pitt) 등 의사 3명이 매카시를 돌보기로 했다.

이제 레이건이 병원에 들어오고 18분이 지나고 있었다. 벤자민 아론은 레이건의 혈압이 정상에 가깝지만 레이건이 피를 너무 많이 잃어버리고 있다고 걱정했다. 소형 X-레이 기기가 응급실에 도착해서 레이건의 가슴을 찍고 흉부 방사선과장 데이비드 록오프(David Rockoff)가 판독을 했다. 그는 작고 두껍지 않은 금속 조각이 심장의 그림자 속에 박혀 있음을 알아냈다. 그것이 총탄이었다. 벤자민 아론은 X-레이 필름을 보고서 총탄이 심장, 대동맥, 또는 폐동맥을 때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레이건의 폐에서 흘러나오는 피의 양을 고려할 때 폐동맥에서 나오는 것 같다고 판단했다.

데이비드 록호프는 총탄 구경을 알고 싶어 했다. 22구경이라면 X-레이에 나온 금속이 전부일 수 있지만 그것보다 큰 38구경이라면 갈비뼈를 맞추고 부서진 다른 파편이 몸속 다른 곳에 있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었다. 록호프가 옆에 있는 경호원에게 구경을 물어봤더니 잘 모른다면서 상관에게 물어보았고 상관은 FBI 요원에게 연락하더니 38구경이라고 답을 했다. 록호프는 또 다른 파편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복부 X-레이를 다시 찍었다. 하지만 먼저 수술이 끝나게 되는 티모시 매카시 경호원의 몸에서 22구경 총탄이 나옴에 따라 38구경은 잘못된 정보로 밝혀지며, 그런 사실은 수술 중이던 레이건의 의료 팀에게 전해지게 된다.

이 때 낸시 여사와 제임스 베이커(James Baker) 비서실장, 에드윈 미즈(Edwin Meese) 특별보좌관, 린 노프지거(Lyn Nofziger) 공보비서가 레이건이 있는 응급실로 들어왔다. 낸시는 레이건의 이마에 키스를 했다. 벤자민 아론은 이제 수술을 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레이건과 낸시 여사에게 이를 알렸다. 레이건이 병원에 도착한 후 30분이 지나고 있었다.

한편 제임스 브래디 공보비서의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CT 촬영 결과를 본 데이비드 데이비스(David Davis) 방사선과장은 브래디가 살 수 없다고 생각했다. 브래디를 수술을 할 것인가를 두고 의견이 갈렸으나 아서 코브린은 여하튼 수술을 해야 한다고 고집해서 수술을 하기로 했다. 4번 수술실로 브래디를 옮기면서 코브린은 브래디의 생존가능성을 10% 미만으로 생각했다. 같은 시각에 레이건은 2번 수술실로 옮겨졌다. 5번 수술실에선 티모스 매카시 경호원이 수술을 이미 받고 있었다. 레이건을 옮겨온 레지던트 데이비드 젠스와 대니엘 루지는 로커 룸으로가서 평상복을 벗고 녹색 무균복(無菌服)으로 갈아입었다. 루지는 레이건에게 걱정 말라고 안심을 시켰다. 경호원도 무균복으로 갈아입었다.

레이건은 들것에서 수술대로 옮겨졌다. 누운 상태에서 레이건은 그를 에워싼 의사들을 둘러보고 긴장을 풀어주어야겠다고 생각했는지 이런 말을 했다. “당신들이 모두 공화당원이라고 나에게 말해주어요”(“Please tell me you're all Republicans.") 응급 외과과장 조셉 지오다노는 ”대통령 각하, 오늘 우리는 모두 공화당원입니다“(”Today we're all Republicans, Mr. President.)"라고 답했다. 이 대화는 그 후 레이건이 그런 상황에서도 유머를 할 정도로 여유로웠다는 식으로 알려지지만 당시 레이건은 불안한 감정을 갖고 있었다. 그날 의료진 모두가 공화당원이라는 명답을 남긴 지오다노는 사실 민주당원이었다.

레이건은 “나는 숨쉬기도 어려운데 어떻게 나를 잠들게 하겠냐?”고 마취과 의사 조지 모랄레스(George Morales)에게 물었다. 모랄레스는 걱정하지 마시라고 안심을 시켰다. 모랄레스와 맨프레드 리히트만(Manfred Lichtman)은 합성마약과 펜토탈을 주입했고 리히트만은 점심을 금방 먹은 레이건이 토하지 않도록 식도를 누르는 장치를 가볍게 눌렀다. 조지 지오다노와 데이비드 젠스 그리고 웨슬리 프라이스는 레이건의 복부를 조금 절개하고 카테타를 삽입해서 복막에서 흘러나오는 액체를 받아냈다.

수술 칼을 잡은 벤자민 아론은 흉부외과 펠로우인 캐슬린 체이니(Kathleen Cheyney)와 인턴 의사 데이비드 아델버그(David Adelberg), 그리고 간호사 네 명의 도움을 받았다. 아론은 의사들은 유명인사(VIP)를 다룰 때 그들을 평범한 환자로 생각하고 다루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의사들이 ‘VIP 신드롬’을 일으키면 오히려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었다. 아론은 레이건의 앞쪽 좌측 가슴을 절개하고 갈비뼈 사이를 벌렸다. 레이건의 좌측 폐엽(肺葉)에서 500cc에 달하는 핏덩이를 제거했다. 아론의 섬세한 손은 레이건의 대동맥이 온전함을 확인하고 총탄의 경로를 따라 가슴 위쪽으로 헤집고 들어갔다. 그럼에도 아론은 총탄을 찾아낼 수 없었다. 마취과 의사 리히트만은 긴장을 한 벤자민 아론을 달래기 위해 “잘하고 있냐?”고 말을 걸었다. 아론은 또 다른 X-레이 필름을 가지고 오라고 부탁했다.

한편 5번 수술실에선 티모시 매카시 경호원에 대한 수술이 끝났다. 외과 레지던트 폴 콜롬바니는 폐를 관통하고 간 뒤에 도달해 있는 22구경 총탄을 찾아내서 적출했다. 22구경 총탄은 독특한 모양을 띄고 있었으나 온전한 형태였다. 콜롬바니는 총탄을 경호원에게 전달했고 총탄이 22구경이라는 사실은 레이건을 수술하는 2번 수술실로 급히 전달됐다. 비록 가슴에 총탄을 맞았으나 심장과 혈관을 비켜갔기 때문에 매카시는 어려움 없이 회복할 수 있다고 모두들 생각했다.

4번 수술실에선 심각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었다. 뇌수슬을 하기로 결정한 아서 코브린은 제임스 브래디의 두개골을 절개하고 뇌를 노출시켰다. 숙련된 신경외과의 코브린은 뇌조직을 헤치면서 커다란 핏덩어리를 제거하려고 했다. 그 순간 어떤 이유에서인지 갑자기 이 핏덩이가 폭발하면서 뇌 속에 있던 피가 솟구쳐 나왔다. 코브린은 손상된 우뇌 조직을 제거할 수 있었고 제임스 브래디는 왼쪽 반신(半身)은 쓰지 못하게 됐으나 기적적으로 살아날 수 있었다.

레이건을 수술하는 2호 수술실에선 레이건의 폐 조직 안에서 총탄을 찾고 있던 벤자민 아론이 드디어 총탄을 찾아서 빼냈다. 총탄이 납작한 동전 모양으로 변형이 되어서 그렇게 찾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레이건의 몸에서 총탄을 제거하자 수술실에선 비로소 긴장을 놓을 수 있었다. 이 때가 오후 6시 30분이었다. 나중에 밝혀진 바에 의하면 총탄은 리무진에 맞아서 납작하게 된 후 마치 칼 조각처럼 날카롭게 레이건의 왼쪽 겨드랑이 아래를 뚫고 들어가서 폐 동맥 근처에 박혀 있었던 것이다. 만일에 그 납작해진 총탄이 조금만 옆으로 갔더라면 레이건의 심장이 파열될 뻔했었다. (계속)

사진 (1) : 피격 직후 리무진으로 밀려들어가는 레이건 대통령. 오른 쪽이 제리 파르 경호원.
사진 (2) : 대통령 피격 소식을 듣고 조지워싱턴 병원에 급하게 도착한 제임스 베이커 비서실장(왼쪽)과 에드윈 미즈 특별보좌관(가운데).
사진 (3) : 레이건을 수술한 벤자민 아론이 수술 결과를 브리핑 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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