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보수의 위기 회복하는데 20년 걸릴 수 있어"(국회뉴스)
2018-02-03 17:06 40 이상돈


국회뉴스ON 2017년 12월 26일

[의원의 맛과 멋]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 국회뉴스ON 인터뷰

"보수의 위기 회복하는데 20년 걸릴 수 있어"
 

10년 만에 들어선 보수정권의 핵심 국정과제 반대한 '합리적 보수'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 앞장…정권 참여 못하고 훗날 국민의당 합류

언제나 놓지 않는 공부…역사 교훈 통해 현재의 정치를 되짚어보다
 

그가 대중에 이름을 알린 건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반대 운동을 펼치면서다. 처음에는 언론 기고를 통해, 나중에는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국민소송단의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으면서 전면에 섰다. '보수적 법학자'가 10년 만에 들어선 보수정권의 핵심 국정과제에 반기를 들자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그를 주목했다.

이상돈(66·비례대표 초선) 국민의당 의원은 '합리적 보수', '보수적 자유주의자'로 불린다. 법치·질서·도덕이란 보수주의 원칙 아래 피아(彼我)를 막론하고 질문을 던졌다. 노무현 정부 시절 국가보안법 폐지, 사립학교법 개정 등 진보 의제에 맞섰고 이명박 정부에서는 4대강 사업에 반대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불통 리더십과 측근 정치를 비판했다.

이 의원은 정치인의 덕목으로 '역사 공부'를 첫손에 꼽는다. 성공한 정치인은 역사에 정통하고 과거를 알아야 미래를 안다는 생각에서다. 이 의원은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으로 보수가 큰 위기를 맞았으며, 역사의 교훈을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진정한 보수주의자'가 들려주는 보수정치 이야기를 국회뉴스ON이 들어봤다.
 

◆국제환경법 공부한 법률가, 4대강 사업에 반기를 들다

 부산 출생인 이 의원은 서울에서 경기 중·고를 나와 서울대 법학과 70학번으로 대학에 들어갔다. 특별히 법학을 공부하려는 뜻은 없었고, 더군다나 법관이 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고등학교 때 법학을 공부할 생각보다는 역사를 공부하고 싶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공부 잘하는 애들은 법대 가고 그랬죠. 법대 들어온 학생들이 적성을 떠나서 온 경우가 많아도 대개 적응을 하죠."

대학에 입학해 미국 시사주간지인 타임(TIME)을 빼놓지 않고 찾아볼 만큼 외국어 공부를 좋아했고 미국·영국 등 선진국 동향에 밝았다. 특히 미국 헌법에 관심이 많았다. 해군 장교로 군복무를 마친 후 미국으로 건너가 법학으로 석·박사 과정을 밟았다. 박사 논문 주제는 '국제환경법'이었다. "이미 미국 헌법과 같은 것을 많이 공부해 특별히 새로운 것을 공부하고 싶었습니다. 환경법, 해양법, 국제환경법 두루 공부했는데 미국에서도 새로운 분야였죠."

1983년 국내로 돌아와 중앙대에서 교편을 잡았다. 이 의원은 교수 시절 각종 현안에 목소리를 내는 '폴리페서(현실 정치에 적극 참여하는 교수)'였다. 특히 이 의원이 이명박 정부와 각을 세운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 의원은 건설교통부 중앙하천관리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하면서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그대로 둘 수 없었다. 수십 조원의 혈세가 낭비되는 것은 물론 환경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 불을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중앙하천관리위원회에 4대강 사업 최종 심의·의결권이 있는데 거기서 거부하면 못하는 겁니다. 과거와 같으면 4대강 사업은 상식에 어긋나 논의 대상도 되지 못하는 건데 사람들이 정권이 바뀌니까 아무 말도 못하더라고요. 내가 그때 위원 중에 유일하게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친구인 변호사와 함께 국민소송단에서 소송을 했었죠. 그 당시 정권과 싸운다는 것은 상당한 각오가 필요했습니다." 이 의원은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에 나를 관리하기 위한 전담팀이 있었다"고 토로할 만큼 많은 고초를 겪었다고.


◆박근혜 정부 출범 일등공신…정권 참여 못하고 와신상담

4대강 사업 반대운동을 하면서 그를 눈여겨 본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의원과 인연이 닿았다. 박 전 대통령은 4대강 사업 예산이 2010년도에 반영됐을 때 본회의 투표에 불참할 만큼 부정적이었다. '4대강 반대'란 공통분모가 있던 두 사람은 2010년 봄에 처음 만났고, 이 의원은 2012년 19대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꾸고 전면 쇄신작업을 진행할 때 비상대책위원으로 참여했다.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박 전 대통령이었다. 이 의원은 그해 박근혜 대선캠프에서 정치쇄신위원으로도 참여했지만 결국 정부 출범 후 외면을 받았다.

이 의원은 18대 대선이 끝나고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 초 30년간 다니던 중앙대에서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정년을 4년 앞둔 상황이었다. 현 정권 출범에 앞장서며 활동했던 이력이 스스로 부담이 됐다. 좀 쉬고 싶었다. 그는 명예퇴직 이후의 공백에 대해 "등산도 많이 다니고 책도 많이 읽었다"며 "새 책(공부하는 보수)도 내고 그랬다. 놀지 않고 바쁘게 지냈다"고 시원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 의원은 2016년 초 국민의당 창당 과정에 합류하며 비례대표 4번으로 배지를 달았다.

박근혜 정부는 결국 임기 5년을 채우지 못하고 불명예퇴진했다. 지난해 12월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헌법재판소는 지난 3월 탄핵심판 선고에서 재판관 8명 전원일치로 인용 결정을 내렸다. 이후 지난 5·9 조기대선에서 야권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며 9년 만에 보수에서 진보로 정권이 교체됐다. 그에게 대한민국 보수의 앞날을 물었다.

 "(2018년 6·13)지방선거는 민주당이 무조건 이길 겁니다. 대선이 끝난 지 1년밖에 안 됐고 야권은 혼란 속에 있으니까요. 현 정권이 하고 있는 '적폐청산'에 대한 국민 지지도가 높은 상황입니다. 특히 수도권 지지도가 높아요. 일단 지방선거는 민주당이 승리하겠지만 (2020년)총선에 가서는 그렇게 되진 않을 거예요. 이후 2년이 더 남았습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는 다음 총선이 될 겁니다."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정권 출범 후 70%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이례적"이라며 세계대공황 이후 미국의 사례를 들었다. "루즈벨트 대통령도 전쟁위기가 아니었다면 대통령이 되지 못했을 겁니다. 미국 공화당이 1932년 선거에서 참패한 이후 정권을 회복하는데 20년이 걸렸습니다. 그 당시 처음에는 공화당이 없어지는 줄 알았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았어요. 한국당도 회복하는데 20년이 걸릴지도 모릅니다."

◆"역사를 공부한 사람은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 의원은 학창 시절부터 역사에 관심이 많았다. 법학을 공부하면서부터는 미국의 '사법적 보수주의' 이론을 체계화한 알렉산더 비켈에게서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 국회의원이 된 이후 최근에는 미국 대통령 전기에 빠져있다. 그는 "그 시대에 왜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됐고, 그 대통령이 임기를 어떻게 이끌었고…. 이런 걸 아는 것이 정치인에게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대통령 전기를 통해 리더십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최근 미국의 30대 대통령(1923~1929)인 캘빈 쿨리지의 전기를 읽고 있다. 캘빈 쿨리지는 세계대공황이 오기 전까지 1920년대 미국의 황금기를 누린 대통령이다. 신자유주의자인 로널드 레이건이 임기 8년간 대통령 집무실에 캘빈 쿨리지의 사진을 걸어둘 만큼 그는 작은 정부와 큰 시장, 규제 혁파를 추진했다. "정권이 싸우지 말아야 할 것이 세 가지 있습니다. 주가, 환율, 부동산 가격이예요. YS(김영삼 전 대통령)가 주가, 환율 하고 싸우다가 들어먹은 것 아닙니까. 노무현 대통령은 강남 아파트값 하고 싸웠죠. 난 그게 상식에 어긋난다고 봅니다. 그런 건 시장에 맡겨야죠. 문재인 정부는 다 좋은데 시장을 존중해야 합니다. 역사를 공부한 사람은 교훈을 얻을 수 있어요."

 
"대운하→4대강 변경한 정책결정과정 따져야"

4대강 사업 피해 입은 전국의 산천 돌아다니며 지역민 목소리 청취

개헌특위 소속으로 권력구조 개편 등 개헌 논의 활발하게 진행중

진보·보수 막론하고 합리적 의심 던지는 보수주의자로서의 역할

이상돈 의원이 대표발의한 20대 국회 1호 법안은 '4대강사업에 따른 농어업인 피해조사 및 보상에 관한 특별법'이다. 4대강 사업으로 입은 농어민 피해를 보상하도록 실태조사를 하고 보상위원회를 꾸리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 1년 반 동안 전국에 있는 4대강 피해 현장을 찾아보고 농어민들의 목소리를 청취하는데 온힘을 기울였다. 국회 환경노동위원인 그는 4대강 사업뿐만 아니라 온 산을 덮고 있는 무분별한 케이블카 설치, 풍력발전단지 개발 등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다. 입법활동도 자연공원 관리체계 향상, 문화유산 보전·관리 활성화 등 환경분야의 불합리한 법체계를 정비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4대강 상류 내성천 복원하는 작업 시작해야"

이 의원에게 1호 법안의 의미와 통과 가능성을 묻자 "별로 없지. 하하하"라며 허탈한듯 웃었다. "(4대강 사업)소관이 환경노동위가 아니고 국토교통위, 농해수위에 있으니까. 거기서는 4대강 사업에 그렇게 관심이 없어요. 물관리 일원화가 (환경부로)되어서 환경노동위로 넘어오면 되는데 자유한국당 반대로 안 되고 있어서…. 그런데 청와대 의지가 확실하기 때문에 내년에는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어요. 환경부로 물관리가 일원화되고 국회 환경노동위가 (4대강 사업을)다루면 과거와는 다를 겁니다."

이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4대강 사업 이전으로 우리 산천의 환경을 되돌리는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쉽지는 않은데 상류부터 복원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낙동강 상류에 영주댐이라고 있어요. 거기 내성천이 완전히 망가졌다고. 첫 출발은 내성천 복원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영주댐을 폭파해 없애지는 못해도 수문을 개방해 물과 모래가 하류로 흘러가게 해야 해요. 그러면 다시 내성천이 맑아집니다. 이것이 상당히 엄청난 일이 될 거예요. 대통령도 의지가 있고 현 정권에서 시작한다고 봐요."

이 의원에게 4대강 사업과 관련한 법적 책임 문제가 어떻게 풀려야 할지 견해를 물었다. 문재인 정부는 취임 직후부터 4대강 사업에 대한 4번째 감사에 착수한 상태다. "제일 중요한 것은 왜 이명박 대통령이 대운하를 포기하고 4대강 사업을 해야 했는가, 정책결정 과정을 살펴봐야 한다는 겁니다. 과거 감사에서는 '공사 비리'가 있었느냐 없었느냐만 따졌잖아요. 그 당시 정권 실세들의 정책결정 과정을 봐야 합니다."


◆"대통령제 사회적 비용 커…의원내각제 도입해야"

이 의원은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 소속이다. 개헌 논의는 권력구조(정부형태) 개편, 국민기본권, 지방분권 등 크게 세 가지 축으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정치권에서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부분은 권력구조 개편인데, 각 정당이 처해진 상황에 따라 이견이 커 합의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이 의원에게 개헌의 방향에 대해 의견을 구했다. 그는 사견임을 전제로 "의원내각제가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우리가 대통령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봐요. 국민들이 제일 좋아하는 화제가 대통령 선거잖아요, 없으면 심심해서 못살잖아. (그런데)언제까지 이걸 해야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대통령제의 사회적인 비용이 너무 큽니다. 만약 결선투표까지 한다면 로마시대 검투사 싸움에서 한 명이 죽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이 의원은 의원내각제를 소화하기에는 우리 의회정치의 수준이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에 대해 "영국처럼 의원내각제를 하는 나라들의 국회의원 수준이 높느냐"고 되물었다. "의원내각제를 하는 나라를 보면 총리나 장관 등 각료들은 탁월한 의회지도자들이 끌고 갑니다. 우리나라가 대통령제이지만 별난 사람이 (대통령)되지 않아요, 국회에서 당을 이끈 사람이 되는 겁니다.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모두 국회에서 큰 사람이예요. 예외가 이명박 전 대통령이고. 그래서 문제잖아요. 장관도 의원 출신이 낫습니다. 외교·국방·경제를 빼고는 비(非) 의원 출신 장관들의 존재감이 보이지도 않고 정치력도 별로 없습니다. 국회에서 재선·3선 하고 상임위원장 하고 그러면 그 누구보다도 훌륭하게 장관직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이상돈 의원이 생각하는 '상식이 통하는 정치'란

 이 의원의 공식블로그 메인 화면에는 '상식이 통하는 정치'란 문구가 큼지막하게 걸려 있다. 그는 "상식이 통하는 세상, 상식이 이기는 나라! 그런 당연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제가 꿈꾸는 정치"라고 적었다. 이 의원은 보수적 법학자로 활동하다가 불이익을 감수하면서도 보수정권의 핵심 국정과제에 합리적 의문을 던졌다. 현직 대통령 파면이라는 헌정 사상 최초의 사건으로 탄생한 현 정부에 대해서도 마냥 너그럽지는 않다. 그에게 상식이 통하는 정치가 무엇인지 물었다.

"우리 정치권에서 상식적이지 않은 일들이 너무 많이 일어나잖아요. 멀쩡한 산맥을 배를 타고 넘어가겠다고 그러지 않나…. 제가 문재인 정부의 (내년도)예산에 찬성했지만 최저임금 문제가 감당하기 어려워도 그냥 통과시켰잖아요. 자영업자·중소상인들이 난리날 것 같으니까 3조원을 급박하게 지원하겠다고 하고, 처음에는 1년만 지원하겠다고 했었습니다. 돈을 나눠주는 것도 쉽지 않아요. 그 돈을 누구한테 줄지 얼마를 줄지 시스템을 만드는 것만 9개월이 걸린다잖아요. 최저임금 한두 번 하고 마는 것도 아닌데 정부가 (설계를)잘 했다면 이런 파장이 안 생기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국회뉴스ON 김진우 기자 bongo79@assembly.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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