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국회선진화법 회고
2020-06-21 20:28 9 이상돈

4월 19일 ·


국회선진화법 회고


21대 국회가 열리면 정치관계법 개정을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파행이 되어 버린 정당명부제, 비례대표제 그 자체, 그리고 창당해서 의원 20명만 모으면 잭팟이 터지는 교섭단체 제도는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또한 국회선진화법도 어느 정도 개정이 불가피하다고 하겠다.

그 중 국회선진화법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작품이라고 할 것이다. 18대 국회는 미디어법 개정, 4대강 사업 예산 등에 대해 여야 간에 물리적 충돌이 많았다. 이명박과 차별화를 내세운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국회개혁 차원에서 이 문제에 접근했다. 내가 위원장을 했던 비대위 정치쇄신분과에서 이 사안을 다루었는데, 실제론 김세연 의원이 추진했기에 사실상 김세연법이라고 할 만하다.

 국회에서의 몸 싸움을 없애고 협치를 하겠다는 명분이지만 거기에는 이런 고민이 있었다. 2012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어차피 과반의석이 안 될 거라고 보았고, 혹시 그해 12월 대선에서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패배라도 하는 경우에는 새누리당이 비빌 언덕은 선진화법 밖에 없다고 보았던 것이다.

그런데 총선에서 152석을 얻어서 단독과반수를 달성한 것이다. 그러자 이재오 정의화 의원 등 비주류 의원들이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나섰다. 하지만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임을 내세우는 박근혜 위원장은 이 총선공약을 지키고자 했다. 그런데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은 이 법이 고맙지만은 않았다. 왜냐면 패스트트랙 지정 후 180일 후에는 본회의 상정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한 새누리당은 패스트트랙 지정 후 6개월만 지나면 무슨 법안이든 본회의에 상정시켜 통과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이던 김진표 의원은 180일을 360일로 바꾸어 통과시키자고 했다.

그 상황에선 새누리당은 선진화법이 구태여 필요하지도 않았는데,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야당과 기간을 연장하는 협상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말하면 웃기는 협상이었다.)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이던 황우여 의원이 전당대회 출마를 앞두고 있었던 탓도 있었겠고, 총선 승리로 들떠 있었는지 어쨌는지 330일로 타결을 보았다.

 이렇게 해서 야당 안에서 겨우 한달 깎은 슬로우트랙 법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18대 국회 마감을 앞둔 마지막 본회의에서 선진화법이 통과됐는데, 야당의원들은 모두 찬성했고 새누리당에선 정의화 이재오 등 비박계 의원들이 대거 반대표를 던졌다. 여하튼, 이로써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 협치를 할 미래의 대통령으로 이미지를 확고히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도 협치는 아루어지 않았고 소수 야당의 반대에 무력해진 새누리당은 매사를 선진화법 탓으로 돌렸다. 그리고 급기야는 2016년 총선에서 선진화법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니 참으로 우여곡절이 많은 법이라고 하겠다.

330일이라는 긴 시간 때문에 도무지 쓰일 것 같지 않던 패스트트랙 절차는 20대 국회 들어서 내가 속한 환경노동위원회가 처음으로 가동시켰다. 그 내막은 이어서 쓰고자 한다.

국회선진화법 개정 ? 
윌리엄 버클리 2세, 1925-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