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블랙 앤드 블루
2020-09-03 08:04 10 이상돈


블랙 앤드 블루


<펠리컨 브리프>가 뉴올리언스의 가장 아름다운 곳을 보여주었다면, 작년에 나온 <블랙 앤드 블루>Black and Blue는 그 도시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케이블 채널에서 보았는데, 매우 박진감 있는 경찰 영화 cop movie이다.
무대는 뉴올리언스의 공공주택단지와 근처의 버려지다시피한 주택가와 버려진 공장이다. 미국 대도시를 살아본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서민층 주거를 향상시키겠다고 루스벨트 시절부터 존슨 대통령 시절에 지은 공공주택 public housing project은 미국 대도시의 가장 심각한 문제가 되고 말았다. 기대와는 정반대로 범죄가 들끓는 흑인 거주지역으로 전락해 버렸기 때문이다. 경찰도 순찰을 회피하는 그런 지역이 되고 만 것이다.

대도시 중에서 공공주택단지 비율이 가장 큰 도시가 아마 뉴올리언스일 것이다.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가장 심각한 곳들은 폐쇄됐지만 남아 있는 곳도 많은 데, 영화는 그런 곳에서 찍었다. 어떻게 이런 곳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을까, 그게 신기할 정도다. 이런 것을 공개하는 것 자체가 요새 말하는 식으로 politically incorrect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공공주택은 취지는 좋았지만 결과적으로는 거대한 게토를 대도시에 군데군데 만들어 버린 꼴이 되고 말았다.

영화 제목은 <흑인과 경찰>을 의미한다. 카리브 출신 부모에서 태어난 영국 배우 나오미 해리스의 연기가 볼만하다. 아프간 전쟁에서 돌아온 해리스는 고향 뉴올리언스 경찰로 특채 되어 순찰에 나서는데, 모든 것은 그녀가 기억하던 시절과 너무나 달랐다. 흑인 마약 갱단들이 암투를 하고 경찰은 거기에 적당히 편승해서 문제가 커지는 것만 막는 정도로 공모를 하는 상황인데, 백인 경찰이나 흑인 경찰이나 다를 것이 없었다. 그런 상황에 정직한 흑인 여자 경찰이 나타난 것이다. 영화는 반전에 반전을 하면서 박진감있게 전개된다.

영화 속에선 공공주택 아파트 건물이 흑인 갱단 소굴로 나온다. 덴젤 워싱턴이 주연한 <아메리칸 갱스터>American Gangster (2007년)라는 영화에도 뉴욕의 공공주택 아파트가 마약 공장으로 등장한다. <아메리칸 갱스터>는 실제로 존재했던 뉴욕의 흑인 마약범죄단을 영화화한 것이다. 공공주택은 그 정도로 치외법권이나 해방구 처럼 되버렸다. 연방정부가 막대한 세금을 퍼부어서 시작한 주택복지 정책이 이런 결과가 나올 줄은 그 당시에는 잘 몰랐을 것이다. 2012년 대선 때 공화당 후보였던 밋 롬니 Mitt Romney는 공약으로 주택도시개발부(HUD)를 폐지할 것을 내세웠는데, 그것은 그의 부친 조지 롬니가 닉슨 행정부에서 주택도시개발장관을 하면서 느낀 좌절을 어려서 보았기 때문이다. 연방정부가 주택과 도시 문제에서 손을 떼고 주 정부와 도시에 맞겨버리자는 것이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도 주택도시개발부를 없애버리려고 했으나 민주당이 의회의 다수석을 차지 해서 못하고 말았다. 레이건은 그 대신 사업예산을 대폭 삭감해서 공공주택 건설 같은 것을 못하게 만들어 버렸다. 당시 주택도시개발장관이 사무엘 피어스라는 흑인 변호사였는데, 백악관에 행사차 참석한 그를 보고 레이건이 "시장"이라고 호칭해서 화제가 됐다. 별 볼일 없는 장관을 못 알아 본 것이니, 레이건의 머리에는 주택도시개발부가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여하튼 그는 8년 동안 레이건 행정부 최장수 장관을 했는데, 아무런 존재감이 없는 장관이었다


공공의대 ? 
펠리컨 브리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