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퇴임하는 대통령의 사면권
2020-11-14 20:26 15 이상돈

11월 11일

퇴임하는 대통령의 사면권
 

미국 대통령은 평소에도 법무부장관의 권고에 따라 연방법 위반 사범을 사면하거나 감형해 왔다. 특히 오바마 정부에 들어서서는 법무부가 사면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사면신청을 촉진해서 사면 건수가 폭증했다. 법과 질서를 강조하는 공화당 대통령은 민주당 대통령 보다 사면에 소극적이다. 문제는 이런 통상적 절차를 거쳐서 대통령이 행하는 사면이 아니라, 임기 종료를 앞두고 대통령이 자신과 정치적 또는 사적으로 같이 했던 사람들을 사면하는 경우이다.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은 임기 종료 직전에 레이건 행정부 2기에 있었던 이란-콘트라 Iran-Contra 사건과 관련되어 기소되거나 유죄판결을 받았던 레이건 백악관의 안보 라인을 대거 사면했다. 이란에 수출금지 품목인 토우 미사일 등을 비밀리에 판매하고 그 대신 레바논에 잡혀 있던 미국인 인질을 되돌려 받고, 무기 판매 대가로 받은 자금을 니카라과 반공(反共) 반군에게 전달한 사건인데, 이는 분명히 불법이었다. 백악관 안보보좌관실에 근무하던 올리버 노스 해병중령이 기획해서 시행했는데, 과연 윗선 어디까지 보고가 되었는가가 큰 쟁점이 되었다. 결국 특검이 수사를 했는데, 부시 정부가 거의 끝나 갈 시점까지 수사와 기소가 진행되었다.

그러던 중 노스 중령은 항소심에서 증거절차 문제로 무죄판결을 받았고 당시 안보보좌관이던 로버트 맥팔랜드는 유죄협상으로 풀려났다. 당시 국방장관이던 캐스퍼 와인버거에 대해선 1992년 6월에야 사법방해 등을 이유로 기소가 이루어졌다. 부시 대통령은 92년 대선에서 패배한 후 임기 만료 전에 와인버거 전 장관 등 관계자 전원에 대해 사면을 단행해서 이 사건을 매듭지어 버렸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임기 종료 전에 재임 중 있었던 발레리 플레임 사건에 연루되어  유죄판결을 받고 수감된 스쿠터 리비에 대해 형량을 감소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리비는 딕 체니 부통령의 수석 보좌관이었는데, 이라크가 아프리카 니제르에서 우라늄 원광을 수입했는지를 조사한 조셉 윌슨이 부시 정부 입장과 다른 결과를 언론에 공표하자 그의 부인 발레리 플레임이 중앙정보부 비밀요원임을 뉴욕타임스의 주디스 밀러 기자에게 알린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고 복역 중이었다. 당시 주디스 밀러 기자는 취재원인 스쿠터 리비를 보호하기 위해 법정모욕죄로 구속되어 수감되는 등 큰 파장이 있었다.

딕 체니 부통령은 부시 대통령에게 전쟁터에 전우를 남기고 떠날 수 없다면서 스쿠터 리비를 완전 사면할 것을 요구했으나 부시는 30개월 금고로 감형시키는 데 그쳤다. 이를 두고 부시가 체니에 대해 피로감을 느낀 것으로 해석하곤 했다. 스쿠터 리비는 뒤늦게 트럼프에 의해 사면되어서 변호사 자격을 회복했다.

임기 종료를 앞두고 사면을 남발한 정도가 아니라 사면 장사를 했다는 비난을 받은 대통령은 클린턴이다. 클린턴은 임기 만료 직전 무려 140건의 사면을 독단적으로 단행했는데, 경찰관 살해범 등 온갖 범죄인들이 형기를 안 채우고 풀려났다. 사면의 배경도 갖가지였다.  푸에르토리코 비밀조직에 속한 테러범을 사면한 이유는 상원의원에 출마한 힐러리가 뉴욕에 사는 푸에르토리코 유권자들의 선심을 얻기 위한 정략이었다고 한다. 클린턴이 아칸소 주지사를 지낼 때 발생했던 화이트워터 스캔들의 주역인 수전 맥두걸도 사면됐다. 화이트워터 사건은 특검이 수사를 했으나 수전 맥두건이 침묵을 지키고 혼자 감옥을 가서 클린턴 부부와의 연결점은 밝혀지지 못했다. 

마약밀매로 감옥에 갔다 온 클린턴 대통령의 동생 로저 클린턴은 형을 움직여서 감옥에 있던 친구들을 사면시켰다. 전형적인 건달인 힐러리의 동생 휴 로드햄은 돈을 받고 마약사범을 사면시키는데 성공했으니, 사면 중개업을 한 셈이다. 주식 사기범으로 외국에 도피 중이던 마크 리츠는 클린턴 기념도서관에 거액을 기증했는데, 클린턴 대통령은 도피중인 범인인 그를 사면시켰다. 이 같은 클린턴의 사면행각은 전에 없던 일이라서 퇴직 경찰관 모임 등이 강력한 규탄성명을 내기도 했다.

클린턴과 힐러리는 임기가 끝날 무렵에 정부 재산인 백악관의 가구와 집기를 힐러리가 상원의원 출마에 대비해 뉴욕에 구매한 집으로 무단 반출했다. 클린턴 부부는 아칸소 주지사 관사와 백악관에 살아서 자기 집과 자기 가구를 가져본 적이 없었는데, 힐러리가 뉴욕에 출마하기 위해 집을 사자 거기에 채워 넣기 위해 백악관의 가구와 식기 세트 등을 이삿짐 센터를 불러 실어 간 것이다. 이것이 ‘백악관 약탈 사건’이다. 새로 들어선 조지 W. 부시 대통령 팀은 백악관에 가구와 식기 세트부터 새로 사야 했으나 전직 대통령을 절도죄로 고발하지는 않았다. 클린턴 부부의 사면 장사와 백악관 약탈은 그 후 보수 논객들이 라디오와 TV에서 기회만 있으면 우려먹어서, 힐러리가 백악관 진입에 좌절하는데 기여했다.

트럼프는 임기 종료 전에 자기 자신과 아들 사위 딸 비서실장 대변인 등을 사면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 대통령이 자기 자신을 사면한다면 기상천외한 일이다. 지금 법무장관을 하는 윌리엄 바도 사면을 받지 않으면 사법방해로 장기징역형을 받을 것이 확실하다. 트럼프는 마지막까지 자기에게 충성하는 스태프만 사면을 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는 인테리어에 일가견을 갖고 있어서 트럼프 호텔을 꾸미듯이 국비를 들여 백악관을 꾸몄다는데, 백악관을  나온다면 그것을 몽땅 털어 가지 않을까... 그러면 바이든은 트럼프를 절도죄로 고소해야 할 듯....

민주당과 흑인, 공화당과 기독교 우파 
트럼프의 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