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텍사스 제7지역구의 ‘유쾌한 반란’
2020-11-15 22:05 21 이상돈


텍사스 제7지역구의 ‘유쾌한 반란’ 


1962년 대법원 판결에 따라 미국 하원도 지역구 인구평등을 고려해서 재획정되어야 했고, 이에 따라 1966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인구가 늘어난 텍사스 휴스턴의 부유한 지역과 인접한 카운티가 텍사스 하원 제7지역구로 새로 생겨났다. 당시 텍사스는 다른 남부 지역과 마찬가지로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었는데, 존슨 대통령이 텍사스 출신이니 더더구나 그러했다. 휴스턴에서 사업을 하던 조지 H. W. 부시는 1964년 선거 때 겁 없이 상원의원 선거에 도전했다가 현직 상원의원 랠프 야보로에 패배했다. 사업을 정리한 부시는 새로 생긴 하원 제7지역구에 출마하기로 했다. 당시 텍사스는 민주당 우세지역이라서 공화당 후보로 출마하겠다는 사람이 없어서 공천은 문제가 안 되었다. 

1966년 하원 선거에서 부유하고 교육수준이 높은 텍사스 제7지역구 유권자들은 부시를 기꺼이 당선시켰다. 민주당 아성인 텍사스의 성장하는 도시 휴스턴에서 공화당 후보로 당선된 부시는 그해 중간선거에서 가장 주목 받은 하원 당선자였다. 1968년에 부시는 경쟁자가 없이 재선에 성공했다. 1970년 선거가 다가오자 부시는 안정적으로 하원 3선을 할 것인지, 아니면 6년 전 자기에게 패배를 안겨준 민주당 상원의원 야보로를 상대로 싸울 것인가를 고심하게 된다. 그는 존슨 전 대통령과 닉슨 대통령을 만나서 의논한 후에 상원 출마를 결심했는데,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야보로가 로이드 벤슨이란 신인에게 패배하는 변수가 생겼다. 상원 본선에서 부시는 민주당의 유망주로 떠오른 벤슨에게 패배했다. (로이드 벤슨 1921-2006은 1988년 대선 때 민주당 부통령 후보로 나왔고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냈다) (그 후 부시의 정치적 행로에 대해선 따로 쓰기로 한다.)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하면서 부시는 자기가 2선을 했던 하원 제7지역구에 친구인 제임스 베이커를 출마시키려 했으나 베이커는 아내가 암 말기라서 출마를 포기했고, 경선을 거쳐서 빌 아처가 출마해서 무난하게 당선됐다. 빌 아처는 그 지역구에서 15선을 내리하면서 막강한 하원 예결위원장을 지냈다. 그럼에도 그곳 유권자들은 제7지역구를 ‘부시의 지역구’라고 불렀다. 1980년대 들어서 텍사스는 공화당 지지로 바뀌었고, 제7지역구에선 빌 아처가 은퇴한 후에도 공화당 존 컬버슨이 물려받아서 계속 당선됐다.

인구 변동에 따라 경계가 약간 조정된 오늘날의 텍사스 제7지역구는 인구가 77만 명이고, 백인 45%, 히스패닉 32%, 흑인 13%, 아시아 10%이며, 1인당 연간 중위소득이 73,000달러인 교육수준이 높은 부유한 지역이다. 그런데 2016년 대선 때 이 지역에선 힐러리 클린턴이 트럼프에 대해 2% 승리했고, 2018년 상원 선거에선 젊은 민주당 후보 오루크가 대선 출마를 공언한 테드 크루주 상원의원에게 5% 승리했다. 지역구 민심이 공화당에서 이탈한 것이다.

2018년 하원선거에선 민주당 신인후보 리찌 플레처 Lizzie Fletcher (1975- )가 공화당 현직의원 컬버슨을 누르고 당선됐다. 플레처는 부시가 민주당 아성이던 휴스턴에 공화당 깃발을 꽂은 후 그 지역구에서 52년 만에 처음으로 당선된 민주당 의원이 되었다. 플레처는 휴스턴 출신으로 윌리엄 앤드 매리 대학 로스쿨을 나오고 로펌 변호사로 일했다. 2018년 이 지역 민주당 경선은 민주당 내 좌파인 샌더스 그룹이 미는 후보와 민주당 주류가 미는 리찌 플레처가 격돌해서 주목을 사기도 했다.

2018년에 하원에 입성한 초선의원 중 주목을 받은 플레처는 이번에 치열한 접전끝에 재선에 성공했다. 반세기 전에 조지 H. W. 부시라는 새 인물을 뽑았던 수준 높은 유권자들이 트럼프의 공화당에 반기를 들고 리찌 플레처라는 새 인물을 뽑은 것이다. 트럼프와 샌더스를 동시에 거부한 텍사스 제7지역구 유권자 같은 미국의 주류가 다시 미국 정치의 중심을 형성하기를 기대해 본다. 
 

정통 보수성향 정치평론지 <내셔널 리뷰>에 2018년 8월, 선거를 앞두고 텍사스 제7지역구 하원선거가 갖는 의미에 대해 올린 조지 윌  George Will의 칼럼 기사가 실린 바 있다.  텍사스 7지역구에서  민주당 후보 플레처가 승리한다면 그것이 갖는 의미가 크다면서, 그 여파가 2020년 대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았다.  예상대로 2018년에 플레처가 당선됐고, 2020년 대선은 민주당 승리로 귀결됐다.


2차 대전은 공산주의와의 싸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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