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정당 선거보조금

작성일 : 2021-01-22 20:27조회 : 1,640

정당 선거보조금

우리는 국민세금으로 정당을 지원한다. 정당에 대한 보조금은 평상시에 받는 정당보조금과 선거 때 받는 선거보조금이 있다. 어느 경우에나 의원 20명 이상으로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정당이 프리미엄을 받기 때문에 기득권 정당을 옹호하는 제도라는 비난을 받아오고 있다. 나는 선거보조금은 철폐하거나 대폭 수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후보자가 15% 이상 득표하면 법정 한도액 내에서 그가 지출한 비용을 국고로부터 환급 받기 때문에 구태여 선거 보조금을 줄 필요가 있는지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후보자 개인은 15% 득표를 하면 법정한도 내 선거비용을 100% 환급받고 10% 득표를 하면 50% 환급을 받고, 그 이하는 전혀 환급받지 못한다. 그러나. 정당에 대한 선거보조금은 선거 전에 받고, 선거에서 성과 여부에 관계없이 그대로 그 정당에 귀속된다. 그러니까 어느 정당이 선거보조금을 수십 억원을 받고도 당선자를 하나도 못 내거나 아주 미미한 당선자를 내더라도 이미 받은 보조금은 반환할 필요가 없다.

2016년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국민의당은 당시 선거보조금을 73억 원을 받았다. 민주당에서 탈당한 의원 숫자가 총선 직전에 20명을 넘겼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탈당해서 20명을 채워준 의원은 황금총을 가진 의원이었다. 국민의당은 총선에서 38석을 얻었고, 정당투표에선 민주당을 근소하게 앞서는 성과를 올렸다.

2018년 지방선거는 안철수가 자기가 서울시장 선거를 나가기 위해 무리하게 만든 바른미래당이 평가를 받는 선거였다. 선관위는 2018년 6.13 지방선거에 앞서 선거보조금 총 425억 6,000만 원을 지급했다. 그 중 자유한국당 137억 6,400만 원, 더불어민주당 135억3,800만 원, 바른미래당 98억 8,300만 원, 민주평화당 25억 4,900만 원, 정의당 27억 1,000만 원 등이다. 선거보조금은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에 총액의 50%를 균등하게 배분하고, 5석 이상 20석 미만의 의석을 가진 정당에는 총액의 5%씩을 균등 배분한다. 남은 보조금의 절반은 각 정당에 의석수 비율대로 배분하고, 나머지 절반은 20대 국회의원 선거의 득표수 비율에 따라 배분한다. 자유한국당이 민주당보다 2억 원 더 받게 된 이유는 20대 총선 득표수 비율에서 민주당을 앞섰기 때문이다.

바른미래당은 거의 100억 원을 받았는데, 교섭단체일뿐더러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을 승계했기 때문에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얻은 득표수 비율에 따라 엄청 많은 보조금을 받을 수 있었다. 이런 것을 우연한 결과라고 본다면 정당 정치를 잘 모르는 것이다. 국민의당을 억지로 끌고 가서 바른정당과 합칠 때부터 이런 것을 계산에 넣고 한 것이다. 간추려 말한다면, 서울시장 선거에 도움도 안 되는 박지원, 정동영, 천정배 등 호남 다선의원들을 버려 버리고 바른정당과 합쳐서 그럴싸하게 포장해서 바른미래당을 만들면, 교섭단체일뿐더러 2020년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얻은 많은 득표수까지 계산이 되어서 거액의 선거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속셈이 있었던 것이다. 선거보조금 타먹는 구태정치의 극치가 바른미래당이었다.

그러면 국민세금을 거의 100억 원을 타먹고서 6.13 지방선거에서 바른미래당은 어떤 성적을 올렸나 ? 바른미래당은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전패(全敗)하는 한국정당사에 전에 없는 기록을 세웠다. 기초의회 비례의석 몇 석 건진 것이 국민세금 100억 원을 타먹은 결과였다. 안철수는 예상대로 3위를 했다. 자유한국당은 지방선거 후에 바른미래당이 자기네 정당에 미친 영향을 분석해 본 적도 없지만, 나는 상당한 영향을 주었다고 본다. 말하자면 ‘민주당 도우미’ 역할을 한 것이다. 내가 보기에 서울시장에 나온 안철수가 다른 후보에게 도움을 주기는커녕 그와는 반대로 많은 젊은이들이 자기 돈 들여서 바른미래당 후보로 나와서 안철수 선거운동을 한 셈이었다. 세상 물정을 모르는 젊은 후보들이 이용당한 것이다.

6.13 지방선거에서 선거보조금 23억 원을 받은 민주평화당은 호남 외에는 변변하게 후보를 내지 못했다. 그러나 민주평화당은 전북 익산 시장, 전남 고흥, 해남, 함평 군수, 전북 고창 군수를 당선시켰다. 목포 시장과 영암 군수도 내가 보기엔 민주평화당 후보가 훨씬 훌륭했지만 당시 거세게 불었던 민주당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낙선했다. 나는 그 때 민주평화당 연구원장으로 여론조사를 하고 고흥, 고창, 영암 등지로 지원 유세도 했다.

지난 2월 2일, 안철수는 신당 창당을 밝히며 ‘정당 국고보조금 축소’ 등을 강조했다. 또한 신당을 창당한 3월 30일에 안철수는 “정당들이 받은 선거보조금을 반납하고, 그 돈으로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에게 마스크를 주자'고 주장했다. 바른미래당 후보로 서울시장 나갈 때는 100억 원 선거보조금 받아서 전패(全敗) 기록을 세우더니, 이번에는 자기가 보조금을 받지 못하니까 다른 정당에 대해서 받은 것을 반납하자고 주장한 것이다. 그런 주장을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 그런 황당한 말을 한 것이다. 이런 것을 내로남불이라고 하나, 기억상실이라고 하나...사진은 2018년 지방선거 선거보조금 지급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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