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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클린턴 탄핵을 좌절시킨 섹스 폭로
작성일 : 2021-02-12 20:28조회 : 20


클린턴 탄핵을 좌절시킨 섹스 폭로

엊그제 <Hustler>라는 도색(桃色)잡지 발행자 래리 플린트가 사망했다. 1998년 12월, 미국 하원이 클린턴을 탄핵하려는 절차를 진행하던 중 래리 플린트는 기상천외한 현상금을 걸어서 탄핵을 추진하던 공화당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렸다. 플린트는 클린턴 같은 훌륭한 대통령을 탄핵하려는 공화당 정치인들의 불륜 증거를 갖고 오면 백만 달러 현상금을 주겠다고 광고를 했는데, 공화당 지도부가 걸려 든 것이다.

1998년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은 하원 의석 5석을 잃어버렸다. 클런턴을 거세게 밀어 붙여서 중간선거 압승을 장담했던 하원의장 뉴트 깅리치(Newt Gingrich)는 패배를 책임지고 하원의장에서 물러났다. 깅리치는 중간선거에서 압승해서 그 기세를 몰아 클린턴을 탄핵하려고 했는데, 그것이 차질을 빚은 것이다. 깅리치가 물러난 또 다른 이유는 그가 자신 보다 23살이나 어린 젊은 여비서와 불륜관계였기 때문이기도 했다. (당시 깅리치는 두 번째 부인과 사실상 별거 상태였었다.)

하원 공화당 지도부 승계 순위인 원내대표 딕 아메이(Dick Armey)와 원내부대표 톰 딜레이(Tom DeLay)가 하원의장을 하지 않겠다고 해서 그 다음 순위인 하원 세출위원장 밥 리빙스턴(Bob Livingston : 1943~ )이 경쟁자가 없는 상태에서 하원의장 후보로 나섰다. 공화당이 하원에서 다수석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하원의장이 되는 것은 기정사실이었다.

12월 중순, 하원 본회의가 클린턴 탄핵안을 토의하기 시작하고 이틀이 지나서 래리 플린트는 밥 리빙스턴 의원과 성관계를 맺었던 여자들이 현상금을 받으러 자기를 만났다고 공표했다. 이 정보를 미리 알게 된 리빙스턴 의원은 공화당 의원총회에서 이런 사실을 알리고 자신이 하원의장 선거에 나가지 않을 것이며, 6개월 내에서 하원의원을 사직하겠다고 밝혔다. 리빙스턴은 자기로 인해 탄핵절차가 저해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클린턴도 자기처럼 사임하라고 촉구했다. 리빙스턴 의원은 1999년 3월 1일자로 의원직을 사임했다. 클린턴 탄핵을 밀고 나갔던 뉴트 깅리치는 1999년 1월 3일자로 하원의원직을 사임했다.

앞서 그해 9월, Salon.com은 클린턴에 대한 탄핵소수를 책임졌던 하원 법사위원장 헨리 하이드(Henry Hyde : 1924~2007) 의원이 1960년대 말 일리노이 주의회 의원을 지낼 때 젊은 유부녀와 오랫동안 불륜관계였다고 폭로했다. 하이드 의원은 자기가 젊었을 적에 부주의해서 그랬다고 변명했지만 당시 그는 42살이었고 여자는 29살이었다. 게다가 밥 리빙스턴 의원마저 래리 플린트한테 타격을 당해서 여자 인턴과 오럴 섹스를 하고도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클린턴을 탄핵하려던 공화당은 동력을 상실해 버렸다.   

밥 리빙스턴은 콜로라도 출신으로 튤레인 대학 학부와 로스쿨을 나오고 결혼한 후에 뉴올리언스에서 역시 튤레인 로스쿨을 나온 데이브 트린(Dave Treen 1928~2009)이 세운 로펌에서 일을 했다. 데이브 트린은 일찍이 공화당에게는 불모지와 같았던 루이지애나에서 공화당 활동을 했고, 그의 영향을 받아서 리빙스턴도 공화당 정치에 간여하게 됐다. 데이브 트린은 1972년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로는 남북전쟁 후에 루이지애나에서 처음으로 하원의원으로 당선됐고, 1979년 루이지애나 주지사 선거에서 역시 남북전쟁 후 처음으로 공화당 후보로서 당선됐다.

리빙스턴은 1977년 하원의원 재선거에서 당선된 후 1998년 선거까지 계속 당선됐다. 데이브 트린과 밥 리빙스턴은 남북전쟁 후 100년 이상 이어온 루이지애나의 민주당 토착정치를 타파한 셈이다. (내가 뉴올리언스에서 공부할 시절에 데이브 트린은 루이지애나 주지사였고, 밥 리빙스턴은 뉴올리언스가 지역구인 하원의원이었다.) 클린턴을 탄핵하려다가 뜻밖의 복병을 만나서 하원을 떠난 리빙스턴은 그 후 변호사와 로비스트로 일했다. 

(여담 : 뉴트 깅리치는 튤레인에서 정치학 박사를 했고, 밥 리빙스턴은 튤레인 학부와 로스쿨을 나왔다. 그러니까 나와는 튤레인 대학 동문인 셈이다. 클린턴을 탄핵하려다가 유력한 튤레인 동문이 모두 하원을 떠나고 말았다. 클린턴 때문에 가장 피해를 본 대학이라고 할까... ^^)
- 사진 : 래리 플린트의 폭로가 있던 날 밥 리빙스턴 의원이 의사당 복도에서 기자들을 만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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