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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마이애미 비치
작성일 : 2021-03-20 10:28조회 : 31


마이애미 비치

마이애미라고 하면 흔히 대서양에 면해 있는 비치를 연상하게 된다. 하지만 정작 마이애미  비치(Miami Beach)는 마이애미 다운타운에서 다리로 연결되어 있는 배리어 아일랜드(Barrier Island)이고 행정적으로는 독립적인 마이애미 비치 시(City of Miami Beach)이다. 육지 앞 바다에 형성된 배리어 아일랜드는 생태적으로 민감한 지역이라서 지금은 개발을 하지 않지만 그런 지식이 없을 시절에 이미 개발되어서 호텔과 아파트가 많이 들어섰다.

지금은 마이애미 비치 시의 인구가 9만 명 정도라고 하니, 내가 공부를 한 1980~81년에 비해 거의 1만 명이나 줄었다. 그렇지만 1990년대 이후 고층 콘도미니엄(분양 아파트)과 호텔이 많이 들어섰으며, 관광객 등 유동인구가 엄청나게 증가했고 경제규모도 커졌다. 대서양에 면해 있는 마이애미와 마이애미 비치는 미국에서 단기간에 집값이 많이 오른 지역이기도 하다. 관광 산업이 살아났을 뿐더러 마이애미가 중남미와의 교역 및 금융거래의 허브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마약 거래로 인한 검은 돈이 부동산으로 흘러 들어간 영향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마이애미에서 공부할 때 국제법, 해양법 외에도 해안법(Coastal Law)이라는 희한한 과목을 수강했는데, 해안 지역의 개발과 환경보전에 관한 판례법, 주법, 그리고 연방법을 다루는 과목이었다. 수강생이 20명도 안 되었지만 환경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라서 열성적이었다. 1972년, 미국 의회가 해안지역관리법(The Coastal Zone Management Act: CZMA)을 제정해서 연방정부 차원에서 생태적으로 취약한 해안지역을 보호하고 나섰다. 따라서 그 즈음부터 관련된 판례가 나오기 시작했고, 바다에 면해 있는 주(州)들도 해안역을 보존하기 위한 주법을 제정하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쓸모없는 잡목으로 생각해서 베어버리고 매립을 하던 맹그로브 숲이 해양생태계 보호에 매우 중요함이 널리 알려진 것도 1970년대였다. 따라서 당시 플로리다에선 맹그로브 숲 보호가 중요한 환경 아젠다였다. 맹그로브(mangrove)는 바닷물 땅속에 뿌리를 깊이 박고 자라는 나무 군락(群落)으로 어류가 산란을 하고 치어(稚魚)가 자라는 해양생태계의 요람임이 밝혀진 것도 당시에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환경적 정신이 충만한 해안법 강좌에 의하면, 마이애미 비치는 과(過)개발되어서 실패한 대표적 사례였다. 그래서 마이애미 비치의 전철(前轍)을 밟지 말자는 의식이 팽배했다. 해안지역관리법(CZMA)은 해수면부터 육지 쪽으로 1,000 피트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시설을 설치하지 못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정해 놓았다. 즉, 물가(water's edge)로부터 300 미터까지는 일체의 건축을 하지 말아야 생태적으로 민감한 모래사장 등 해안을 보호할 수 있고, 허리케인이 닥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이애미 비치는 맥아더 코스웨이라는 경치 좋은 다리를 통해 다운타운에서 이어지는 데, 솔직히 가보고서 실망이 컸다. 건물은 오래되어 쇠락해 있었고, 비치는 침식이 되어서 빈약했다. 생태적 지식이 없었을 시절에 도시를 건설했기 때문이다. 다만 북쪽으로 가면 노스 쇼어 파크(North Shore Open Space Park)가 공공 비치(public beach)로 보전되어 있어서 다행이었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광활한 비치에서 대서양의 맑은 물과 파도에 몸을 담구고 야자나무 그들에서 쉴 수가 있었다. 뒤늦게 해안지역 개발이 부작용이 많음을 깨닫고 광활한 비치를 보전해서 공공에 개방한 것이다. 남부 플로리다는 겨울 한두 달을 제외하곤 한해 내내 해수욕을 할 수 있으니. 이런 곳이 정말 비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미 건물이 들어선 곳은 어떻게 할 수가 없었고, 1990년대 들어서 부동산 경기가 좋아지자 고층 콘도미니엄과 호텔이 더 들어섰다. 배리어 아일랜드에 고층건물을 세운 것도 그렇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해수면이 상승하면 마이애미 비치의 도로와 건물 1층은 몽땅 바닷물에 잠길 운명이다. 해수면이 상승한 상태에서 허리케인이 닥치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해수면 상승은 나중 일이고 우선은 관광객이 많이 찾고 콘도가 분양이 잘되어서 집값 상승률도 큰 편이다. 

공부를 마치고 돌아와서 1984년인가 85년인가에 부산 해운대를 간 적이 있었다. 나는 내가 미국에서 공부한 지식, 그리고 내가 보았던 마이매이 비치에 비교해서 해운대를 보게 되었다. 바다 물가에 너무 가까이 시멘트 방벽이 있었고, 호텔과 식당도 물가에 너무 가까이 있었다. 그 때에도 이미 해운대는 모래를 상실해 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 후 해운대에는 바닷물을 지척에 두고 초고층 아파트가 빽빽하게 들어섰다. 2016년 태풍 때 해운대 아파트 1층 상가가 성난 파도에 부서지고 잠기는 일이 있었다. 인공 방파제를 2중 3중으로 설치하지 않는 한 그런 피해는 계속 발생할 것이다. 제멋대로 바닷가 가까이 초고층 아파트를 지어 놓고 태풍에 취약하니까 국비를 수백억~1천억 원 들여서 방파제를 추가로 건설해 달라는 논리가 과연 가능한지는 의문이다. 고층 건물을 바닷가 너무 가까이 세운 탓에 모래는 이미 사라져 버렸으니 파도가 더욱 성난 기세를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여름 한철 해수욕장을 운영하는 해운대 비치를 살리겠다고 모래를 수입해서 퍼 부어 보았자 모래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이제 시간 문제로 보인다. 마이애미 비치의 교훈 같은 것은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고 그저 부동산 경제에 올인 해 온 우리의 모습이다.

- 사진은, 남쪽에서 북쪽으로 바라 본 마이애미 비치, 노스 쇼어 공공 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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