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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공수처 설치를 약속했던 대선 후보들
작성일 : 2021-04-15 10:29조회 : 1,639
공수처 설치를 약속했던 대선 후보들
여권을 위기로 몰아넣은 계기로 조국을 무리하게 법무장관으로 임명한 문 대통령의 악수(惡手)를 뽑는다. 당 대표 출마에 나선 홍영표 의원도 그 점을 인정했다. 문 대통령은 조국을 법무장관에 임명한 이유로, 조국에 대해 자신이 마음의 빚이 있고 검찰개혁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공수처를 도입하기 위해 조국을 장관에 임명한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정당명부제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패스트트랙 절차를 동원했다. 나는 정당명부제 비례대표제와 공수처 제도를 그런 말이 나올 때부터 모두 반대했다. 정당명부제는 성격상 대통령제와 부합하지 않으며, 공수처는 그 구성상 위헌적 요소가 있을뿐더러 검찰의 수사권 집중을 개선하는 것과 무관하기 때문이다.
2018년 여름부터 나는 ‘사실상 무소속’이어서 패스트트랙에 대해선 구경하는 입장이었고, 본회의 표결에선 선거법 개정은 불참했고 공수처법은 기권했다. 공수처에 대해서 나는 몇 차례 인터뷰에서 감찰관실처럼 유명무실한 기구가 되고 말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는데, 돌아가는 꼴이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정당명부제 비례대표제와 공수처에 관한 대선후보들의 입장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문재인 :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제 도입, 공수처 도입
안철수 : 정당명부 비례제 도입, 공수처 도입
유승민 :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제 공감, 공수처 찬성
심상정 : 정당명부제 비례제 도입, 공수처 도입
홍준표 : 사실상 정당명부제, 공수처 반대
각 정당을 대표하는 대선 후보들의 입장으로 본다면 정당명부제와 공수처는 통과되어야 마땅한데, 정작 이 문제가 입법과제로 등장하자 반대하는 목소리가 강해졌다. 하지만 정당명부제를 도입하자고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단식을 하고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동조 단식을 하자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연동형 비례 도입과 개헌논의를 한다는 합의를 해주어서 정개특위와 사개특위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내가 보기는 정당명부제와 공수처는 보기에는 그럴싸하지만 먹으면 시기만 한 레먼 같은 존재다. 이것을 반대하면 반(反)개혁적으로 보인다고 생각되어서 대선을 앞두고 너나없이 이를 공약으로 채택했던 것이다. 하지만 막상 도입하려고 하니 문제가 간단치 않음을 알고 다른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제도는 실제로 시행하면 그것대로 부작용이 많고, 무엇보다 이를 도입하기 위한 합의를 이루기가 어렵다.
사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정당명부제를 좋아하지 않았다. 당시 이해찬 대표도 그런 뉘앙스로 언급을 한 적이 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정당명부제를 강력하게 요구해서 공수처법 통과가 절실했던 민주당이 마지못해 찬성했던 것이다.
그러면, 민주당 의원들은 공수처를 과연 진정으로 찬성했을까? 검찰개혁을 위해서 필요하다는 정도의 인식을 했을 것이고, 문재인 대통령이 거기에 집착하기 때문에 당연하게 받아드렸다고 나는 본다. 그러면 정부 여당은 검찰 개혁에 관한 청사진이 있기나 했을까 ? 내가 보기엔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추미애와 윤석렬이 싸우는 과정에서 처음에 없던 새로운 구상이 불쑥불쑥 튀어 나오지 않았든가 ? 이런 지경이니까 지금 도대체 검찰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또 어떻게 되어 가는지 아무도 모른다.
나는 우리나라 검찰 기구와 조직이 너무 방대하고 수사 인력도 너무 많고 수사와 기소 및 항소에 대해 지나친 재량권을 갖고 있어서 수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우리 검찰은 엉뚱한 수사를 해서 기업을 망치기도 하고(삼양라면 사건, 포르말린 통조림 사건), 기소권을 남용해서 언론인을 탄압하기도 하고(MBC PD 수첩사건), 엉뚱한 기소로 신생정당을 망치기도 하고(국민의당 리베이트 사건), 선거법 위반이라고 자의적으로 기소해서 도지사를 애를 먹이기도 하는(이재명 지사 사건) 등 문제가 많음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또한 당연히 기소를 해야 하는 사건임에도 기소를 하지 않은 경우도 꽤 많을 것이나 이런 경우는 제대로 알 수가 없다. (가혹행위를 해서 간첩을 조작하는 경우는 지난 시대의 일이니까 더 이상 논의할 필요는 없다.)
공수처는 이런 검찰의 문제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러니까 어떻게 해서 대통령이 공수처에 집착해서 오늘날 이런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인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노무현 정부는 사립학교법 개정하고 종부세 도입하다가 정권을 내어주고 말았으니, 역사는 결국 반복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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