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LEESANG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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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현충일에 생각하는 베트남 전쟁
작성일 : 2021-06-06 09:13조회 : 3,138
현충일에 생각하는 베트남 전쟁
2016년 20대 국회 임기 초에 처음 참석한 외부행사가 6월 6일 현충일이었다. 보훈처가 동영상을 상영했는데, 6.25부터 근래 남북 간 충돌에서 희생된 장병들을 추모하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베트남 전쟁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납득이 되지 않아서 알아보니 베트남과의 외교관계 때문이라고 한다.
베트남 전쟁은 미국이나 우리에게나 ‘계층(class)’ 문제를 야기한 전쟁이다. 대학을 다니면 징집이 연기되기 때문에 대학을 가지 못한 젊은이들이 주로 징집되어 베트남으로 갔다. 베트남 전쟁 세대인 빌 클린턴(1946년생)과 조 바이든(1942년생)은 대학을 졸업하고 또 로스쿨을 졸업해도 징집 대상이었는데, 이런 저런 분명치 않은 사유로 징집을 피해갔다. 딕 체니(1941년생)도 대학원 연기 등 역시 분명치 않은 이유로 징집을 피해갔다. 도널드 트럼프(1946년생)도 마찬가지였다. 베트남 참전 용사인 존 매케인(1936~2018)과 앨 고어(1948년생), 그리고 존 케리(1943년생)는 대통령이 되지 못했다. 해군 조종사인 매케인은 격추되어 오랫동안 포로 생활을 했다.
부친이 현직 상원의원이었던 앨 고어(1948년생)는 대학 졸업 후 입대해서 1971년부터 1년간 베트남에서 공병대 소속 종군(從軍) 기자로 복무했다. 1969년에 앨 고어와 함께 하버드를 졸업한 1100여 명 중 베트남에 간 경우는 10명 정도였다. 대학생 징집 연기가 많아서 징집 자원이 부족해지자 국방부는 고등학교를 못나온 젊은이들도 징집해서 베트남에 보냈다. 그런가하면, FBI 국장을 지내고 트럼프 특검을 지낸 로버트 뮬러(1944년생)는 프린스턴을 졸업하고 해병장교를 자원해서 베트남에서 싸웠고 여러 훈장을 받았다. 그는 전역 후에 버지니아 로스쿨을 다녔고 법무부에서 일했다. 로버트 뮬러가 FBI 국장으로 지명됐을 때 상원의원들이 전폭적으로 존경을 표시한데는 이런 경력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가 베트남에 국군을 파견한 시점은 1965년이고, 1973년 봄에 파리협정이 맺어짐에 따라 완전히 철수했다. 그 기간 중 국군 약 5000명이 전사했다. 징집 대상인 병(兵)의 경우는 1940년대 초에서 1952년 사이에 태어난 젊은이들이 베트남에 갔다. 전사자가 많이 나온 베트남 참전 초급장교는 대개 1940년~1950년생일 것이다. (당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간부후보생 코스를 마치면 만 20세에 소위가 될 수 있었다.)
내가 대학을 들어간 1970년 당시 고교 졸업생의 대학 진학률은 20%가 미처 못되었다. 대학생 징집연기의 혜택은 기껏해야 20%에만 주어졌던 것이다. 베트남 전쟁이 끝나가던 1971~72년에는 나(1951년생)의 동년배 상당수가 베트남을 갔을 것이다. 그 때는 전쟁이 소강상태에 있었지만, 1972년 봄에 있었던 안케 전투에서 우리 군(맹호부대)은 많은 전사자를 내고 말았다. 전쟁은 끝나야 비로소 끝나는 것이다. 젊은 나이에 낯선 땅에서 생(生)을 마친 그들을 잊어서는 안 된다.
- 아래는 베트남 전쟁을 연구한 박태균 교수의 책을 <시사IN> 권말부록에 소개한 것이다. 편집자가 조금은 엉뚱한 제목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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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2015년도 책> 연말 부록
동년배들의 묘소를 바라보며
<베트남 전쟁> 박태균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기사입력 2016.01.02.
미국인들에게 베트남 전쟁은 '잊고 싶은 전쟁'이다. 베트남 전쟁은 미국에 신좌파 반체제 운동을 불러일으키고 경제를 병들게 했다. 미국 다음으로 많은 병력을 파견해서 싸웠던 우리에게도 베트남 전쟁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전쟁일 것이다. 박태균 교수가 펴낸 이 책은 그럼에도 이 전쟁이 우리 현대사의 중요한 일부임을 깨닫게 해준다.
미국이 베트남에 개입한 근거는 '도미노 이론'이었다. 북베트남은 남베트남 정부가 스스로 붕괴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1964년 8월, 존슨 대통령은 통킹만(灣) 공해상에서 미군 구축함 매독스호가 북베트남의 어뢰정으로부터 공격을 받았다고 발표했고, 미국 의회는 전쟁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하는 '통킹만 결의'를 통과시켰다. 1965년 2월 초, 전략 요충지인 플레이쿠 미군 기지가 베트콩의 공격으로 큰 피해를 입자 존슨은 북베트남에 대한 폭격을 명령했다. 그해 가을에 한국군 청룡여단과 맹호사단이 남베트남에 도착했다. 1967년에는 남베트남에 주둔한 미군이 50만 명을 넘어섰다.
대규모 전력 증강으로 베트콩과 북베트남군은 열세에 몰렸으나 미군은 결정적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남베트남 정부는 부패했고 그 군대는 무능했다. 북베트남은 1968년 구정 대공세를 통해 전세를 만회시키려 했으나 미군은 이들을 격퇴시켰다. 그러나 3년에 걸친 미군의 확전에도 불구하고 북베트남군이 이런 대공세를 취했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이었다. 미국의 여론은 반전(反戰)으로 바뀌고, 존슨 대통령은 그해 대통령 출마를 포기한 채 북베트남에 협상을 제의했다. 미국과 북베트남이 평화협정에 조인한 것은 1973년 초였고, 2년 뒤 남베트남은 공산화되고 말았다.
저자는 미국이 벌인 베트남 전쟁은 목적이 불분명해서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고 본다. 박정희 정부는 한국군 파병을 통해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공고히 하고 전쟁 특수를 기대했으며, 실제로 그런 효과가 있었다. 한국군이 남베트남 민간인들을 학살했다는 소문은 참전 용사들의 입을 통해 전해졌으나 이 문제가 공론화한 것은 최근 일이다. 베트남 파병의 정당성을 훼손시킨 양민학살 문제는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베트남 전쟁은 사회적 계층 문제를 야기한 전쟁이었다. 낯선 땅에서 피를 흘렸던 미군 병사와 한국군 병사의 대부분은 대학을 가지 못한 서민층 출신이었다. 대학 진학률이 얼마 되지 않았던 시대에 대학을 다닌 필자는 재학생 병역 연기 덕분에 베트남 전쟁과 무관할 수 있었다. 대학원을 마치고 군에 복무할 때 현충원 해군 묘역을 참배하곤 했는데, 동년배들이 묻혀 있는 묘소를 보고 깊은 상념에 젖기도 했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사진은 1968년 1월, 미 해병대 케산 기지 (월맹군 대공세를 막아낸 월남전 미국 최대 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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