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외조부 고희동

작성일 : 2021-06-22 13:22조회 : 2,760

외조부 고희동

국회 헌정회관 1층 로비에는 여러 가지 기록물이 전시되어 있다. 역대 국회의장, 최다선의원, 최연소의원 등 사진도 전시되어 있다. 이어서 가족관계인 국회의원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잘 알다시피 유승민, 남경필, 김세연은 유명한 부자 국회의원인 경우다. 드물게는 부부 국회의원도 있다. 5공 실세였던 권정달과 부인 도영심이 그런 경우다. 시아버지와 며느리가 국회의원인 경우는 한나라당 사무총장을 지낸 김태호와 이혜훈이다. 그 외에 조부와 손자 손녀도 몇 케이스가 있는데, 그다지 알려진 의원들은 아니다. 매우 드물게 외조부와 손자가 국회의원을 한 경우는 고희동과 나의 경우이다. 20대 국회 초에 그런 관계를 국회 사무처가 조사해서 헌정회관 전시관에 올린 것이다.

3대 국회의원으론, 정일형, 정대철, 정호준 의원 3대가 가장 유명한 경우이다. 선친 정일형 박사와 나의 외조부와의 인연을 알고 있는 정대철 전 의원께선 어느 저녁 자리에서 "이 의원은 몸에 민주당의 피가 흐르고 있어"라고 하신 적이 있다. 그것도 일리가 있지만 지금 민주당은 아니고, 혹시 국민의당을 잘 살려갔으면 모를 일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화가이고 초대 예술원장으로 알려진 나의 외조부 고희동은 문화예술계 외에도 정계 인사와 교류가 많으셨다. 동아일보 기자와 중앙학교 미술교사를 지내면서 김성수 장덕수 등 한민당 인사들과 교류가 있으셨고 1950년대 후반기에는 장면 박사와 특히 가까우셨다. 그런 연유로 이승만 독재에 대항해서 민주당이 창당할 때 창립 멤버로 참여하셨고 자유당 말기에 발족한 반독재투쟁위원회라는 무시무시한 이름을 내건 야권 단체에 문화예술인을 대표해서 이름을 올리셨다. 그런 연장선에서 4.19 후 2공헌법에 따라 실시된 7.29 선거에서 서울 대선거구에서 참의원으로 당선되셨다. 하지만 5.16으로 인해 참의원 생활은 9개월 만에 끝이 났다.

외조부나 나나, 어쩌다가 말년에 국회의원을 잠시 한 셈인데, 나는 4년 임기를 채웠으니 다행이다. 화가 고희동, 그리고 북촌 원서동에 살았던 고희동은 알려졌지만 참의원을 지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내가 어쩌다가 국회의원이 돼서 헌정회관에 외조부 사진이 걸리게 됐다. 그렇게라도 손자 구실을 한 것 같아서 뿌듯했다. 사진은 1954년에서 55년 사이의 겨울에 찍은 것인데, 당시 예술원장이셨다. 사진 배경에 희미하게 보이는 건물은 경복궁 관내에 있던 석조건물인데, 최근에 헐렸다. 외조부의 품위가 넘쳐나는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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